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의를 외치는 변호사도 거대 기업과 자본 앞에선 악마가 되고 인간의 양심을 팔아버린다. 김앤장은 선량한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악마 같은 변호 기업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수십 명이 사망한 참사 속에서 피해자들은 절규했다. 죽음을 은폐하기 바빴던 김앤장은 옥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 현장에서의 노조파괴도 서슴지 않았다.
"모든 문자, 카톡은 지우세요. 모든 일은 지시하신대로 김앤장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조파괴로 기소된 갑을오토텍에서는 노동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사측과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30차례 이상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기록만 삭제되었다.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지키던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이하 지회)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관련한 단체협상을 돌연 파기하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이후 파업에 돌입한다. 사측은 보란 듯이 경비업무를 외주화 하고 관리직 사원을 신규 채용해 대체생산을 했다.
'최상위 보안'이라는 단어가 기재된 'Q-P 시나리오'는 갑을자본의 극렬한 노동 적대, 노조와해 정책을 보여준 대표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다.
여기에 김앤장이라는 이름이 드러난다. 사측은 김앤장 및 노무법인 예지와 함께 계약금 5000만 원, 월 자문료 4000만 원에 성공 시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노조 와해를 위한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이윽고 시나리오대로 위법한 직장폐쇄를 하며 노조원들을 내쫓았다. 특전사 경찰 출신의 사측 용병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이들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시켜 지회와의 단협을 해지시켰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법과 폭력의 증거들은 차고 넘쳤다.

갑을오토텍과 김앤장의 의사소통이 사측 대표 이사의 증거인멸 지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들이 행한 법률자문이 오로지 노조파괴를 위해 기획된 것이었음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준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증거인멸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형법상 증거인멸의 죄에도 가담했다. 법률자문을 하는 이들이 증거 인멸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작태, 김앤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까?
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자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파업 유도, 직장 폐쇄, 경비용역 동원, 사측노조 설립 등 익숙한 노조파괴의 절차들을 밟아나간다. 이 과정의 배후에는 현대차가 존재한다.
최근에야 기소된 현대차 직원들은 유성기업으로부터 이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물량 감축을 통보하고, 유성기업에 제2노조의 기간별 목표 가입인원을 정해주기도 했다.
현대차 임직원 역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범'이었던 셈이다. 경찰 등 공권력은 현대차의 용병이었다. 현대차가 관계된 거의 모든 소송을 대리해주고 있는 김앤장은 현대차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노조파괴 7년, 지회의 소송은 대략 1000건이 넘는다. 개인에게 건 소송 건만 해도 최대 70여건이 넘는다. 노동자들은 인지대부터 시간,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법권력 등 사측이 거는 온갖 소송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를 조직하고 협상하고 쟁의할 권리 자체가 사측의 소송 남발에 가로막히는 것, 이 역시 부당노동행위로 작용한다. 유성기업의 경우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임금, 징계, 해고, 부당노동행위 등 사측과 결정적으로 다투는 십여 건이 넘는 소송에 김앤장이 개입돼 있다. 현대차의 마름 김앤장의 지휘 하에 사측의 탄압 논리가 법리로 정당화되어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문자로 178명을 해고했다. 아사히 글라스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소속은 저마다 달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시기까지 근 9년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반면 사측은 7000억 원이 넘는 사내보유금을 가지고 매년 1조 원씩 매출을 올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후 문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노위, 중노위, 공정거래위원회,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제소, 행정소송,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 아사히글라스의 모든 법률적 문제들에 대한 자문을 김앤장이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178명을 해고하고 노동부와 검찰을 통해서 2년이 넘도록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을 처리하지 않도록 만든 장본인, 그럼에도 김앤장은 “우리는 그저 의뢰인 대리만 할 뿐이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또한 김앤장은 먹튀자본 대만이잉크가 하이디스를 인수할 당시부터 컨설팅 및 자문을 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대만 이잉크는 하이디스 인수 후 수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최근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가 해고무효 민사소송에서 승소 후 관련사건 4건 모두 법률대리인이 김앤장에서 화우로 변경되었다. 대형로펌끼리 돌려막기 식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먹튀 자본을 비호하는 문제는 고질적인 노동적폐다.
갑을에서는 이름이 유출되고 유성기업에서는 노조파괴를 획책한 현대차의 배후, 수많은 정리해고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노동 탄압의 법리를 펴 온 김앤장. 이들은 그간의 경험으로 세스코 같은 신규사업장 사측도 대리하며 무노조 경영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김앤장이 사회적으로 갖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고위급 정부 관료들이 퇴직 후 김앤장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이들이 손을 뻗칠 수 있는 곳은 청와대, 사법부, 노동부, 검찰, 경찰 등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회전문 인사라 불리는 인사 영입 시스템으로 자기들끼리 권력 나눠먹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김앤장-대자본/외투자본, 그들끼리의 커넥션 하에서 노동자들이 기를 쓰고 싸워도 법으로 이길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 하에서 변하지 않았던 인사 중의 하나가 김앤장 출신이다. 국정원 기획실장 신현수는 갑을오토텍 변호사로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은닉, 위변조할 것을 공모하고 사측에게 휴대전화 메시지 및 카톡 메시지를 삭제할 것을 권유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재벌의 탐욕과 불법을 옹호하는 김앤장은 부동의 매출 1위 로펌이다. 이들이 수입 1위를 지키며 연봉 킹 행진을 달성할 동안, 노동자들은 노조파괴 범죄로 인해 죽거나 다치거나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으며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다. 불법을 자행하는 재벌들의 병풍과 방패막이 돼 주는 김앤장 같은 대형 로펌이 존재하는 한 적폐 청산은 공문구에 불과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심대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김앤장을 우리는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것일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