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는 평생을 한 지역에 정착해 살아갑니다
남방큰돌고래는 2000년도 즈음 독립된 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전까지 큰돌고래와 같은 종으로 학계에 알려졌었죠. 연구 방법이 발달해 DNA 유전 연구가 많이 이뤄지면서 차이가 밝혀진 것이죠.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는 생김새 차이도 분명합니다. 돌고래 가운데 가장 큰 '큰돌고래'는 몸길이가 1.9미터(m)에서 3.8m에 이르고 최고 몸무게도 650킬로그램(kg) 정도지만, 남방큰돌고래는 몸길이가 1m에서 2.7m, 최대 몸무게도 230kg 정도여서 몸 크기가 더 작고 형태도 조금 더 날렵해요. 배 쪽에 반점이 있고, 부리 길이가 큰돌고래보다 조금 더 긴 편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회유하지 않고 연안에 정착하는 종입니다. 큰돌고래는 대부분 먼 바다에 분포하지만, 남방큰돌고래는 한 지역, 한 해역에 머물러 삽니다. 육지 해안선 1킬로미터(km) 안쪽에서 거의 평생을 생활합니다. 그래서 다른 돌고래에 비해 관찰하기가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서식하고 있어요. 1년 내내 제주도 연안을 맴돌며 사냥도 하고 번식도 합니다. 열대나 아열대 쪽, 따뜻한 물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 보면 남쪽에 분포합니다. 그래서 '남쪽 바다에 서식하는' 의미로 우리나라 이름을 '남방큰돌고래'라고 지었습니다.

제주도 연안 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를 유지하면 그 하부 생태계인 큰 어류, 조금 작은 어류, 그 아래 무척추동물 같은 종들을 모두 조화롭게 관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산종'이라고도 해요. 우산을 펼치면 우산 아래는 비를 맞지 않잖아요. 최상위포식자 개체가 유지되면, 하부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춘다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 육지 최상위포식자인 호랑이는 멸종 상태이고, 반달곰도 개체 수가 무척 감소해 멧돼지와 고라니 수가 늘어나 적정 개체 수가 유지되지 못하는 거잖아요. 해양 생태계에서는 고래류가 그런 역할을 합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입니다
고래연구소는 2003년에 '고래연구센터'로 시작해 2005년도에 '고래연구소'로 승격했습니다. 고래연구소가 생기자마자 시작한 것이 제주도 고래 조사 활동이었어요. 제주도에 큰돌고래 종류가 서식한다는 사실은 해녀들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어떤 종인지는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2005년 예비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때 제주도 돌고래들이 동해 쪽에서 발견되는 큰돌고래와 생태적 습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2007년부터 본격 조사를 시작해 제주도 돌고래가 남방큰돌고래임을 밝히고, 개체 식별 작업을 한 겁니다.
남방큰돌고래는 등지느러미로 개체 식별을 합니다. 등지느러미가 있는 돌고래는 대부분 개체 식별을 할 수 있습니다. 막 태어났을 때는 등지느러미가 상처 없이 매끈하지만,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끼리 싸운다든지, 서로 공격할 때 발생하는 상처 자국이 개체마다 다르거든요. 때문에 암컷보다 수컷에게 더 많은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 자국이 없는 개체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상처가 있는 개체와 없는 개체 수의 비율을 구해 전체 개체 수를 추정할 때 그 비율을 삽입해 값을 구합니다. 어린 개체 경우에는 대부분 상처가 없기 때문에 그 퍼센트(%)를 구해서 더해주는 거죠. 이러한 개체의 비율은 무리 안에서 약 10% 정도입니다.
남방큰돌고래들은 보통 2~3년에 한 번씩 출산합니다. 남방큰돌고래 무리 100마리가 1년 동안 새끼를 몇 마리 출산하는지 출산율을 계산해 보니, 1년에 6.5마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수명이 다 돼서 죽거나, 포식자의 공격으로 죽는 개체들이 100마리 기준으로 3마리 정도 됩니다. 자연 사망률이 유지되면 1년에 3.5마리 정도 늘어날 수 있지만, 그물에 걸려 죽거나 배에 부딪혀 죽는 개체들이 4마리 정도라면 개체 수는 점차 줄게 됩니다. 2008년에 고래연구소가 처음 추정한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124마리였습니다. 2009년에는 114마리로, 2012년에는 104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그물에 걸려 폐사한 개체들도 있었지만, 제돌이가 불법 포획되던 2009년과 그다음 해인 2010년 2년에 걸쳐 대량 생포가 발생했었습니다. 수족관에서 생포한 개체를 사육하던 것이 들통 난 사건이 있었지요. 그래서 그 영향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었을 겁니다.
돌고래도 종마다 성질이 모두 다른데, 동해에 많은 참돌고래는 성질이 급해 사육이 무척 힘듭니다. 좁은 수조 안에 사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많이 폐사하죠. 그에 비해 큰돌고래류는 덜 민감해 생존율이 높으니까 수족관에서 선호합니다. 큰돌고래류는 배가 접근하면, 그 앞에 생기는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옵니다. 고래류 가운데 인간과의 친화력이 가장 뛰어나지요.
