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 너희들 도대체 누구냐'.
방송인 강병규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이병헌 협박' 논란 당시, <디스패치>가 당사자 간 주고받은 SNS 내용을 재구성해 보도한 내용을 본 직후였다.
<디스패치>의 취재 방식, 보도 내용 등은 그간 어느 하나 논쟁거리가 아닌 게 없었다. 취재 방식을 두고는 '파파라치저널리즘'을 표방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병헌 협박' 논란 때나 '클라라 성적 수치심' 논란 때는 당사자 간 SNS 내용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연아 열애 보도 때는 스포츠 선수를 공인 취급하면서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태임 욕설' 논란 관련, 제3자의 목격담을 통해 예원이 반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가 반말한 것으로 드러나 역풍을 맞아야만 했다. <디스패치>는 논란이 일자 27일 해명기사를 올렸지만 그래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30일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이태임 예원 보도'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디스패치>를 인터뷰한 이유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취재방식을 시종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름의 보도기준과 논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간 '카더라'식으로 인터넷을 도배하던 연예매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판단이 있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강남 논현동 <디스패치> 사옥에서 임근호 뉴스팀장과 서보현 뉴스팀 기자가 참여한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 上편(30일 발행)에 이어 下편을 싣는다.
(<디스패치> 인터뷰 上 바로가기 ☞ : "이민호‧수지 열애 보도, 'MB 비리' 덮으려 했다?")
*<디스패치> 기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 사진 촬영을 정중히 거절했다. 수차례 단독을 터뜨리면서 신변의 위협을 많이 받게 됐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이에 <디스패치> 인터뷰 기사에는 인물 사진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자가 주인인 매체 만들어 보자고 <디스패치> 창간"
프레시안 : <디스패치>를 만든 배경이 궁금하다. 스포츠서울닷컴 기자들이 <디스패치>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서보현 기자 : <디스패치>는 2011년도에 창간했다. 현 대표이사인 이명구 당시 뉴스부장과 현 임근호 뉴스부장을 포함해 총 9명이 모여서 창간했다. 지금도 기자 수는 창간 때와 비슷하다.
프레시안 : 그간 수많은 단독기사를 썼다. 멀리는 송혜교·현빈, 김혜수·유해진, 빅뱅 탑·신민아 열애부터 최근에는 이민호‧수지 열애를 보도했다. 어떻게 취재하는지 궁금하다.
서보현 : 다를 게 없다. 다른 곳과 똑같다. 연예매체다 보니 부서는 뉴스부와 사진부, 이렇게 두 개만 있다.
프레시안 : 부장이나 기자가 열애설 등 취재소스를 입수해오면, 전체 기자가 달라붙어 취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보현 : 기자 한 명이 사안을 담당하는 방식이 아니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편이다. 우리는 속보성 기사나 기사를 다량으로 쏟아내는 것으로 승부하는 매체가 아니다. 기사 하나에 오랜 시간 집중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기자 한 명이 장시간 한 가지 사안에 매달리기에는 물리적, 시간적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다 같이하는 편이다.
프레시안 : 기자들은 대체로 독립성이 강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크다. 그렇다 보니 기자 습성상 팀을 이뤄 공동의 무엇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서보현 : 보통 대부분 매체 기자들이 그렇다. 자기 단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부 연예매체에서는 단독 기사를 두고 선후배끼리 싸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다른 듯하다. 우리 기자들은 스포츠서울닷컴에 있을 때부터 공동으로 취재를 해왔다. <디스패치>에서도 이것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이 쓰지 못하니 하나를 쓰더라도 제대로 취재해서 쓰자는 마인드다. 그러자면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두 명보다는 세 명이 취재하는 게 기사질은 더 풍부해진다. 공동 작업이 수월한 이유다.
프레시안 : 그런 점이 합의될 수 있는 게 신기하다. 그러한 공동 작업이 회사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디스패치> 시스템이 회사에는 좋지만 기자에게는 좋지 않은 방식 아닌가. 기자들의 반발은 없나.
