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공포 세대'다. 폭력과 억압에 대한 공포가 아닌 '궁핍에 대한 공포'다. 배고픔이라는 절대적 궁핍이 아니라 '누가 더 좋은 것을 가졌느냐' 하는 상대적 궁핍이다. 인간 본연의 욕망과 질투에 관한 어쩔 수 없는 '궁핍에 대한 공포'다.
공포의 시작은 '일자리'다. 대기업, 공무원, 교사 등 원하는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허무감'이다. 이는 곧장 지위에 대한 불안 혹은 상대적 박탈감과 연결된다. 어느새 취업은 20대의 가슴을 애태우는 가장 큰 요소가 됐다.
2010년 8월, 필수스펙이 하나 늘었다
청년층 4명 가운데 1명은 사실상 실업상태다. 올 상반기 청년층(15~29세)의 체감 실업률은 23%. 공식적인 청년실업률(8.3%)의 3배다(7월 28일, 삼성경제연구소, <청년실업의 경제적 파장과 근본 대책>). 올 상반기 전체 일자리는 작년 동기 대비 28만 3000개가 증가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되려 3만 4000개 줄었다.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고용시장도 차차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층에게만은 예외다. 왜일까?
문제는 정부요, 정치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 시험을 보는데 그러지 말고,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2년 일한 뒤 (대기업) 입사 지원 자격을 줘야 한다." 지난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한 말이다.
'기막힌 생각'이다. 청년실업의 해법으로 정말 '딱(?)'이다. 이제 내가 만들어야 할 스펙이 하나 늘었다.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 1-2년 근무경력. 피식 웃고 만다.
청년실업을 그저 '개인의 문제'로, '눈높이의 문제'로, 다른 나라도 겪고 있는 '보편적인 증상' 정도로 생각한다. 청년실업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 청년실업이 정부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가 최근 중소기업에서 1-2년 일한 뒤 대기업 시험을 보게 해야한다는 등 '독특한' 청년 실업 해결 방식을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 ⓒ연합 |
'공포세대'의 외로움
20대 청년은 조용하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해 20대 청년은 '실신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발언에 토를 달 시간조차 없다.
또 다른 청년, 30대 이상의 세대는? 청년실업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자신의 가족과 직결된 문제라 하더라도 '불쌍해서 어쩌나' 또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며 20대를 향해 쯧쯧 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MB만 탓할 것도 아니다. 청년실업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어떤가? '2-30대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갈까봐 두려워하는' 보수진영에선 상대적으로 청년층 문제에 소극적이다. '2-30대여! 투표장으로 오라'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진보 진영은 청년실업을 해결할 현실적인 힘이 없다. 눈앞의 현안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20대가 취업문제에 전전긍긍하는 이유는?
청년실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의 무관심의 문제에서 나아가, 20대가 취업의 문제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보자.
첫째, 기업이 청년의 채용을 꺼린다. 기업은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숙련 노동자, 경력자의 채용을 선호한다. 소비자로서의 20대는 좋지만, 20대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정부 눈치 또는 정부 지원금을 좇아 '인턴' 일자리 몇 개 만들고는 손을 턴다.
둘째, 정부의 '사상누각식 정책'이 문제다. 투입된 예산에 비해 성과는 형편없다. 정부는 '대졸미취업자 조교지원사업', '인턴교사채용정책', '행정인턴제' 등 여러 인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인턴과정 이후 인턴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개 대형 공공기관 가운데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검토하는 곳은 4곳에 불가하고, 이 4곳 역시 극소수의 인턴생만 뽑는다는 것이 이 상황을 증명한다.
셋째, 기업이나 정부의 인턴경력이 도리어 발목을 잡는다. 유리한 스펙은 커녕, 사실상의 실무경험을 쌓지 못하고, 복사 같은 허드렛일을 하며 시간만을 허비하게 된다.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이들에게 정식 업무를 맡기지 않는 탓이다.
넷째, '일자리 미스 매치'가 문제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고, 차선책으로 대학원에 들어간다. 하지만 '석사 자격증' 역시 일자리 찾기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막상 '눈에 차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과 괴리된 채 고학력자만 양산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청년실업 해법, '복판'을 때려라!
그럼에도 청년실업이 개인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다.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개혁은 개인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중장기적 처방'을 제시해야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단기적 긴급처방'을 제시할 뿐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나아가 일자리와 청년의 능력을 일치시킬 수 있는 '고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청년실업의 근원, '복판'을 때리고 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먼저 '청년의무채용제'를 보자. 지난 2004년 이미 법률을 통해 도입된 제도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일부개정 2010.06.04.) 제5조 제1항에서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장은 매년 각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 산하기관조차 지키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0%, '한국폴리텍' 0.23%, '근로복지공단' 0.93%, '한국산업인력공단' 0.96%, '한국노동연구원' 2% 등의 수치를 보인다. 전체 정부기관 382개 기관 중에는 무려 40.8%인 156개 기관이 법을 어기고 있다(7월 15일, 고용노동부)
이에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이달 계획 중인 대책수립을 보면, 한마디로 '뜬금없다.' "청년채용권고의 비율을 3%에서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란다. 지금 시급한 것은 3%라도 똑바로 지키는 것 아닌가? 차라리 정부는 현재의 '권고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인턴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인턴은 채용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인턴은 비정규직만도 못한 시한부 일자리일 뿐이다. 정부가 앞장서 더욱 나쁜 제도를 도입하는 꼴이다. 인턴사원의 일정비율(이왕이면 높은 비율) 이상 채용의무, 인턴과 직장선배의 멘토링 시스템은 어떤가? 이와 같은 인턴이라야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부는 언제나 준비 중, 청년은 춥다
청년의 가슴을 치는 발언은 잘도 한다. 대신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4대강 사업의 34만명 고용유발효과'가 청년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오히려 청년의 취업이 줄었다는 사실은 단적인 증거다.
그렇다. 정부는 지금도 '준비 중'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은 언제나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을 사는 20대 청년으로서 더이상 쿨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 많던 '20대의 낭만'은 어디 갔을까. 낭만은 가고 공포만 남았다. 그래서 나는 이 여름이 공포영화 없이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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