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늘 눈물 나게 한다. 가난한 어린 시절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던 그 끝없는 허기를 경험해서 그런지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나, 음식점의 분위기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마음이 헛헛할 때 담양 관방천 변 국수 거리에 자주 가는 국숫집이 있었다. 어느 날 그 단골집 가게 문이 닫혀 있을 때 느끼는 허망함이라니. ‘죽녹원도 방송에 여러 번 소개되고 2015년 대나무 박람회를 통하여 제법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이제 장사 좀 제대로 하나 보다’ 하고 있는데 건물주가 세를 턱없이 높여 올려주라 한다고 투덜거리던 주인의 넋두리를 들은 게 어제 같은데 그렇다. 결국, 쫓겨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자주 가던 단골집 식당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젠트리피케이션’라 불리는 현상이 지방 소도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신사 계급이라는 뜻을 지닌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구도심이 번성하여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거주하던 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19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이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설명하기 위해 1964년 영국 사회학자인 루스 글래스가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젊은 예술가와 소상공인들이 터를 잡아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내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던, 어지럽고 가끔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개성 있고 자유로운 활기가 넘쳤던 공간은 돈으로 처바른 거대하고 깨끗하지만 슬픈 공간으로 변한다.
인간의 공간이 자본의 공간으로 바뀌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사실 한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중이다. 자본을 앞세운 돈의 갑질, 자본을 가진 세력들은 돈이 된다싶으면 하이에나처럼 찾아가 영세 상인이나 임차인을 내 쫒고 마는 지금의 실태, 그곳이 돈이 되도록 일궈온 지난날의 노력과 수고는 건물주라는 이름으로 한순간에 소멸되고 만다. ‘적폐청산’을 ‘큰 정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소규모의 삶에서 피부로 느껴지도록 실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면에 숨어 있는 지역 상인이나 임차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고 지역의 문화가 다양하게 꽃 필 수 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과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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