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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다룬 영화 봇물처럼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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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다룬 영화 봇물처럼 쏟아져

'부시 시대'에 할리우드가 가는 길

이라크전이 발발한 지 2년반. 미군전사자만 1000명이 넘어선 지 오래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내걸고 부시행정부가 시작한 이라크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시 시대'의 '할리우드식 앙가쥬망'**

반부시, 반전의 정서가 강한 할리우드에서 최근 들어 이라크전, 또는 테러와의 전쟁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작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이라크전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극영화는 사실상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한 예외가 90년 1차 이라크전으로 불리는 걸프전을 다룬 샘 멘데스 감독의 최근작 〈자헤드(Jarhead)〉 정도.

그러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히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들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다. 국제무기상을 통해 폭력과 전쟁의 심층을 꿰뚫은 '로드 오브 워'를 비롯해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조지 클루니 감독의 매카시즘 시대물 〈굿나이트 굿 럭〉, 중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석유 메이저들의 탐욕을 해부한 스티븐 게이건 감독의 〈시리아나〉 같은 작품들이다. 이라크전쟁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반전영화들은 아니지만, 폭력의 뿌리를 대담하게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시시대의 할리우드식 앙가쥬망(참여)' 경향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자헤드〉 혹은 전쟁심리영화**

이 중 미국에서 최근 개봉된 〈자헤드〉는 감독과 출연진의 화려함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아온 작품. 〈어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샘 멘데스가 연출, 제이크 질렌할, 제이미 폭스 등이 걸프전 '사막의 폭풍'에 참전한 미 해병대원들로 출연한다. '자헤드'는 '해병대원'을 가르키는 미국 속어.
할리우드에서 걸프전을 소재로 한 영화는 2001년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쓰리 킹스〉 이래 약 5년만이다. 〈쓰리 킹스〉는 후세인이 감춰 놓았다는 보물찾기에 나선 미군들을 통해 그럴싸한 명분 뒤에 감춰져 있던 걸프전의 진짜 목적이 '돈'이었음을 풍자한 블랙코미디였다.

반면 실제 참전군인인 앤소니 스워포드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자헤드〉는 명분 없는 전쟁에 투입된 군인들의 내면과, 살인기계로 변해버린 젊은이들의 모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 심리 영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리아나〉, 야심적 정치 스릴러**

역시 미국에서 최근 개봉한 〈시리아나〉는 CIA요원 로버트 베이어의 자서전 '악마는 없다(See No Evil)'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자본주의 탐욕이 오늘날 지구촌의 폭력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가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앞서 선보인 〈로드 오브 워〉와 비슷한 맥락에 서 있다. 〈트래픽〉으로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았던 스티븐 게이건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가 제작했다. 클루니는 영화에서 중동의 부패한 정치인, 국제 석유메이저회사들 그리고 석유확보를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는 자본주의 강대국들 간의 음모와 싸움 속에 휘말리는 CIA 요원 밥 반스로 등장한다.

영화는 중동의 한 가상 산유국 정부가 미국 텍사스 석유메이저 회사에게 줬던 채굴권을 중국에 넘겨주려 하면서 시작된다. 채굴권을 둘러싼 큰 손들의 치열한 싸움과 함께, 석유회사 직원 우드먼(매트 데이먼)과 그의 아내 줄리(아만다 피트), 그리고 가난한 파키스탄인 유전 노동자 와짐 칸(마자르 무니르)의 사연들이 뒤얽히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를 위해 클루니는 이란어인 파르시를 배웠고, 약 20킬로그램의 몸무게를 불리기도 했다. LA타임스의 케네스 튜란은 〈시리아나〉에 대해 "장르 오락의 형식으로 지금 우리시대의 이슈를 다룬 겁 없고, 야심적인 정치 스릴러"라고 평했다.

***'전방위 영화인' 조지 클루니**

이렇게 보면 재미있는 공통분모 하나가 눈에 띈다 . 바로 조지 클루니이다. 할리우드 최초의 이라크전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쓰리 킹스〉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던 클루니는 〈트래픽〉을 함께 만들었던 게이건에게 중동 오일전쟁을 소재로 한 〈시리아나〉의 감독을 맡겼고, 그 자신은 50년 전 매카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지금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포와 감시의 정치 문제를 고발한 〈굿 나이트 굿 럭〉을 연출했다. 소더버그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섹션8 영화사를 통해 할리우드의 가장 활동적인 정치사회물 제작자로 활동중인 클루니는 80년대 미디어시대를 고발했던 걸작 〈네트워크〉의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라크전 영화는 사실 다큐멘터리 쪽에서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언더커버드 : 이라크전쟁의 모든 진실〉을 비롯해 〈배틀 그라운드〉 〈점령 : 드림랜드〉 〈콘트롤 룸〉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이중 상당수가 내년 초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 부문 수상작 물망에 오르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올리버 스톤도 가세**

그런가 하면 내달 개봉될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극장가에서 또 다른 성격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뮌헨〉은 72년 뮌헨 올림픽 때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구월단'의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사건을 다룬 작품. 테러와의 전쟁으로 가뜩이나 이슬람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깊어진 가운데, 〈뮌헨〉이 인종, 종교갈등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게 될지 관심이 쏠려 있다.

여기에 올리버 스톤은 9.11테러를 다룬 작품을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스톤 자신은 정치색을 가능한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워낙 '음모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터라 이번 작품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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