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지스텔라 제공 |
원작인 영화를 어떻게 무대로 옮겼는지 영화를 감동스럽게 본 관객이라면 뮤지컬에도 관심을 가지리라. 영화에서 빌리 역을 맡은 아담쿠퍼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을 연기하며 멋지게 비상하는 것을, 발레수업을 금지당한 소년 빌리의 솟구치는 춤에 대한 열정을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했을까. 뮤지컬에서의 엔딩은 영화와 달리 소년 빌리가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장식된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빌리의 억제된 춤을 향한 열정이 무대의 전환과 더불어 음악까지 하나가 되게 한다. 빌리의 화려한 탭댄스는 앙상블들의 세심한 안무와 노래로 빛을 더한다. 원작에서 표현했던 엔딩 컷의 비상과는 다른 감동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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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스며있다. 영국이 배경이지만 무뚝뚝한 한국의 아버지상을 빌리의 아버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표현을 하지 않아도 빌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빠지지 않는 아버지다. 파업으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탄광촌에서 어린 아들만큼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살길 바란다. 빌리의 아버지는 파업을 주도했지만 춤에 재능이 있는 아들의 로얄발레스쿨 면접을 위해 우리가 느끼는 데면데면한 부정으로 과감히 탄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또 빌리와 엄마의 사랑이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알고 어린 아들에게 편지를 남긴 모정은 관객의 마음을 울릴 뿐 아니라 부모가 어린이의 손을 잡고 공연을 찾는 이유가 된다.
이 작품에 아이돌급 스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화려하고 독보적인 스타만 보이는 공연이 아니여서 잔잔하게 다가올 수 있다. 빌리 뿐 아니라 주, 조연과 앙상블을 맡은 무대 위의 모든 배우들은 튀어보려고도 도드라져 보이려고도 안한다. 각자 맡은 역에 충실하며 춤과 노래와 안무를 무대이동에 따른 동선까지도 깨끗하게 해치운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맡은 노장 배우 이주실이 그렇고 빌리의 단짝 마이클이 그렇다. 가족 간의 사랑, 우애, 우정, 스승에 대한 존경, 이웃의 배려까지 감동 풀세트에 빌리의 노력과 열정이 더해졌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친절하고 세심하고 확고한 안내방송이 인상적인 LG아트센터에서 오는 2월27일까지 공연한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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