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을 따라 넓게 형성된 들에서 맛이 좋기로 유명한 쌀 주산지였던 충청북도 오창읍이 시름을 앓고 있다. 전국 발암물질 배출량의 20%를 배출하는 '발암물질 도시'라는 오명과 각종 환경 문제로 주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곡창지대로 유명했던 오창 지역이 언제부터 '발암물질 도시'가 된 것일까.
오창과학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로 청주공항과 5분 거리, 오창IC와 4Km 떨어진 부지 945만㎡에 총 공사비 6720억 원이 소요됐다. 산업단지 건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델로 해 첨단과학 집약 산업과 생명공학의 핵심 분야인 인간 유전자 분야가 총 망라된 과학산업단지를 목표로 건설됐다.
2002년 완공 이후 대기업인 LG화학이 입주하고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며 산업단지는 활기가 넘쳤다. 산업단지 내 위치한 오창 호수공원 같은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바탕으로 주거와 상업 단지에도 입주자가 몰렸다. 이를 바탕으로 면 지역에 불과했던 이 지역은 금새 인구 5만에 버금가는 중소 도시로 급성장했다.
가끔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지만 커다란 문제는 되지 않았다. 호수공원과 충분한 녹지 공원에 주민들은 만족했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이 돌아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2012년 10월 7일 SBS가 "발암물질 내뿜는 공장에 손 놓은 당국…왜?"라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발암물질이 화두가 됐다. 당시 SBS는 오창 지역에 위치한 미국계 회사 (주)셀가드코리아가 2010년 한 해 동안 디클로로메탄 1600톤을 배출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가 보도한 디클로로메탄이 실상 세계보건기구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창 지역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앞뒤 안 가린 기업 유치 '뒤탈'
오창읍 지역은 2008년까지는 발암물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화학물질 배출 이동량 정보 시스템 통계를 살펴봐도 2008년 발암물질 배출량은 연 32톤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주)셀가드코리아가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한 2009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이 회사는 2009년 디를로로메탄 594톤을 배출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1633톤, 2011년 452톤, 2012년 557톤을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2010년 이 회사가 배출한 양만 해도 전국 발암물질 배출의 20%를 상회했다.
셀가드코리아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자 회사와 정부는 여러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외국계 회사인 더블유스코프코리아(주)가 등장하면서 발암물질 배출량은 더 크게 증가했다.
이 회사는 2011년 한 해에만 발암물질 디클로로메탄을 2137톤이나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이어 2012년에는 1107톤을 배출했다. 이렇게 두 외국계 회사는 오창과학산업단지 입주 이후 4년 동안 6476톤의 발암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했다.

두 회사만 관리하면 청정 지역
2009년 11월 5일 당시 충북도지사였던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미국 셀가드사 Mitch Pulwer 사장과 투자 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날 체결된 투자 유치 양해각서에 대해 충북도는 미국 셀가드사가 향후 5년간 오창 공장 리튬전지 분리막 생산 시설에 1억5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또 충북도는 조세 감면과 외국인 투자 지역 입주 등을 약속하고 투자가 끝나는 5년 후에는 200여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홍보했다.
민선 5기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4월 23일 이 지사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 투자 유치단이 일본을 방문해 1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 지사는 일본 더블유스코프사가 오창 외국인 투자 지역의 한국 자회사인 더블유스코프 코리아에 10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더블유스코프는 오창공장 잔여 부지 4만5000㎡에 오는 2015년까지 신규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고용 창출 실적을 홍보했다. 당시 이 지사는 "고용 규모를 현재 113명에서 500명으로 늘릴 예정에 있어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사는 투자를 유치한 더블유스코프코리아가 2011년 한 해에만 발암물질 2137톤을 배출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직 기업 투자의 성과와 고용 창출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다.
2013년 충북도는 (주)GD 청주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고 (주)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도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뒤늦게 화학물질저감협약(SMART)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도 투자 유치 성과로 거론된 두 외국계 회사로 인해 오창과 충북도가 발암물질 도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충북in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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