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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사위어간다"
극 중 연산은 어머니의 복수를 마치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잃어버린다. 오로지 공길을 통해서만 웃음을 짓는다. 반면, 공길은 폭주하는 연산의 광기로 마음고생이다. 계집도 아니고 사내도 아닌 공길이 연산의 결핍을 채우고 위로해준 댓가는 희락원 대보, 종4품의 지위다. 그는 출세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 동정과 연민같은 미묘한 감정선을 연기했다. 공길은 권력의 힘이 무서움을 안다.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인물로 장생이 있다. 할 말을 하고 살겠다는 장생은 바람 앞의 불이다. 장생은 백성을 대신하는 입이 돼 시원스런 놀이판을 벌이는 이상을 품은 장생을 공길은 이해할 수 없음이다. 공길이 가진 현실과 장생이 가진 이상은 작품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연산은 공길의 마음이 사랑이 아니어도, 측은한 마음이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하다. 관객은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뒤틀리고 비뚤어진 폭군인 연산의 광기를 이해한다. 그의 마음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에 대한 미움이 자라 어찌해 볼 도리 없이 아프기만 하다. 연산 역을 맡은 배우 김뢰하는 광기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다정하다가도 어린애가 되기도 한다. 또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모습에서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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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자가 이 땅의 진정한 왕이다. 너, 광대여 넘어지면 일어서고 일어서면 넘어가라"
조선엔 태어날 적부터 받은 넘볼 수 없는 계급과 삶이 있다. 뜻이 있어도 그 뜻을 펼칠 수 없다.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던 자유와 신명을 가지고 있는 광대. 왕을 매료시킬 만큼 탁월한 신명나는 놀이의 이면에는 섬뜩한 비애도 안고 있다. 그들이 주는 웃음은 한번 치고 빠지는 개그를 듣고 나오는 실소가 아니다. 그들의 놀이는 유쾌하지만 왕이 웃지 않거나 이해시키지 못하면 죽는다.
작품에서 나온 광대의 모습은 한층 밝다. 연기인지 하나의 놀음판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소학지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행태나 풍속의 부정한 면을 우회적으로 알리는 수단이다. 작품에서 공길이 소학지희를 통해 윤지상의 비리를 고발한 것처럼 무대 위의 광대들은 오늘날의 정책까지 비판하는 놀이를 통해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극전개를 반전시킨다. 또한 극과 놀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시공간을 초월한 놀이판으로 관객에게 통쾌한 웃음과 박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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