서보현 : 나는 <디스패치> 창간 멤버다. 그리고 회사 주주다. 이곳에 있는 기자들 모두가 주주다. 편집국의 주식지분이 상당하다. 그래서인지 그냥 월급 받는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 회사'라는 생각이 더 크다. 그래서 별다른 반발은 없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 창간에 함께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보현 : 이전 매체의 시스템에서 기자는 소모되는 분위기였다. <디스패치> 대표이사, 부장 등이 기자가 주인인 회사를 만들자고 했다. 기자가 주인이어야 이른바 '언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기자가 쓰고 싶어 하는 것을 데스크가 못 쓰게 하는 것에 대한 자유가 아니다. 쓰기 싫은 데 억지로 써야 하는 것(광고 기사, 검색어 기사 등)에서의 자유를 말한다. 연예매체는 그런 게 심하다. 그것을 해보자고 매체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창간 준비는 얼마나 했나.
서보현 :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2~3개월 걸렸다. 스포츠서울닷컴 시절,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기자 9명이 함께 나와서 창간을 진행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다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기자일만 하다 새로운 일을 하려니 맨땅에 헤딩도 이런 헤딩이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우리 매체를 알리는 것도 어려웠다. 초창기에는 웃긴 일도 많았다. 취재를 위해 연예기획사 등에 전화해 '<디스패치> 서보현 기자인데요' 이러면, '어디요? 디패치? 무슨 파스 회사예요?' 이러기도 했다.(웃음)
프레시안 : 누가 열애한다고 하면 그 현장을 잡기 위해 잠복취재를 밥 먹듯이 해야 한다. 가정이 있는 기자도 있는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서보현 : 그렇지 않다. 김연아 열애설을 취재할 때는 6개월 동안 잠복취재를 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그거만 보면 6개월 내내 우리가 24시간 김연아만 쫓아다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도 개인 일정이 있고, 기본적으로 매일 쏟아지는 연예뉴스도 소화해야 한다. 김연아만 무작정 쫓아다닐 수 없다. 한 달 내내, 24시간 쫓아다니며 취재하는 게 아니라, 데이트 패턴을 파악해 이벤트가 있는 날, 디데이(D-day)날 등에만 잠복취재한다. 그것도 24시간 내내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1~2시간 정도만 하는 식이다. 만약 6개월 내내 24시간 차에서 나오지도 말고 잠복취재를 하라고 하면, 못한다. 다들 가정도 있다.
프레시안 : 김연아 열애 보도 당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디스패치> 기자가 나와서 어떻게 취재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든 생각이 '어떻게 그런 패턴과 동선을 예측하고 잠복취재를 할 수 있을까'였다. 그렇게 콕 찍어서 갈만한 곳을 정하고, 시간대에 맞춰 취재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감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서보현 : 그때 출연한 기자가 나다.(웃음) 우리도 갑자기 하라고 하면 안 될 거다. 우리는 지난 몇년 동안 그런 취재를 지속해서 하지 않았나. 그만큼 노하우가 쌓이기도 했다.

"<디스패치>는 대중매체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 기사는 기존 언론사 기사와는 다른 듯하다. 발랄하게 쓰는 것도 많다.
서보현 : 우리 색깔이 세지 않나. 특종 등을 몇 차례 하다 보니 이미지가 강해졌다. 강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기사를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한다.
프레시안 : '디패GO' 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서보현 : 그렇다. 방송국도 여러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SBS에도 <그것이 알고싶다>가 있으면서 <인기가요>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이 있다. 그렇게 우리도 여러 장르가 나뉘어 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도 무거운 기사 중심이어서 가볍고 발랄한 기사를 써야 하지 않겠느냐 고민을 한다. 하지만, 자칫 정체성을 흐트러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서보현 : 그런 고민은 해보지 않았다. 우리가 고민이 너무 없나?(웃음) 우리는 대중 매체다.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종처럼 센 기사 말고도 독자들에게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늘 고민한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는 기존 연예매체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간 연예매체가 연예인 기획사와 '기브앤테이크'로 기사를 생산해냈다면 <디스패치>는 그런 관행을 완전히 깨버렸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싶다.
