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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속에 800만원이"…몰래 한 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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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속에 800만원이"…몰래 한 이웃사랑

창원시청 사회복지과 성금함에 지난 27일 넣고 가…메모지에 "약소…어려운 이웃에 써달라"

‘약소 합니다 어려운 이웃에 써주셔요’

직접 손으로 쓴 메모지와 성금 800만 원이 든 봉투 이외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화를 해서 미리 알린 것도 아니고, 이름이나 나이를 밝힌 것도 아니다. 부자인지 그렇지 않은지,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본 사람조차 없다.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았고 표 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알 수 없는 ‘그’의 '은밀한 선행'은 빨간 열매 사랑의 성금 모금함에 기적처럼 들어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5시께 경남 창원시청 사회복지과에 설치된 사랑의 성금 모금함에 익명의 독지가가 성금 800만 원을 몰래 넣고 갔다. 성금과 함께 봉투 속에 있던 메모지에는 손으로 쓴 따뜻한 이웃 사랑의 마음이 15자 글자에 오롯이 녹아 있었다.

▲익명의 독지가가 지난 27일 창원시청 사회복지과 성금함에 몰래 넣고 간 이웃돕기 성금 800만 원과 메모지ⓒ사진제공=창원시


“직원들도 모두 업무에 바빠 성금이 들어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시 사회복지과 남미나 주무관은 누가 언제 선행을 하고 갔는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모금함이 설치된 곳은 민원인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도 통로의 한 켠이다. 더구나 사회복지과 직원들이 일을 하며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아니고, CCTV(폐쇄회로)조차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누군가 모금함에 지폐 몇 장을 넣을 때 우연히 눈이 마주치지 않는 이상 선행이 들통날 확률이 낮다. 선행의 주인공이 이 모금함을 선택한 이유일 수도 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성금이나 물품을 기탁하면서 기탁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에 견줘보면 선행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성금을 처음 발견한 것은 사회복지과 계약직 근로자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던 그가 모금함에 든 흰 봉투를 보고는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흰 봉투 안에는 다시 모 은행 봉투가 있었고, 그 속에 5만 원짜리 160장이 메모지와 함께 들어 있었다.

“CCTV도 찍히지 않는 곳이어서 선행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방법이 전혀 없어요. 해당 은행 점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또 그분이 꼭 그 은행에서 돈을 찾아 기탁했다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

남 주무관은 선행의 주인공을 알게 되면 감사장이라도 추천해서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에 기탁된 성금은 기탁자의 마음을 담아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사랑의 성금 모금함은 연말연시를 맞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나눔 활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해마다 12월부터 다음해 1월 말까지 설치된다. 모금된 성금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기탁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와 경기침체 탓에 ‘기부 한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온정의 손길이 뚝 끊긴 현실에 비춰 ‘얼굴 없는 기부 천사’의 등장은 저물어가는 한 해와 다가올 새해 사이에서 작은 희망과 감동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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