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옷가게 등 하는 일마다 망하고는 당장 먹고 살길이 없어요. 그야말로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도우미로 일하고 있지만 매일 밤마다 취객들에게 목숨을 내놓은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경북 포항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A(39·여)씨는 밤잠을 설쳐가며 취객들의 술주정을 견디면서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사정을 털어놨다.
포항 남구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안전에 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포항남부경찰서는 노래방 도우미 B(31·여)씨를 살해한 혐의로 A씨를 검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포항시 남구의 한 노래클럽에서 평소 좋아하던 노래방 도우미 B씨를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나체 상태로 숨져 있었다.
피해자는 얼굴과 목에 상처가 나 있고 목이 졸려 경부압박으로 숨진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노래방도우미의 폭력피해와 살인사건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필로폰 투약 후 10대 노래방 도우미를 때려 살해한 40대 남성, 노래방 도우미를 살해해 시신 유기한 택배 기사 등 흉악한 살인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지역과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사건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유사한 패턴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당한 도우미들은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탓에 법적 보호도 제대로 받지못하고 있다.
노래방도우미의 피해와 관련한 판결 가운데 피해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성 산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재판부의 판결이 더욱 도우미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성폭행을 당한 한 여성이 노래방도우미였다는 이유로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가해자를 두둔한 일이 있었다.
피해여성은 억울함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긴 채 결국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또 최근 창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노래방도우미’라는 직업 때문에 사망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패하기까지 했다.
노래방도우미는 ‘생명이 위태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을 판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보호를 전혀 받고 있지 않은 것이다.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온 남성 또한 도우미들을 ‘초이스’하면서 술과 함께 여성 역시 상품으로 구매했다고 인식한다.
‘어떤’ 여성이 성폭력을 당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우리사회에서, 성매매여성이 경험하는 성적인 침해를 법에 호소하는 일은 이처럼 뿌리 깊은 편견으로 인한 실질적인 위협과 맞서고 있는 셈이다.
노래방 도우미라는 직업 때문에 기본적인 생존의 안전망까지 빼앗기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와 자치단체의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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