서보현 : 그런 기브앤테이크가 비단 연예매체의 문제만은 아닌듯하다. 정치, 경제 매체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취재원과 가깝게 지내려고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취재원과 매체는 공생관계이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된다.
프레시안 : 그 간극을 조절하는 게 어렵지 않나.
서보현 : 그래서 우리는 원칙으로 기획사 관계자에게 접대를 일절 받지 않는다. 식사자리를 가져도 우리가 계산을 한다.
프레시안 : 그쪽에서 부담스러워하지 않나.
서보현 :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놀란다. 계산할 때 카드쟁탈전도 나온다. 술기운에 서로 계산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기획사 관계자와 어깨싸움을 할 때도 잦다.(웃음) 기자들은 접대 받는 것에 익숙해 있지 않나, 그래서 접대해준 이들이 불편해하는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연예매체가 '갑'이면, 소속사가 '을'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동등한 관계를 고민하는 듯하다.
서보현 : 우리 매체 특성상 어떤 취재를 할지 모른다. 우리가 특정 기획사에 접대를 받으면 취재를 못할 수도 있다. 일례로 내가 소속사에서 주는 밥, 술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하면 그 소속 연예인에 대해서는 쓰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결국, 소속 연예인을 소위 말하는 '빨아주는 기사' 밖에 쓰지 못하게 된다.
"특종을 터뜨려도 경영은 쉽지 않아"
프레시안 : 그럴 경우, 소속사에서 광고나 협찬을 받기도 어려울 듯하다. 실제 <디스패치> 홈페이지를 보면 광고가 거의 없다.
서보현 : 우리는 독자가 기사를 볼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고 때문에 기사를 보기 어렵게 된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광고가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것도 있다.(웃음) 광고주 입장에서는 주기적으로 조회수가 꾸준히 나오는 매체가 광고하기 좋은 매체다. 우리 기사 조회수는 대부분 포털에서 가져간다. 그래서 자체 조회수는 많지 않다. 물론 수지-민호 열애 같은 특종 보도를 할 경우, 조회수가 급상승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그런 특종은 1년에 3~4번이다. 특종이 나간 날은 하루에 80만 클릭수를 찍다가도 특별한 기사가 없을 때는 5만을 찍을 수도 있다. 이러니 광고주 입장에서는 우리 매체가 광고를 싣기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데스크도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내는 것을 고민 중이다. 부대사업을 여러 가지 했는데 잘 안 됐다.(웃음) 잘 돼야 할 텐데….
프레시안 : 승승장구하는 <디스패치>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놀랍다. <프레시안>은 어쩌나 싶다.(웃음)
서보현 : 대표이사가 알아서 하지 않겠나.(웃음) 현 대표이사가 뉴스부장으로 있다가 올라갔다. 스트레스가 심할 듯하다. 일단 우리를 먹여 살려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상당할 듯하다. 아마 어미 새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웃음)
프레시안 : 맞는 말이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회사 경영을 걱정하고, 대표가 기사를 걱정하면 그 언론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다. 대표는 돈을 벌고, 기자는 기사를 쓰는 구조가 올바른 구조인 듯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해도 그것이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놀랍다.
