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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여운 달래줄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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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여운 달래줄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

[언론 네트워크] 성녀 데레사? 인간 데레사만으로도 아름답다

문명의 시대를 사는 듯하지만 아직까지 인류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에 기반을 둔 세상에 살면서도 여전히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속수무책 당하고야 만다. 이런 뒤숭숭한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한이 전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감독 윌리엄 리에드)' 장면 중 마더 데레사가 새로운 천주교 수녀회를 허락받는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여기 교황의 방한만큼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바로 자신을 가장 낮춰 인류애를 몸소 실천한 사람, 마더 데레사를 재조명한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감독 윌리엄 리에드)'를 곧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교황 방한(8월 14~18일)에 맞춰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8월 21일)한다. 알바니아계 가정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녀가 모든 이들의 어머니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는 1948년부터 1997년까지 작성된 편지를 바탕으로 그를 추억한다.

가톨릭의 시선으로 교훈적 다큐멘터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영화는 떨떠름할지 모른다. 작품 속 데레사는 성녀라기에는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 50여 년 세월 동안 고뇌의 삶을 살며, 신이 함께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진솔하게 말한다. 반면, 종교적 색채와 관계없이 마더 데레사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온 관객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배움과 잔잔한 마음의 일렁임을 선사할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그가 성인(聖人)인지 아닌지를 입증하기 위해 모인 교황청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더 데레사가 작고한 다음 해인 1998년 인도 담그란 마을에서 한 여인이 기적을 경험했다고 밝힌다. 마더 데레사의 사진을 환부에 대는 순간 환한 빛줄기와 함께 통증이 사라졌다는 놀라운 이야기다. 세상을 떠나서도 기적을 전파하는 그에게 호기심을 품은 신부 벤자민 프라그(룻거 하우어 분)는 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마더 데레사와 50여 년간 서신을 주고받은 셀레트 반 엑셈 신부(막스 폰 시도우 분)에게서 그녀의 고뇌가 담긴 편지를 전해 받는다. 영적 지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그가 타고난 성녀가 아닌 번뇌의 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편지들은 그녀가 범인이 아닌 복자(가톨릭에서 준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 사람을 지칭하는 말)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 구실을 하기도 한다.

인도 콜카타에 위치한 성 마리아 수녀원 부속 학교의 교장 수녀이던 그는 1946년 9월 다르질링으로 피정(가톨릭 신자들이 일상생활을 벗어나 행하는 일정 기간의 종교 수련 활동)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는다. 고통받는 거리의 가난한 자들을 돌보라는 신의 음성에 따라 그는 당장 빈민가로 향하고자 하지만 봉쇄 규정으로 좌절을 맛본다. 하지만 거듭되는 청원에 교황청은 6년 기한의 허가를 내주고 그는 단돈 5루피를 들고 인도의 빈민가로 향한다. 마더 데레사는 '수녀' 대신 '마리아 데레사'로 불리길 원하며 수녀복을 벗고 사리를 입고 거리의 사람 속으로 융화되고자 한다.

여기까지는 팩트에 가까운 묘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올리비아 핫세가 연기한 영화 '마더 데레사(2005)'와 비교하면 작품의 진가가 더욱 두드러진다. 올리바아 핫세의 마더 데레사는 탐욕스런 권력자들에 의해 그의 활동이 역경에 처한다. 그가 몸담았던 수녀원과 언론, 투자자 모두 데레사 수녀를 흠집 내며 시련으로 내몬다. 반면, '마더 데레사의 편지'에서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외적인 요소가 아니다. 알바니아 정부의 불허로 28년간 만나지 못한 어머니와 언니에 대한 그리움, 영적인 공허, 신에게 버림받은 듯한 암울 등이 그의 고뇌의 대상이다. 마더 데레사를 극화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대로의 면모를 담기 위해 얼마나 깊은 통찰을 거쳤을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감독 윌리엄 리에드)' 장면 중 마더 데레사가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하는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줄리엣 스티븐슨은 마더 데레사의 환생으로 믿길 만큼 그의 생전 모습을 완벽히 재연한다. 말투와 표정은 물론 걸음걸이까지도 말이다. 줄리엣 스티븐슨은 영국의 명문 왕립연극학교에서 수학한 배우답게 전통적인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만 극 중에서는 우리에게 다소 혀 짧은 소리에 강한 억양으로 들리는 인도식 영어를 위화감 없이 소화한다.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성 프란시스의 기도문을 낭독하는 장면에서 "롤드, 메이끄 미 어 차널 오브 유얼 삐스(Lord, 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라고 발음한다. 또 부모님과의 갈등을 토로하는 제자 디파에게 "기도하렴"이라고 잘라 말하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말투로 마냥 자애로울 것만 같은 데레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해 버린다.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 윌리엄 리에드 감독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명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미국, 인도, 영국 등 스태프진의 합작품으로 데레사 수녀의 주 활동지 인도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촬영 기간 동안 스태프들은 풍토병과 말라리아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런 노고는 2014년 국제 가톨릭영화제에서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치하됐다.

생전 라디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나는 주님 손안의 연필일 뿐"이라고 답하며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세상의 관심을 돌리고, 자신의 편지가 세상에 알려지면 신보다 자신에게 조명이 쏟아질 것을 염려하던 마더 데레사의 모습을 담은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교황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잔잔한 파랑이 될 것이다.

[영화정보]
영화명: '마더 데레사의 편지'
장르: 전기 드라마
감독: 윌리엄 리에드
개봉일: 2014년 8월 21일
출연: 줄리엣 스티븐슨, 룻거 하우어, 막스 본 시도우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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