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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주형 동지와 기아차 고공 농성을 둘러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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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故 윤주형 동지와 기아차 고공 농성을 둘러싼 진실

[반론] 입장 달라도 목숨 건 고공 농성 폄훼 말아야

지난 7월 8일자 <프레시안> 고정 칼럼 '박점규의 동행'(☞관련 기사 : 한 노동운동가의 유언 "노조도 동지도 차갑더군요!)에서 필자는 '신분 상승 투쟁'으로 변질되는 비정규 노동 운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난해 목숨을 끊은 기아차 비정규직 고(故) 윤주형 씨의 장례 과정의 논란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칼럼과 관련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에서 반박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프레시안>은 반론 보도 차원에서 양경수 사내하청분회장의 글을 전문 게재합니다.

최근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박점규 집행위원의 <프레시안> 기고와 일부 활동가의 고(故) 윤주형 동지 언급으로 인해 많은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사내하청 분회장은 반박 글을 통해 박점규의 부적절한 글을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묵묵부답이다, 실제 일부 활동가들 안에서는 윤주형 동지 장례 과정을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고공 농성을 폄하하고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점규, 또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시기에 윤주형을 들먹이며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최정명, 한규협 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걸고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 먼저 간 동지까지 들먹이며 찬물을 끼얹는 이유가 무엇인가?

첫째는, 정당하지 못한 자들의 투쟁이니 연대하지 말라고 광고하는 것이다. 최정명, 한규협, 기아차 화성분회는 올바른 노동자 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연대도 할 필요 없고, 도울 필요도 없다는 식이다. 실로 천박한 관점이 아닐 수 없다. 자파가 아니면 연대할 필요도 없고, 도울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인가? 자신들의 주장이 아니면, 자신들의 투쟁이 아니면 투쟁도 아니라는 것인가?

둘째는, 100% 관철되지 않으면 내려오지 말라는 악다구니다. 말로는 반드시 승리해서 내려와야 한다고 하지만,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이 안 되고 내려오기만 해봐라!'고 하는 식이다. 과거의 일을 속죄하려면 그 위에서 죽으라는 독설이다. 정파에 눈이 멀어 적아 구분조차 안되고 동지도 뭣도 없이 악다구니만 내뱉는 애처로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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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윤주형 동지의 장례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두고 일부 활동가들은 '시신 탈취'니 '부의함 도둑질'이니 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아 왔다. 심각한 수준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기아차 화성 사내하청분회와 윤주형 동지와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해왔던 동지들은 혹여 고인에게 누가될까, 불필요한 논쟁으로 현장이 분열될까 노심초사 감정을 억누르고 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고공 농성에 돌입해 결사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지들에게 또 다시 악의적 비판을 가함으로써 투쟁마저 흠집을 내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패악질이다. 노동 운동 안에서 각자의 고민과 입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을 상대로 선도적 투쟁을 하고 있는 동지들을 공격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투쟁을 훼손하는 언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또한 그런 행동은 결국 자본에게 분열의 빌미를 주고, 힘겨운 투쟁을 더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실제 박점규의 글을 근거로 일부 보수 언론은 고공 농성이 노동 운동 내에서도 동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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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형 동지는 힘겨운 해고 투쟁 과정 속에 자신의 자취방에서 홀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동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노동조합은 다음날 '노동조합 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물론 노동조합의 주관 하에 장례를 치른다는 결정을 하기까지도 곡절과 어려움은 있었으나, 기아차 화성분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화성지회 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

현장 조합원들과 함께한 투쟁 속에서 회사 측은 '인사 명령'을 통해 윤주형 동지가 일했던 업체, 공정, 같은 조에 복직을 약속했고, 원·하청 사측의 사과 표명도 약속했다. 이에 분회는 요구 사항이 관철되었다고 판단하고 대의원회의를 통해 발인을 결정했다.

그러나 일부 활동가들은 반대했다. 복직 약속을 받았지만 '원직 복직'이라는 문구가 적시되지 않는 한 원직 복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간 기아자동차 해고자들이 '인사 명령'을 통해 복직한 과정과 동일한 내용이었음에도, '원직 복직'이라는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안치실 입구를 가로막고 윤주형 동지의 발인을 제지하였다.

그 자리에는 윤주형 동지가 해고되었을 당시 조합 활동이 아니라며 복직 투쟁에 소극적으로 임해 결과적으로 윤주형 동지의 복직 기회를 놓치게 한 집행부 사람들, 심지어 해고된 업체에서 윤주형 동지 복직 반대 서명을 진행했던 사람도 있었다.

노동조합이 장례를 주관하고 대의원회의라는 공식적인 논의 체계 속에서 결정된 장례 절차를 물리적으로 막아나선 것이 일부 활동가들이다. 즉, 노동조합의 결정으로 발인 절차를 진행하려 한 것이 '시신 탈취 시도'이고, 더 이상 장례 절차를 노동조합이 주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부의함과 노동조합 사업비로 장례식장 비용을 지불한 것이 '부의함 도둑질'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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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형 동지의 장례는 참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일부 활동가들은 분회를 시신 탈취를 시도한 패륜 집단으로 몰아세웠고, 그들 스스로는 장례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해 시신 장사하는 집단으로 내몰렸다. 이는 기아차 비정규직 운동에서 두고두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쟁점이자 아픔이며, 우리 노동운동의 실제 하는 이견이다. 특히 동지를 잃은 슬픔이 큰 상황,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그 상처는 더욱 깊고 아프다.

남는 문제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분회가 투쟁을 하면 '패륜을 저지른 무자격자들의 투쟁'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투쟁을 하면 '시신 장사나 했던 정치꾼들의 놀음'이라고 서로가 으르렁대며 반목과 분열을 할 것인가? 평가는 다르더라도 당장의 투쟁을 중심으로 함께 투쟁하며, 서로의 차이를 극복해 나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투쟁 과정에 대한 평가는 달리할 수 있다. 각자의 생각과 입장이 있고, 그에 따라 견해도 다르고 평가도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고공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동지들을 흠집내고 폄하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그 당시 많은 활동가들은 현재 고공 농성과 불법 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헌신적으로 함께 투쟁하고 있다. 문제는 몇몇 활동가의 여과 없는 자기 감정 배설이다.

투쟁은 투쟁으로 온전히 바라보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결이든 연대든 나를 내세우고 나의 주장을 앞세워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누구는 누구의 투쟁이 불편하고 돕고 싶지 않고, 누구는 또 누가 불편하고 하는 식의 감정적, 편향적 대응은 결국 우리를 갈라놓고 투쟁을 패배하도록 만드는 길이다.

보수 세력과 자본은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며 조롱하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단결이고 연대임을 잘 알고 있다. 단결과 연대에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종이 두 장도 붙이려면 어느 한 장은 뒤쪽으로 겹쳐져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겹치는 면이 많을수록 두 장의 종이는 더더욱 단단하게 합쳐진다. 내 것을 더 많이 내놓을수록, 나의 주장과 의견보다는 나의 노력을 더 많이 쏟을수록 단결은 단단해지고, 연대는 튼튼해진다.

최정명, 한규협 두 동지가 고공 농성에 돌입한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불법 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당하다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낸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두 동지의 투쟁이 성과를 내려면, 하루라도 빨리 두 동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땅을 밟으려면, 함께 투쟁해야한다. 그래서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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