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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청 앞 광장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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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청 앞 광장의 '화려한' 변신

[지방의회 돋보기] 박정희식 발상의 빈곤…볼때마다 '부글부글'

지난 4월 말 진주시청 앞에 화단이 생겼다. 그런데 진주시 의원인 필자는 이 화단을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할 수만 있으면 통째로 뒤엎어버리고 싶기까지 하다.

바로 이 화단이 들어서게 된 이유 때문이다.

노동자 집회 '원천봉쇄'…3일만에 '공사완료'

화단이 생긴 과정 자체가 어이없는 코미디다. 지난 2005년과 2006년 지역 내 일부 버스회사의 노동자들이 시청광장을 중심으로 100여 일이 넘는 투쟁을 벌였던 것.

진주시는 2005년 당시 이들을 막기 위해 커다란 화분 수십 개를 시청광장에 늘어놨었다. 그러다 급기야 광장 전체를 폐쇄하고 44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화단을 조성했다. '집회로 인한 민원제기와 업무상 불편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시청 광장을 돌연 화단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통행은 당연히 금지된다. 주말이면 어린 학생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지역 내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시민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광장'을 진주시는 박탈해 간 것이다.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게 화단조성의 목적이다 보니 화단과 시청건물 사이에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공간밖에 남지 않았다.

통행의 불편까지 감수하고라도 노동자·서민들의 집회를 막겠다는 이 계획이 처음 발표되자 시의회와 지역 내 시민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그런데도 진주시는 한 마디 상의나 여론수렴도 없이 단 사흘만에, 그것도 주말을 끼고 공사를 완료했다. 무슨 전시작전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너무나 기가 막혀 며칠 뒤 열린 임시회에서 강력히 항의했지만 소귀에 경 읽어대는 셈이었다. 시정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청 앞 광장의 용도변경을 하면서 의회를 꿔다놓은 보리짝 취급하는 시의 오만함도 문제였지만,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광장을 없앤다는 발상의 빈곤함이라니…. 마치 박정희 정권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 진주시청 앞 광장의 화려한(?) 변신. 노동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시청 앞 광장에 대형 화분을 설치했던 진주시는 급기야 올해 4월 광장 전체를 폐쇄하고 화단을 조성했다. ⓒ프레시안

'포괄사업비'는 도깨비 방망이?

예산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주시가 이번에 용도변경에 사용한 4400만 원은 '포괄사업비' 명목으로 지출됐다. 포괄사업비는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시정에 신속하고 유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무계획적이고 무원칙적인 집행에 따르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2007년 진주시는 3개 부서 8개 명목으로 102억 원의 포괄사업비를 책정했다. 시 전체예산이 6000억 원, 일반회계예산이 4500억 원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뭉칫돈이 의회의 심의도 받지 않고 쓰이고 있다는 얘기다.

의회에 보고도 안 될뿐더러 예산을 집행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눈먼 돈'이 될 수도 있는 구조다. 하물며 집회를 막아보자고 화단을 조성한다는 천박한 발상에도 이 포괄사업비가 사용되는 형편이니 언제, 어떻게 유용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포괄사업비는 한 마디로 시 당국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인 셈이다.

하여튼 이래저래 화단만 보면 속이 탄다. 몇 년의 의정활동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문제는 바로 잡기가 정말이지 어렵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시민들의 힘뿐이다. 일단 예산편성에서 포괄사업비를 전면 폐지하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행정사무감사와 의정보고를 강화해 시민들의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경우처럼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일을 밀어 붙이는 진주시의 못된 버릇도 언젠가는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지방의회 돋보기'는 최근 필자를 확대·보강했습니다. 새로 필진으로 합류한 강민아 시의원은 경상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민주노총 진주지역협의회 문예위원장, 민주노동당 경남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경남 진주시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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