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가 진해 ‘장복산 벚꽃 케이블카’ 설치 사업 계획을 해군과 사전에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이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군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고, 시민들은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저지르기 행정’ 재탕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12일 진해구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신해양시대, 진해 발전 3대 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안 시장은 “15개 대형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며 ‘장복산 벚꽃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관광산업 분야 주요 사업 중 첫 번째로 제시했다.
이 사업은 진해구민회관에서 중간 역사인 하늘마루를 거쳐 장복산 능선부까지 총 1.64㎞ 노선의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자본 유치로 총 사업비 350억 원을 마련하고, 시는 출발지점 부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 자문기구인 미래전략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계획(안)을 마련하고, 창원시정연구원이 타당성 조사를 한 뒤 지난달 안 시장이 추진(안)을 밝혔다.
문제는 이 사업의 경우 국방부 소유의 땅을 이용해야 하고 해군 작전 개념상 고도제한 문제 등 핵심적인 부분이 걸림돌이어서 국방부·해군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12월께 국방부와 부지 사용에 관한 협의는 거쳤다. 하지만 해군과는 제대로 된 협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시 담당 부서인 공원개발과 공무원이 진해해군기지사령부 관련 부서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한두 차례 정도 만났을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부분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우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시와 시정연구원도 해군과의 협의 부분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시정연구원 측은 “케이블카 출발 지점은 시 소유 땅이라 상관없지만, 중간 지주 5~6개 가량을 세워야 하는 곳은 해군 소유 부지라서 시가 매입 또는 유·무상 임대를 해야 한다”며 “시 담당 부서가 해군과 수차례 실무적 협의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사실상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업 대상지역이 공원지역이고, 군부대 안이 아니라서 군사보안과는 크게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의 말은 시정연구원과 달랐다. 공원개발과 측은 “중간 지주를 세워야 하는 곳은 (해군 소유가 아니라) 육군 소유의 땅”이라며 “따라서 국방부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해군 측과도 앞으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해 사전 협의에 대해 미흡했음을 시인했다.
해군 측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군 작전개념, 군사시설 보호 등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검토됐어야 함에도 그 어떤 사전 논의나 협의도 없이 계획(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 시장은 진해구민 대상 발표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장복산 벚꽃 케이블카 사업은 거의 다 돼 간다’는 식의 입장을 피력했다.
안 시장이 사업 추진에 있어 군과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두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프로야구장 유치 실패의 뼈아픈 경험을 가진 진해구민들은 케이블카 사업 계획도 또다시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진해구민 A(54) 씨는 “시가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군사지역과 작전 공간이 포함된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면서 기본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이번에도 헛바람만 불어넣는 성급한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준다면 성난 민심은 시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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