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에서도 대형 할인매장이 말썽이다. 지난 6월 초에 개장한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매장 때문이다.
SM21? 아니죠~ 홈플러스? 맞습니다~
STS개발은 지난 2005년 'SM21'라는 이름의 쇼핑몰 건축물 신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를 받고 이를 근거로 같은 해 10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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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모양의 건축 설계도면을 두고는 '이것은 홈플러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시공사는 이를 극구 부인해 왔다. STS는 김현석 대표이사 명의로 "우리는 대형마트의 대리업체 또는 자회사가 아니다. 본사에서 직영할 계획이고 임대할 경우엔 지역업체에 한정해 우선 입점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도 제출했다.
그러다 STS 측은 "전체 운영매장 가운데 지하만 홈플러스에 임대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꾸더니, 최종 개장시인 6월에는 건물의 80%를 홈플러스가 사용하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SM21'를 '홈플러스'로 둔갑시켰다. 임대 계약기간은 20년이었다.
중소영세 상인들을 중심으로 "홈플러스만은 막아 달라"는 피눈물 어린 호소가 이어졌다. 진주시는 당시 이들의 처지에 가슴아파하는 척 하면서 "5개월 간의 고심 끝에 건축허가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주시, 법적 근거도 없는 '사용 승인조건'으로 면피?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번 '사기극'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진주시는 2007년 3월 건축물 사용승인을 해 주면서 조건을 달았다. "대규모 점포로 분류되는 삼성테스코의 삼성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자체 브랜드 가치로 매장주변 교통체증 및 마비가 우려되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임대 또는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건축물을 사용승인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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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시행사인 STS는 홈플러스에 매장의 80%를 임대한다는 내용의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신청서를 냈고, 진주시는 이 신청서를 반려했다. 그런데 반려 통보서에는 친절하게도 "이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경상남도지사에게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당연히 STS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경상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사용승인을 해 주고 나서 점포개설 등록단계에서 이를 반려하는 것은 행정의 재량범위를 심각하게 오해한 것"이라면서 "사용승인조건은 건축법과 교통영향 평가법상 근거가 없는 위법조치"라는 결론을 내려 줬다.
진주시가 제시한 건축물 사용승인 조건 자체가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한 편의 '쇼'였던 셈이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사용 승인조건'이라는 것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뻔뻔한 답변을 내 놨다.
그럴 듯한 사기극의 주인공들
진주시가 지역상인들과 지역 경제의 붕괴를 진심으로 걱정했다면 이를 건축 허가단계에서부터 막았어야 했다. 시 당국은 부도덕한 사기업이 진주시민을 기만하고 농락하는 데 공모한 한통속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건축허가는 그냥 내 주고, 지역상인들과 시민 여론을 의식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이행각서'를 받고 '사용승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진주시는 정말 믿었던 것일까.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어이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삼성 홈플러스는 진주시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장 철수해야 할 것이다.
삼성테스코는 2009년까지 99개의 매장을 지어 '이마트'를 앞지르겠다는 공격적인 경영 목표를 내 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같은 '차명편법입점'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부도덕한 사기극을 일삼는 '세계 일류기업' 삼성, 거짓 '이행각서'를 제출했던 STS, '사용 승인조건'이라는 헛기침으로 세상을 속인 진주시 모두가 이번 그럴 듯한 '사기극'의 주인공들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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