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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남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미스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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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남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미스터 쇼'

[리뷰] 여성은 욕망하면 안 되나요?

"레이디스 앤 레이디스, 웰컴 투 미스터 쇼!"

오직 여성만을 위해 태어난 쇼가 2014년 한국 땅에 등장했다. "지금까지 이런 쇼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란 MC 김호영의 오프닝 멘트처럼 이 공연은 그동안 여성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돼 왔던 욕망을 '밝힌다.' 그동안 '성을 성이라 말하지 못했던' 수많은 공연들과는 달리, 이 공연의 표현 방식은 매우 노골적이고, 또 직접적이다. '19금'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 공연계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미스터 쇼'(연출 박칼린)다.
수년 전 '막장 드라마'의 대모가 쓴 어느 드라마 속에서 여자 배우들이 남자 배우의 복근에 빨래를 하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 장면 하나로 방송사의 시청자 게시판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았었다. 이 공연 또한 성(性)을 내세운 수많은 작품들이 거쳐 간 굴레인 '외설이냐 예술이냐'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8개의 테마로 이뤄진 퍼포먼스는 분명한 목표를 가졌다. '잠재돼 있던 여성의 욕망을 어떻게 일깨울 수 있을까'다. 공연 중 무대 위의 남자들은 속옷마저 벗어던진 채 객석의 시선을 즐기고, 심지어 관객의 손을 자신의 복근에 가져다 대기까지 한다. 너무하지 않느냐고? 그저 확실한 건, 극장에선 여태껏 봐왔던 그 어떤 공연보다 뜨거운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 이상형이 없다면 당신은 별에서 온 외계인!"이란 MC의 말마따나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8명의 남자들이 무대 위에 섰다. 여성들만을 위한 이 공연엔 오로지 이들의 판타지를 채워줄 남성만이 존재했다. 먼저 조각칼로 세심하게 깎은 것마냥 잘 짜인 남성의 몸에 여성 관객들의 시선이 꽂혔다. 흰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온 배우들은 상의를 시원하게 찢고, 또 반투명한 탈의실에서 완전한 알몸이 되어 원초적인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다가도 '곰돌이 푸'가 그려진 귀여운 속옷을 입고 몸을 흔들며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 '미스터 쇼'는 8가지 테마로 이어지는 70분의 쇼를 통해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한다. ©미스터 쇼

인트로부터 길거리 싸움, 청바지, 피프쇼, 칵테일쇼, 무사, 교복과 제복까지. 70분간 이어지는 8가지의 테마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교복 퍼포먼스였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과 교생 선생님이라는 소재로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테마는 관객을 직접 무대 위로 올려 바닥에 눕힌 채 끈적끈적한 몸짓을 빠르게 선보였다. 말 그대로 성적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이 장면에 관객의 몸은 절로 앞으로 기울어졌고, 공연장은 이내 "부럽다!"라는 함성으로 들썩였다. 400명의 여성들로만 가득 찬 극장에서 어느새 쑥스럼 따윈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미스터 쇼'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각양각색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퍼포먼스가 아닌 MC의 역할이 컸다. "기대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며 좌중의 환호와 함께 등장한 김호영 배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무대 위의 배우와 관객을, 또 각 퍼포먼스 사이를 잇는 브리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는 뜨거운 쇼에 연신 "오 마이 갓"을 외치고, 때론 모두를 박장대소케 하는 농담을 던지다가도 적나라한 쇼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관객들에게 심호흡을 시키며 좌중을 휘어잡는 끼를 마음껏 발휘했다.
무대 경험이 없는 배우들을 전진 배치한 선택이 조금은 아쉬운 점이었다. 8명의 배우들 중 절반이 헬스트레이너 출신이라는 이력에 걸맞게 탄탄한 벗은 몸은 여성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배우들 간의 합은 '미스터 쇼'가 가진 장점인 퍼포먼스 요소를 100% 살려내진 못했다. 하지만 7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관객과 호흡하며 빠르게 무대에 적응해나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를 자아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스터 쇼'가 지금까지 무대 위에 올랐던 어떤 공연들보다 관객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것은 자명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그보다 더 확실한 것은 이 공연에 대한 선입견은 일단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공연장에서보다 크게 울려 퍼진 관객의 환호와 웃음만으로도 이 쇼의 존재 의의는 충분한 것 아닐까.
[공연 정보]
공연명: 뮤지컬 '미스터 쇼'
연출: 박칼린
공연기간: 2014년 3월 27일 ~ 4월 19일
공연장소: 롯데카드 아트센터 아트홀
출연진: 김호영, 정철호 외.
관람료: LADIES ZONE 8만원, VIP석 8만원, R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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