불법 포획이 발각된 뒤 처벌이 있었고, 지금은 근절된 상태입니다. 제주도 어민들도 남방큰돌고래의 특수성, 제주도에만 서식하고 개체 수가 100여 마리밖에 되지 않고 감소 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민들 정치망(자리그물) 안에서 돌고래가 발견돼도 대부분 방류해, 최근 들어서는 개체 수가 더 이상 줄지 않고 있어요. 제주도 연안에 설치된 그물은 대부분 굉장히 구조가 단순한 정치망이기 때문에 그물에 들어간다고 해도 남방큰돌고래가 바로 죽지는 않거든요.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는 한 무리로 볼 수 있어요. 3~4마리씩 작은 무리를 이뤄 따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침팬지 같은 영장류나 코끼리 같이 고도로 사회화된 동물들은 사회 조직을 가지고 있어 본래 큰 무리에서 서식 환경에 따라 떨어졌다 붙었다 생활합니다. 하나의 계군 안에 여러 무리가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것이죠. 먹이가 풍부하면 뭉쳐 있고, 부족하다 싶으면 넓게 퍼져 돌아다닙니다. 서로 모두 다 아는 사이일 겁니다. 아시아와 서부 태평양, 아프리카 일대에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데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는 연구가 이뤄진 계군들 가운데 개체 수가 가장 적습니다.
2013년, 2014년도에도 2012년의 104마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적정 개체 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8년 처음 개체 수를 추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보다 20마리 많은 124마리였으니,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주도 연안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활동으로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개체 수가 늘어날 때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연안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민감합니다
2013년 여름에 방류했던 제돌이, 삼팔이, 춘삼이 모두 야생에 잘 적응해 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말 태산이와 복순이가 훈련받고 있는 가두리 근처에 30마리 정도 야생 돌고래가 와서 30분 정도 같이 동일한 행동을 보였는데, 그 무리 안에 제돌이가 있었어요. 고래연구소에서 조사 활동을 나갈 때마다 제돌이를 보는 편인데, 건강 상태도 무척 좋고 다른 개체들보다 몸집도 좋습니다.
야생 적응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이 포획 능력입니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오징어 같이 유영 속도가 빠른 먹이도 바로 쫓아가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된 사냥 기술을 보여줬습니다. 방류 때 먹이 포획능력이 없으면 돌고래들이 인간을 찾아 의지합니다. 과거에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돌고래들이 낚시 어선이나 배 쪽으로 와 먹이를 달라고 구걸하는 겁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육상에서 인간 통제 아래 일정한 수온, 정수된 바닷물, 정해진 먹이를 공급받은 돌고래들은 면역력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돌이 때에도 잔병치레가 좀 있었는데, 태산이와 복순이는 다행스럽게도 잔병치레가 없었습니다. 태산이와 복순이의 부리 기형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야생 돌고래도 부리가 비틀어진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야생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육되던 제돌이를 야생방류한 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실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혼획된 돌고래를 발견한 어업인들이 구조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연안에서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합니다. 요즘 연안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며 해상교통량이 많아지고 그물 어구 설치도 많아지면서,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제주 연안에 만들어지는 해상풍력발전입니다. 그걸 설치할 때 생기는 소음과 가동하는 데 발생하는 소음들이 남방큰돌고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말뚝 박기(pile driving)'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40km 밖에서도 감지되며, 돌고래 분포와 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 작업에서 발생하는 저주파는 돌고래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역대입니다. 독일연방환경청은 북해의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주변에 서식하는 돌고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발전기 추가 설치를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해상풍력발전소를 조성하기 전 해양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사전평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장소가 제주도 북서부, 한림 쪽입니다. 과거에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발견되던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개체 수 발견 빈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상풍력발전과 인과관계가 있을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친화적인 생태 관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요. 고래관광은 생태관광의 대표 형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울산광역시 남구에서 2009년 고래 관광이 시작됐습니다. 고래와 해양생태계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충족시키면서 고래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장점이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개체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개체 수가 지금보다 더 많이 회복된 뒤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래 관광'을 하면 배가 돌고래 무리에 접근해, 돌고래들이 선수파를 타며 놀게 합니다. 거기에 에너지가 소요되며 돌고래들이 재생산에 써야 할 에너지까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돌고래가 배에 부딪혀 다치거나, 배 운항 소음이 서식지를 교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샤크 베이(shark bay)'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대상으로 고래관광이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고래관광의 대상이 되는 무리의 개체 수가 15% 정도 감소한 걸로 나타난 사례도 있습니다. 큰돌고래의 행동학 연구에서 큰돌고래가 유영할 때 선박과 마주치면 진행방향을 바꿔 회피한다는 보고도 있고요.
바다에서 만나는 돌고래를 반갑게 맞아주세요
지금까지는 분포와 생태연구 위주로 남방큰돌고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제는 이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어떠한 유형 관계를 맺는지, 개체별 연구를 해 보려고 해요. 엄마가 누구인지 아빠가 누구인지, 남방큰돌고래의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거죠. 제주도 계군과 일본, 대만, 중국 계군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도 해 볼 생각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에 정착해 살기 때문에 제주 계군, 일본 규슈 계군 이런 식으로 계군을 나눕니다. 종 안에 계군이 있는 것이죠. 남방큰돌고래라는 종 안에 세계 전체에 수십 개 계군이 있을 텐데, 대체로 같은 특징이 더 많겠지만 지역에 따라 생태적 특징이 약간씩 다를 수 있어요. 최소한 수천 년 전에는 제주도 계군하고 일본 계군하고 분화가 됐겠죠. 수천 년 동안 한 지역에서만 생활을 했을 테니, 집단유전 연구를 통해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고래를 연구하는 사람들만 돌고래를 만나는 게,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어 우리 연안에 이런 멋진 돌고래가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를 소중히 생각하고 바다에서 만나는 돌고래를 반갑게 맞았으면 합니다.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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