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있는 노원수락119안전센터 최선율 구급대원(41세)의 말이다. 수락산은 암벽이 많아 등반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아무리 높은 산이고 위험한 지형이라도 무조건 가야 한다. 등반 사고 대부분 술을 먹고 산을 내려오다 발생한다. 구급대원들은 평상시에도 훈련을 받아서, 보통 사람들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산을 올라갈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하면 함께 출동한 구조대가 먼저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구급대는 응급 처치를 하고, 들것을 이용해서 산을 내려올 것인지 소방 헬기를 요청할 것인지 판단한다.
최 대원과 윤성철 대원(36세)은 소방재난본부 공채 시험에 합격해 서울시 소속 9급 소방공무원이 되었다. 윤주리 대원(26세)은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실무 경력을 쌓아 두 달 전 특별 채용되었다.
"구급대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사람을 구했을 때 기분이란…."
최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하트세이버' 3개를 받았다. 하트세이버란 심정지로 위험에 처한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려 내고, 이후에 환자가 정상적으로 생활할 때 소방서에서 주는 인증서다. 최 대원과 윤주리 대원은 지난해 12월 2일 탁구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로 구해서 하트세이버를 받았다.
"딩동댕동~ OO동 10단지, 알코홀릭 여성."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며 방송이 나왔다.
"출동이에요."
최 대원이 이렇게 말하고 바로 구급차로 이동했다. 윤주리 대원과 윤성철 대원도 하던 일을 멈추고 출동한다. 나도 같이 차에 탔다. 윤성철 대원이 사이렌을 켜고 구급차를 운전한다. 최 대원은 그동안 출동지령서를 보며 신고자와 통화한다.
"여보세요? 여기 구급대예요. 지금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집에 계세요, 저희가 올라갈 테니까요. 네, 사이렌 안 울리고 갈게요."
신고자는 알코올 중독자인데, 지금 마음이 무척 불안하니 당장 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네에 소문나는 것이 불편해서 사이렌도 꺼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당장 일산에 있는 알콜 치료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통화가 끝나자 최 대원은 난감한 듯이 나에게 말했다.
"규정은 현장에서 치료 가능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게 되어 있어요. 응급 상황도 아닌데다 거기까지 다녀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잠시 후 현장에 도착했다.
"지금 어디가 가장 안 좋으세요?"
"마음이, 마음이 안 좋아요. 저 알콜 중독 치료할래요."
"마음이 아프시군요. 저희랑 같이 구급차로 같이 가실까요?"
"동네 사람들이 보는 게 싫어요."
"그럼 저희 먼저 차에 가서 기다릴 테니까 조금 있다 내려오세요."
구급대는 최대한 환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일산까지는 약 30분이 걸린다. 윤성철 대원이 운전을 하면서 무선출동지령 단말기로 상황실에 보고한다. 환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환자 인계 절차가 끝나면 윤주리 대원이 구급차 안의 들것을 소독제로 깨끗이 닦아낸다.

다시 센터로 돌아와 최 대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 대원은 경력이 10년이 넘어 별별 사건을 많이 겪었다.
"중랑 소방서에 있을 때였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화장실 바닥에 10대로 보이는 아기 엄마가 누워 있었어요. 임신 사실을 감춰 오다가 혼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거였죠. 이런 일이 두 번이 있었는데, 모두 나이 어린 10대 소녀였어요. 탯줄도 제가 잘랐어요. 우리 애들 탯줄도 안 잘라 봤는데 말이죠."
최 대원이 그때를 회상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또 사이렌이 울린다. 마들역 승강장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고 방송이 나온다. 또다시 구급차에 올라탔다. 대원들이 지하철 계단을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나도 뒤처지지 않게 뛰어 내려갔지만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신고 접수부터 사고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7분. 승강장에 10대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쓰러져 있다. 윤주리 대원이 환자에게 묻는다.
"저 보여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이름이 뭐예요?"
그리고 보호자에게 평상시 질환은 없었는지, 약물 알레르기 등은 없었는지 기초 사항부터 확인하면서 재빨리 혈압과 맥박, 혈당을 체크한다. 그런데 환자 눈두덩에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곁에 있던 보호자가 설명했다.
"오늘 쌍꺼풀 수술을 했거든요. 부분 마취를 했고요. 그런데 지하철 타고 오면서 토할 것 같다면서 쓰러졌어요."
대원들이 들것에 환자를 싣고 구급차에 태웠다.
"정확한 건 병원에서 의사가 봐야지 알 것 같아요. 그래도 의식도 있고, 혈당만 조금 낮으니까 그렇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최 대원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호자를 안정시켰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윤 대원이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인계 절차를 밟았다. 센터로 돌아오는데 나는 벌써 머리가 아프고 멀미가 날 것 같다. 윤주리 대원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니, 웃으며 말한다.
"원래 저도 멀미가 있는데 이것저것 환자 상태 체크하다 보면 금방 병원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최 대원은 사망자를 대할 때가 가장 괴롭다.
"2007년에 컨테이너에서 불에 탄 시신을 봤을 때 너무 처참했어요. 죽은 사람을 끄집어낼 때가 가장 힘들었죠. 자살이 의심되는 신고를 받을 때는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위층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서 현장으로 들어가기도 해요. 거실 천장에는 시신이 매달려 있고요."
이러다 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소방 구급대원들이 많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소방본부 차원에서 심리 상담 프로그램과 심신 안정 치유실도 마련해 대원들의 심신 안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인력 충원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어 대원들은 버틸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꼭 한 가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소위 말하는 '갑질'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가까운 병원이 아닌 꼭 강남 삼성서울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해서 구급대원이 환자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게 법률을 개정했는데도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요청을 거부하면 '너네들이 시민들 세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일을 처리해도 되느냐'면서 욕도 하고 악성 민원을 넣어요. 아휴."
하지만 목숨을 구한 시민들 중에는 센터를 직접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면 힘든 일 다 잊을 정도로 기쁘다.
"심폐소생술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어요. 가슴을 분당 100회 속도로 빠르고, 아주 강하게 눌러야 해요.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요."
그러면서 그이는 나에게 심폐소생술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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