서보현 : 인터넷에서의 수익은 검색어 '우라까이'(베끼기)다. '네이버 검색어'에 오른 단어 위주로 관련기사를 써서 클릭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클릭수가 높아야 광고가 붙고 광고수익으로 연결된다. 그걸로 대부분 매체가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디스패치>를 창간한 이유는 이렇게 언론사가 주객전도를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디스패치>는 뉴(new)매체가 아니라 올드(old)매체"
프레시안 : 그간 셀 수 없는 특종을 터뜨렸다. 현재 한국에는 수많은 연예매체가 있는데, 그들을 수차례 '물'먹인 셈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임근호 뉴스부장 : 우리가 잘하기 보다는 한국의 연예매체 현실이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매체든 기자가 마음대로 취재할 수 있도록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유별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연예매체 한 곳 당 하루에 쏟아내야 하는 기사가 적게는 500~600개, 많게는 700~800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어떻게 취재를 하겠나. 우리는 그나마 시간이 있으니 좀 더 깊게 취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여러 차례 특종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우리 취재방식은 이미 예전부터 해왔던 거다. 예전 기자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최진실이 조성민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기자 선배 한 명이 최진실 상태를 취재하기 위해 의사 가운을 입고 몰래 병실에 들어가서 취재를 했다고 한다. 그때는 그렇게 취재했다. 신성일-엄앵란 결혼을 특종한 기자도 이를 보도하기 위해 주변 측근에게 물어보고, 예식장 등을 알아보고 그러지 않았겠나.
어느 기획사 관계자가 '<디스패치>가 새로운 매체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제일 올드한 매체'라고 한 적 있다. '기자는 발로 뛰는 기자, 앉아서 쓰면 앉은뱅이 기자' 이렇게 알고 있지 않나. 발로 뛰는 것, 그리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 이것은 예전 선배 기자들이 해왔던 일이다. 앉아서는 기사를 쓰지 못한다. 늘 현장 취재를 해왔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지금 우리만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가 연예인 열애설만 집중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연예인 사생활에 깊숙이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근호 : 일간 종합지에서 볼 때, 스타의 열애설이 그리 중요하냐고 하겠지만, 연예부에서는 열애설이 뉴스의 꽃이다. 예를 들어보자. <프레시안>에 새로 막내 여기자가 들어왔는데, 어느날 사내연애를 한다고 하면 내부에서는 빅이슈가 되지 않겠나. 구성원에게 초미의 관심거리가 된다. 새로 들어온 막내 여기자가 누구를 만난다고 하는 데 누구인지는 모른다면 궁금하지 않겠나. 모든 구성원이 가장 궁금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중에게는 우리가 자주 보는 스타가 누구를 만나냐는 게 초미의 관심이다. 연예부 기자가 그런 열애설의 사실 여부를 증명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논란은 있다. 그런 열애설의 사실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서 사생활 취재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연예인을 공인의 범주로 둘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우리는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를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연예인을 유명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명인의 사생활 노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마교황은 어디를 가든 화제지만 시골 개척교회 목사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런 개념이다. 유명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중의 심리다. 물론, 그런 사생활 취재를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우리의 경우, 열애설 팩트(fact)를 사진으로 증명한다. 그럼 팩트를 잡아내기 위해 연예인 집 안에 들어가서 찍어야 하나. 아니면 길거리에서 찍어야 하나. 이것에 대한 우리 나름의 선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눈 뜨고 볼 수 있는 곳에서 연예인 커플이 돌아다닐 경우, '이것은 찍자'는 내부 합의가 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면 카메라로 찍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을 연예인 커플이 다닌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는 것을 감수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들이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만난다면 우리는 안 쫓아간다. 자기가 감수하고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그럼 감수하고 나왔으니 그 부분까지만 찍자'는 거다. 대신 집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내부를 보기 위해 망원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우리 취재는 그냥 발로 뛰는 취재로 봐주길 바란다. 이걸 '파파라치다,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다. 우리가 하는 취재는 이미 7~8년 전부터 있었다. 팩트를 어떻게 확인하느냐에 대한 방법에서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우리는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 김연아 열애 보도 당시 운동선수가 공인이냐는 비판도 있었다.
