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tage |
관객과의 거리가 달라졌어요. 예전의 공연이 세밀하게 지켜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마을, 사람들 전체가 통으로 크게 느껴질 거예요. 소극장에서는 반복되는 거리감이 일정하다보니 에피소드의 포화상태였거든요. 에피소드도 정리를 하고 재공연에는 영상이미지로 에피소드 사이를 단절되지 않도록 계획이에요. 또한 소극장 공연 시에는 암전이 많았어요. 매끄럽게 이어가기 위한 장치로 배우들의 무대에서 보여줬던 이면이라던지. 무대 위에서 삶의 에피소드는 끝나지만 이후에 이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을 것이라는 스틸 컷을 보여줄거예요. 조금 더 볼거리가 많아진 셈이죠.
Q. 김소진 원작의 '장석조네 사람들'을 무대로 옮겨왔어요. 그 작품이 주는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20대 때 영향을 받은 작가예요. 당시 작가들은 대부분 리얼리즘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른 장르로 이야기를 옮겨갔어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이 많이 읽히기 시작했던 때였어요. 하지만 작가 김소진은 정반대로 갔지요. 소박한 리얼리즘을 한 젊은 작가 중에 유일한 작가였거든요. 자기 삶을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어요. 작가 본인이 기자생활을 해서인지 언어적으로도 꼼꼼하고요. 자신의 유년시절이 모태가 되어 하나도 버리지 않고 껴안아서 포용하고 오버하지 않은 모습이 읽으면서도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래서 꼭 연극으로 해보고 싶었죠.
Q.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을 준비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할 때 배우들과 소설을 읽었어요.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을 배우들이 모두 모여 낭독을 했지요. 다행히 배우들과 읽고 나서 이야기가 충분히 의미가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70년대 생이 70년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기억이 얼핏 조금씩 남아있거든요. 우리가 우리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것이 작품하면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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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간다'라는 의미로 잊혀진 평상을 복원했어요. 요새는 평상 같은 게 없으니까 가난하고 힘들면 고시원이나 독방에 갇혀 지내다가 자살해버리고 말잖아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도 힘들고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평상에 모일 수 있고 평상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 안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가난하고 힘들고 괴롭지만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 그런 건강함이 그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닌가해요. 막걸리 한 잔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거죠.
Q.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작품을 관객이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7, 80년대 이야기지만 제 생각에는 약간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 뿐이지 장석조네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봐요. 다른 것은 평상에 앉아서 다른 사람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거죠. 고립감의 극치를 살고 있기 때문에 평상에 앉아볼 용기를 못 내요. 이 작품을 보면서 평상에 앉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어요. 지금 삶이 힘들잖아요. 특히나 젊은 사람들이 힘들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가 잘 안들어오죠. 자기 삶에 대해 나눌 수 마음들이 생기면 좋겠어요.
Q. 대표로 있는 극단 드림플레이가 10년이 되어가네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공연을 하면서 배우들이 성장해 갈 때 개인적으로 성취감이 커요. 우리 극단에 있는 배우들이 다른 극단에 캐스팅 된다든지 스카웃되기도 하고 오디션 봐서 통과하기도 하고 그러면 뿌듯해요. 아 저 친구가 처음에 연기했을 때 저랬는데 공연을 거듭하고 극장도 점점 큰데서 하기 시작하고 배우들이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요새는 잘 보여요. 연출하는 입장에서 공연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연출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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