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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구한 직장 동료 3인 "안좋은 일 잊고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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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구한 직장 동료 3인 "안좋은 일 잊고 건강하게 자라렴"

지난 21일 창원 어린이통학버스 사고 때 활약 ... 경남경찰청, 감사장 전달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될까 두려워요. 제발 안 좋은 일은 다 잊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합니다.”

겨울비가 하루종일 내리던 지난 21일 오후 5시께. 경남 창원시 사림동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교차로에선 천둥소리 같은 굉음과 함께 차량끼리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란색 어린이통학버스는 충격 탓에 길 위에 옆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문이 땅에 닿아 출입구가 막혔다. 아수라장이 된 차 안에는 3~7세 유치원생 6명이 울음소리도 내지 못한 채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사림동 주택가 이면도로 교차로 어린이통학버스 교통사고 때 어린이들을 사고차량에서 구출한 원종현(맨왼쪽.이하 오른쪽), 최소라, 조병철 씨.ⓒ(=김병찬 기자)


사고 지점 바로 앞에서 작업 중이던 조병철(40) 씨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에 들어온 차량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사고 순간 차 안에 아이들이 없기를 바랐어요. 제 딸도 유치원을 다니는 6살 꼬마이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안전벨트에 매달려 있는 걸 보고는 정말 아무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어요. 어떻게든 빨리 구해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조 씨는 지체없이 휴대폰을 꺼내 119에 신고를 했다. 사고 직후 사무실에서 뛰어나온 직장 동료 원종현(44)·최소라(33) 씨도 재빨리 구조에 가세했다.

“여교사와 운전자가 ‘아이들이 안에 있어요. 안전벨트에 매달려 있는데… 제발 구해주세요’라고 외치더군요. 사고 충격으로 버스 앞 유리가 깨져 있었고, 그곳으로 들어가보니 맨 뒷자석과 두 칸 앞에 각각 한 명씩 아이 두 명이 안전벨트에 매달려 있더군요.”

사고 직후 버스 운전자와 탑승 여교사, 주민 등이 재빨리 버스 앞쪽에 앉아 있던 아이 4명을 차 밖으로 데리고 나왔지만, 뒷자석 창가에 있던 2명은 미처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 씨와 원 씨가 사고 차량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깨로 받치고 안아서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었다.

“매달려 있는 아이들이 그나마 가벼워 안전벨트를 쉽게 풀 수 있었어요. 어른이 그런 식으로 매달려 있으면 구출하기 힘들었겠죠.”

조 씨와 원 씨가 아이들을 구출하는 동안 최 씨는 사무실로 달려갔다. 가위와 티슈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으면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친 아이가 있으면 휴지도 필요하겠다 싶어 가위 2개와 티슈를 사무실에서 집어들고 뛰어왔죠.”

먼저 구출된 아이 4명은 여교사와 운전자, 주민들이 에둘러 싸고 있었다. 사고현장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놀랐는지 아이들 모두가 멍한 상태였어요. 아픈 데 없냐고, 괜찮냐고 물어도 대답을 못하더군요.”

최 씨는 그런 아이들이 사고현장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게 한 건 잘할 일이었다고 했다. “혹시 모를 트라우마를 걱정한 어른들의 지혜가 아닐까 해요.”

아이들은 조 씨와 동료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안정을 취한 뒤 사색이 돼 달려온 부모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차량 뒷자석에서 구출된 아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맨 뒷자석에 있던 아이는 오른쪽 눈 윗부분을 다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나머지 아이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뒤 부모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과분한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이럴 일이 아닌데 말이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게 제일 기분 좋아요.”

겸손까지 잊지 않은 세 사람의 의로운 행동에 경찰은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박진우 경남지방경찰청장은 26일 오후 2시 30분 청장실에서 이들을 만나 “어린이들을 구한 여러분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감사장을 전달했다.

한편, 이날 사고는 창원대학교 방면에서 창원대3거리로 운행하던 어린이통학버스와 태촌3교 방향에서 도지사 관사 방향으로 진행하던 승합차량이 사고지점 교차로에서 부딪치며 발생했다.

비 때문에 길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교차로 진입을 먼저 한 통학버스 왼쪽 뒷바퀴 부위를 승합차량이 충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사고는 교통정리가 없는 교차로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일시 정지 후 서행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며 “도로교통법 26조 통행우선권 조항의 우측 차량 우선 원칙이 적용돼 승합차량의 과실이 더 큰 것으로 보고, 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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