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대구시 서구 비산7동에 있는 '대구염색산업단지'. 일요일이지만 염색산단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연기는 공중으로 흩어져 인근 마을과 상가로 모습을 감춘다. 산단과 인근 마을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회색 벽돌 담장 뿐. 염색산단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비산7동에서 31년째 살고 있는 송구곤(61) 비산7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놓고 산단주변에 사는 우리들은 매연과 악취에 고스란히 노출돼 살고있다"며 "월요일이면 모든 공장이 가동돼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과 악취는 더 심해진다. 30년 넘게 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염색산단 유해물질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환경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더 이상 참고 살수없다. 대구시가 이 고통을 끝낼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산단을 이전하든, 녹지공간을 확대하든 대책을 내놔야 한다. 부실대책으론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염색산업단지'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관련기관과 TF팀을 꾸리고 "특별점검"을 예고했지만,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부실대책"이라며 "산단 이전"과 "오염물질 규제"를 촉구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구염색산단과 3공단 주변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지난 31일 발표했다. 환경원은 지난해 4월부터 9개월간 대구시 서구 비산동과 평리동을 포함한 산단주변 17개동을 대상으로 수성구 13개동을 비교군 삼아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내용은 염색산단 제조과정에서 사용・배출되는 물질의 대기오염과 인체노출수준, 주변지역 주민 건강상태가 포함됐다.
조사결과표를 보면, 지난 2008~2012년까지 서구 상중이동과 북구 노원동 등 염색산단 인근지역 2곳의 미세먼지(PM10) 평균농도는 62.5㎍/㎥로 국내 연평균 기준치인 50㎍/㎥, 대구 연평균 50.7㎍/㎥, 수성구 연평균 48.6㎍/㎥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질소(NO2)도 0.03ppm으로 국내 연평균 기준치 0.02ppm, 대구 연평균 0.026ppm, 수성구 연평균 0.023ppm 보다 높았다.
또 산단에서 많이 사용・배출되는 물질은 톨루엔, 디메틸포름아미드(DMF), 클로로폼 등으로 나타났고, 이들 물질의 대기오염과 개인노출수준은 비교지역 수성구보다 높게 조사됐다. 특히 여름철 산단 주변지역의 톨루엔, DMF, 클로로폼의 농도는 각각 73.6㎍/㎥, 23.2㎍/㎥, 10.8㎍/㎥로 수성구의 11.4㎍/㎥, 4.8㎍/㎥, 5.8㎍/㎥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노출수준도 산단 주변지역의 톨루엔과 DMF는 각각 125.6㎍/㎥, 24.1㎍/㎥로 수성구의 27.5㎍/㎥, 5.6㎍/㎥보다 4~5배 높았다.

톨루엔은 호흡기계 자극, 피로감, 현기증, 보행 이상, 간 독성, 중추신경 장애를, DMF는 간염, 눈・호흡기 자극, 구토, 복통, 간 손상, 간 비대증, 고혈압, 안면홍조증, 피부염, 신장과 심장 손상을, 클로로폼은 눈・피부 자극, 매스꺼움, 혼돈, 두통, 무기력, 무감각증 등을 유발하는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 산단 주변지역 11곳의 복합악취농도는 대부분 지점에서 희석배수가 3배였고, 공단 내부와 평리6동 일부에서는 6배까지 나타났다. 산단 인근 주민의 호흡기 질환 발생률도 비교지역보다 높았다. 최근 1년 내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 경험은 수성구보다 3.8% 많았고, 만성 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비율은 대구 전체와 비교해 남성이 27%, 여성이 13%, 급성 기관지염은 남성이 7%, 여성이 20% 높았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지난달 말 대구지방환경청・서구청 공동으로 TF팀을 꾸리고 4월부터 염색산단 유해대기오염물질 취급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지도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구 5개 지역에 대한 악취모니터링을 월 1회 추진, 인근지역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고 방음벽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대기오염 방지시설에 대해서는 기술지원을 하고 개별사업장에 대해서는 자발적 저감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산단 인근지역 주민들은 "부실대책, 임시방편"이라며 대구시 대책을 비판했다. 앞서 염색산단과 인접한 비산6・7동, 평리6동 주민 1백여명은 지난달 29일 서구문화회관에서 열린 '대구염색산단 주변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산단 이전"과 "녹지공간 확대"를 촉구했다.
환경단체와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근본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정숙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6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니터링은 의미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고 근본적 해결책도 아니다"며 "유해물질 규제, 산단 주변 민가 또는 산단 이전, 규제 기준치 마련"을 주장했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대구시장 후보도 지난 4일 염색산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악취방지법 제6조에 근거한 염색산단 악취관리지역 지정, 대구시 환경기본조례 제정, 악취저감장치 단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관계 기관들과 합동으로 특별점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염색산단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과 친환경적 사업장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놓고 대책을 다듬어 가고 있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일단 지금은 지켜봐달라"고 했다.
한편, 대구염색산업단지는 전체 면적 85만5천㎡, 입주 업체수 124개, 고용 노동자 1만여명에 이르는 지방산업단지로, 1978년 '비산 염색 전용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후 36년째 대구지역의 대표적 산업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10년전부터 환경을 비롯한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불거져 '산단 이전' 주장이 제기됐으나, 대체용지 등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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