임근호 : 아까 말한 대로 우리가 취재에 들어갈 때 기준은 '공인이다, 아니다'의 개념이 아니다. 유명인인가 아닌가만을 생각한다. 현재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대중이 알 만한 사람들은 공인의 개념이 아니라 유명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대회 출전은 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사람은 CF를 찍지 않는다. 1년에 30~50억 원을 벌지 않을 거다.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유명한 사람이 됐다. 실력에 따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히 CF를 찍었다. 대중이 관심을 갖는 유명인이 된 것이다. 그런 사람을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중이 관심을 가지면 우리는 취재할 수 있다는 거다. 대중의 궁금한 것을 풀어주는 거다. 우리는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영국 <The sun>이나 <People>을 생각하면 된다. <Le Monde>(르몽드)와는 결이 다르다. 대중지이고 가십지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쓴다. 대신에 '카더라'식 보도는 하지 않는다.
우리가 김연아 열애 기사를 내기 전, 종편에서는 '김연아는 누가 데려갈까요?'라는 토크쇼를 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모 패널은 '해리 왕자랑 결혼하지 않으면 이상할 거 같다'며 '적어도 왕족은 만나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그것 자체가 관심도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고 우리가 팩트에 근거한 내용을 보도하면 문제가 되는가.
프레시안 : 클라라 논란 때, SNS 전문을 공개했다. 그때 상당 시간을 투자해 그 내용을 읽었다. '클라라가 나쁘네' 라면서…(웃음). 또 한편으로는 연예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SNS에 등장하는 클라라 소속사 회장의 개인생활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근호: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모든 방송매체도 관음증적인 부분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안 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종합일간지도 마찬가지다.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이 터졌을 때 일간지 기자들이 채동욱 내연녀 집 앞에서 '뻗치기'를 했다. 뭐라도 하나 건지려고 한 것이다. 그때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 학교에 가서 학적부를 발급받아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 모든 행동은 언론이 대중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려 했기 때문이었다. 다를 게 없다. 정치‧경제‧사회에서도 관음증을 자극하는 일들은 부단히 일어난다. 사실 연예보도에 대해서는 좀 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 엄격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디스패치>를 과대평가하는 듯하다. 연예매체는 예로부터 '옐로저널리즘'이었다. 연예매체에 저널리즘을 부과하진 않았다. 그런데 연예매체인 <디스패치>를 과대평가하면서 이거는 안 되고 저거는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도 우리의 보도와 취재를 스스로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한다. 어디까지를 보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한다. 아무 고민 없이 '이거 입수했어' 이러면서 무조건 보도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선정적이라고? 다른 연예매체가 더 선정적"
프레시안 : 파파라치식 취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상당수가 <디스패치> 취재 방식, 즉 잠복취재를 두고 파파라치식 취재가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임근호 : 우리는 일단 '파파라치다,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파파라치가 스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장사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돈을 받고 사진을 판다. 파파라치는 외국 명사의 경우, 집 앞에서 주야장천 대기하다가 명사가 나오면 사진을 찍는다. 그 뒤 그 사진을 매체 등에 팔아먹는 식이다. 우리는 그런 개념과는 다르다. 그들이 찍는 것과 우리가 찍는 것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방식도 다르다. 그들은 대놓고 찍고 대놓고 따라다닌다. 정말 미친 듯이 대놓고 따라다닌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목적과 방식도 다르다. 대놓고 하지 않는다. 이민호-수지를 대놓고 찍으면 그들은 꼭꼭 숨어버리지 않겠나. 그렇게 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저널리즘 관점에서 파파라치식 취재를 한다고 <디스패치>가 비판받지만 정작 다른 연예매체의 검색어 낚시질 기사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가 지나친 듯하다. 매우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낚시질한다.
