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의 신빙성은 제쳐놓더라도, 이런 주장이 왜 나왔는지는 눈여겨볼 만하다. 보고서를 낸 의사단체가 근거를 두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대부분의 남미지역이 그렇듯 몬산토에 의한 대표적인 피해지역이다. 몬산토가 판매하는 농약과 유전자조작(GM, genetically modified) 작물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아르헨티나 농업 전반이 황폐해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 중 하나인 농산물과 그것의 근본이 되는 씨앗을 몬산토에 점령당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라도 분노를 표출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 영화 <쥐엠오 오엠쥐(GMO OMG)>(제레미 세이퍼트 감독, 2013)에서는 또 다른 분노한 사람들이 나온다. 카리브제도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는 2010년 진도 7.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인적·물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진흙으로 만든 쿠키로 연명할 정도였다. 이때 몬산토는 아이티 농가에 475만 톤의 유전자조작 종자와 비료를 '관대한 선물'이라며 무상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아이티 농민들은 분노에 차서 이 옥수수와 채소 종자를 불태워버렸다. 이 유전자조작 종자가 기존의 농업을 황폐화시키고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안정성조차도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도 이 '구호물자'인 옥수수 종자는 재배 2년 차부터는 몬산토에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영화에 의하면 몬산토와 같은 기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첫 번째는 제초제(pesticide producer)이다. 몬산토에서 생산한 생물분해성 제초제인 '라운드업(Round-Up)'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초제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이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지도록 유전자조작을 가한 종자(Herbicide Resister, GMO)1)이다. 처음에는 제초제 등 화학약품에서 주로 수익을 올렸던 몬산토는 1987년에 라운드업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를 발견해내고, 곧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라는 GMO를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종자를 농부들에게 판매하고 나서 농부들이 이 종자를 해를 거쳐 두고두고 재배한다면, 몬산토는 더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터미네이터 종자'였다. 이는 GM 종자를 이용해 맺은 열매를 다시 심었을 때 싹을 틔울 수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터미네이터 유전자가 다른 생명체에 유입되면 멸종까지 갈 수도 있다는 심각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몬산토는 그들의 수익구조를 유지하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찾아냈다. 몬산토는 전 세계 GMO 종자 특허의 90%를 소유하고 있는데, 바로 특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아이티 농부들에게 '관대'하게 제공했던 종자들도 마찬가지로 특허가 걸려 있었고, 그들의 재난을 이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몬산토의 전략에 대해 농부들은 불을 지르는 것으로 대응한 셈이었다. 특허에 대한 몬산토의 배타적 권리 행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GMO의 씨앗이나 꽃가루가 비(非)GMO 농작물에 다다라 그 농작물의 DNA가 라운드업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지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농부들은 몬산토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 되었다. 몬산토는 이런 식으로 수백 명의 농부들에게 소송을 걸었고, 농부들은 결국 농사를 포기하든가 몬산토의 씨앗, 제초제, 비료를 구입해야만 했다2).
소비자가 GMO 식품을 선택할 권리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건강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작년 3월 라운드업 제초제의 주요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2A 발암물질(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했다. 게다가 몬산토는 베트남 전쟁에서 고엽제로 악명이 높았던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제초제를 생산했던 기업이다. 이 점만 보더라도 농작물에 잔류해있는 제초제 성분이 우리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GMO와 제초제의 건강에 대한 영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실험이 있는데, 프랑스 깡(Caen) 대학의 질 에릭 세랄리니(Gilles-Eric Séralini) 교수의 연구이다. 논문의 요지는 GMO 옥수수를 200마리의 쥐에게 2년간 먹였더니, 실험용 쥐의 4분의 3에 종양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는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들은 연구 방법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약 1년간의 논쟁 끝에 해당 학술지는 결국 공식적으로 논문을 철회했는데, 세랄리니 교수는 몬산토를 비롯한 기업들의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85%, 콩의 91%가 GMO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GMO는 약 1000만 톤으로 세계 2위 규모이다. 콩기름, 고추장, 된장, 간장, 올리고당, 빵, 과자, 참치캔, 샐러드드레싱, 카놀라유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O가 들어간다. 앞서 세랄리니 교수가 쥐를 대상으로 사용했던 NK603 옥수수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GMO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 중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에 대해서만 GMO 의무표시를 하게 되어 있다. 그나마도 함량이 적은 경우(5순위 이하)에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4). 성분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GMO를 사용한 경우 예외 없이 표시해야 하는 유럽연합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기준이다. 또한 대부분의 가축사료도 GMO 옥수수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양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GMO 식품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상황이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13년부터 매년 5월에는 몬산토와 GMO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이 전 세계에서 벌어진다. '페이스북'에서 제안된 이 행동에는 52개 국가에서 약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는 연방정부의 허가 없이도 GMO 식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몬산토 보호법' 관련 부칙을 정부가 통과시킨 것에 사람들이 항의하며 의무표시제를 주장했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시위대가 몬산토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나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변화도 있다. 올해 7월 1일부터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버몬트주에서 GMO 의무표시제가 시행된다. 두 차례의 법안 부결 이후 2013년에서야 드디어 정부-기업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고 통과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민들과 함께 GMO 표시제를 강력하게 요구한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있었다. 물론 법안을 통과시킨 주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GMO 의무표시제가 안착된다면, 그리고 버니 샌더스가 현재 진행 중인 경선에서 이겨 대선에서 선전한다면,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5).
그 밖에도 러시아는 미국산 GM 옥수수의 수입을 유예했고, 페루 의회는 향후 10년간 GMO를 금지시켰으며, 폴란드도 GMO 옥수수와 감자를 금지시켰다. 영화는 말미에 GMO에 반대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떠한 것들을 해야 하는지까지도 친절하게 제시해준다. 어떤 것이 있는지는 영화로 확인을 해보고, 내 가족과 친구와 반려동물과 내가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진짜 먹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각주
1) 식품안전정보 포털에 의하면, GMO(유전자변형생물체)란 '생물체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하여 그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생물체에 삽입하여 유용한 성질을 나타나게 한 것'이다.
2) 몬산토의 대표적인 유전자조작 작물인 '라운드업 레디'는 '라운드업' 제초제가 아닌, 다른 농약이나 비료에는 맞지 않도록 조작되어있기 때문에 종자와 제초제를 동시에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특정 약품(농약, 비료)을 사용해야만 발육이 되거나 생육이 되는 씨앗을 '트레일러(trailer) 씨앗'이라고 한다.
3) Food and Water Watch에 따르면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의회에 로비하기 위해 약 5억47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출했다.
4)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안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는 현재 5순위 내로 되어있는 의무표시 함량 제한이 없어져 조금이라도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으면 GMO 의무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성분이 잔류하지 않은 간장, 식용유, 당류, 주류 등에 대해서는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은 유지됐다.
5) 미국 코네티컷주와 메인주 의회에서도 GMO 표시제를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조건은 주변의 다른 주들이 GMO 표시제를 도입하는 경우 발효가 된다는 것이다. 코네티컷주는 버몬트주보다 먼저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참고문헌
-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이레 펴냄)
<의료와 사회>는 건강권과 보건의료운동의 쟁점을 정리하고 담아내는 대중 이론 매체입니다. 한국의 건강 문제는 사회와 의료,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볼 때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와 사회>는 보건의료·건강권 운동 활동가 및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건강을 위한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바로 가기 : 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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