임근호 : 심각하다. 열애설 관련 검색어 하나 뜨면 별의별 기사가 다 나온다. 만약 '000'이 검색어에 오르면, 그에 맞는 이슈가 되는 이야기를 기사화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는다. '000, 비키니 사진을 보니', '000, 과거 연인은 누구?' 이런 식이다. 수지 열애 기사 나오니 '수지, 방송에서는 강동원이 이상형이라더니, 거짓말쟁이' 이런 기사가 포털을 도배한다. 예전 김연아 열애 보도 때는 '김연아, 김원중과 3시간 동안 데이트? 알고보니 헉' 이런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기사를 클릭해보면 '3시간 동안 삼겹살을 먹었다'며 ‘여왕이 어떻게 삼겹살을 먹지?’ 이게 내용이다. 얼마나 후지냐.
서보현 : 우리도 검색어 기사를 쓴다. 이슈가 있는 검색어는 기사로 쓴다. 그러나 수지-이민호 연애가 보도된 뒤, 우후죽순 나오는 검색어 기사들은 결이 다르다. 어떤 매체는 열애 보도 이후 3년 전 수지가 트위터에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글을 남긴 것을 기사로 쓰면서 '3년 전 수지가 왜 이런 말을...' 이렇게 제목을 뽑는다. 그저 당시 수지는 가족과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건데, 그런 전후맥락 다 빼고 기사를 올린다. 그런 기사로 도배가 되다 보니 <디스패치>에서 보도한 민호-수지 열애 기사는 발행된 지 5분도 안 돼 포털에서 볼 수 없게 된다.
프레시안 : 그런 점에서 자정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포털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보현 : 포털이 감독을 제대로 못하는 점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그렇게 검색어 장사를 하는 매체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몇 명은 우리 취재 방식이 자극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검색어 장사하는 곳이 더 자극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취재 방식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포털의 문제도 개선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매체에 자정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예매체가 사회 뉴스를? 일종의 반성이었다"
프레시안 : <디스패치>는 연예매체인데, 세월호 기사도 쓰고, 2013년에는 사회 7대 뉴스도 선정했다. 7대 뉴스는 당시 회사 동기와 보면서 '이제 <디스패치>가 우리 밥그릇까지 빼앗아 간다'고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사회 이슈를 다루는 이유가 있는가.
(관련기사 바로가기 ☞ : 아시나요, 2013?…연예 7대 뉴스에 파묻힌 진짜 7대 뉴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불신은 어떻게 시작됐나?…실종자 가족의 48시간 (종합))
임근호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1년 내내 연예 뉴스를 쓴다. 그런데 특종 기사를 낸 뒤에는 늘 음모론이 제기된다. 특정 사회기사를 덮기 위해 특종 기사가 나왔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그에 대해 반박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연예뉴스 때문에 정말 중요하게 읽혀야 하는 사회뉴스가 안 읽혔다면 그거 역시도 다시 한 번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7대 뉴스를 만들었다. 일종의 반성이었다. 세월호 기사는 '연예매체다, 아니다'와는 상관없었다. 온 국민이 공분했던 참사 아니었나. 그래서 다뤘다.
프레시안 : 7대 뉴스는 이후에도 했는가.
임근호 : 작년(2014년)에 하려 했는데, 좀 게으르고 연말에 바쁘고 해서 못 했다.(웃음) 이렇게 된 거 2년에 한 번씩 하려고 한다. (웃음)
프레시안 : '옐로저널리즘'이라고 하지만 대중이 <디스패치>에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디스패치>가 연예계의 다양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고발해 주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강요에 의한 성상납, 노예 계약, 스태프-조연 처우 문제, 스타 시스템의 문제 등. 이런 문제는 방송사나 기획사와 유착된 기존 연예지에서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해서 더욱더 고질적이 된 측면이 있다.
임근호 : 그런 부분은 우리가 많이 취재했다. 하지만, 그런 기사가 나오면 읽고 회자가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독자가 재미없어 하니 조회수 몇 건 안 나오고 내려가는 식이다. KBS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의 체불임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 문제를 기사로 썼다. 연예계 산업 문제도 지속해서 써왔지만 반응이 약하다. 그렇다고 안 쓴다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연예 산업에 대한 문제는 계속 쓸 생각이다.
프레시안 : 기대하겠다.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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