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 개헌의 핵심은 주권자인 국민이 대한민국의 모든 주요한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정책과 제도는 당연히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만들고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사실 민주주의의 척도는 선거가 아니라 국민발의다. 대리인을 뽑는 선거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대의제 엘리트 귀족정의 대표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발의와 함께 국민투표, 주민투표의 확대가 2018년 6월 제7공화국 개헌의 골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촛불 주권자의 희망과 명령에 부응하는 일이다. 국가의 주인인 주권자가 연대하고 연합하면 국가 체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개헌은 그 같은 주권자의 힘을 제도화하고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는 민주주의 혁명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권력 구조 개편 개헌도 중요하다. 국민의 각종 기본권을 확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그러나 개헌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일상생활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기본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른바 잘나고 똑똑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개헌 관련 정책과 제도, 제안들을 보고 듣고 읽고 있다. 이런 개헌안이 반영된 개헌이라면 유토피아에 살 것만 같다. 그런데 정작 개헌을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런 유토피아에는 관심도 없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대통령과 행정, 사법의 권력을 제한하고 그 권력을 국회의원들이 갖게 되는 권력 구조 개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현실주의자이자 현재의 권력자답게 그들의 유일무이한 관심은 다음 총선에서 자신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데 유리한 선거제도 개편이다.
곧 시작될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아마도 이 같은 권력 구조 개편과 선거제도를 놓고 극심한 이견과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다. 3월까지의 개헌안 발의 시한을 앞두고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개헌안에 반영할 온갖 종류의 정책과 제도를 놓고 중구난방의 의견이 백화제방(百花齊放)식으로 나올 수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권자들끼리 서로 의견이 다르고 다채로운 이견이 표출되면서 나타나는 그런 갈등이 조정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다. 반대의견을 경청하는 자체가 다른 의견의 주권자를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통합 능력을 보여준다.
최고령도자 김정은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습 수령 왕조 체제와 대한민국이 근본에서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근혜'의 말 한마디에 국방과 국가안보를 내팽개치고 국민을 사찰하고 감시하고 죽이고, 댓글부대를 만들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국가를 숙주 삼아 국가 예산을 빼돌리는, 정말 조폭 양아치 같은 정권이 다시는 태어날 수 없게 만드는 데 그런 떠들썩함은 오히려 잔칫집의 즐거운 음악이다.
내년 개헌안에 진실로 국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정책,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제도가 하나라도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개헌안을 전문가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이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런 개헌안 조항을 반드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관철시키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제 주권자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정책 가운데 하나가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 수만 자그마치 4백만 명이 넘는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비슷한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까지 합하면 그 수는 배가 넘는다.
우리는 해마다 최저임금을 얼마를 할 것인지를 놓고 기업주 대표와 노동자 대표가 다투는 신문 보도를 연례행사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노사정이 참여하고 있다는 외형만 갖추어 놓았지 결국은 기업주 입장을 대변하는 국가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 시대에 맞추어 이제는 이 같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헌법으로 아예 바꿔 놓아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1항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판사 등 모든 공무원은 분명히 주권자인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있다. 대통령은 권력자가 아니라 봉사자인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주는 활동비는 임금이 아니라 봉급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공무원의 대표이다. 주권자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로서 대통령 봉급의 기준은 당연히 최저임금에 맞추어야 한다.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해 봉사하겠다면서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주권자를 외면하고 국민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봉급을 받으면서 훨씬 더 호화롭게 제왕처럼 생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7조 1항의 공무원 조항에 "공무원의 보수 기준은 최저임금이다"라는 조항을 덧붙여야 한다.
대통령 봉급은 최저임금이어야 한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면서 수많은 주권자들의 생활상의 문제가 무엇인지 체험하면서 국가 정책을 펴나가야 마땅하다. 이게 너무 과격하고 현실성이 없다면, 그러면 단계별로 우선 처음에는 대통령 봉급을 최저임금의 3~4배 이내로 제한하면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 그 울화통 터지고 지겨운 최저임금 논란은 논쟁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저절로 해결된다. 대통령의 봉급에 따라 다른 공무원들의 봉급도 자동으로 최저임금 기준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46조는 "공무원의 보수는 직무의 곤란성과 책임의 정도에 맞도록 계급별·직위별 또는 직무등급별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헌법 규정에 따라 전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 최저임금에 따라 정한다고 수정하면 된다.
2017년 1월 20일 개정된 인사혁신처 예규 제35호 '2017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따르면 대통령 연봉은 무려 2억1919만9000원이다. 한 달에 1826만6000원 정도나 된다.
2018년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37호 '2018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에 따르면 시급 7530원, 월 환산액 157만3770원이다.
대통령은 청와대에 5년 동안 살면서 월세도 내지 않는다. 밥값도 안 낸다. 전기세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도 안 낸다. 철도, 지하철, 버스는 아예 타지도 않지만 당연히 공짜다. 비행기는 연간 280억 원이나 하는 전세기를 타고 공짜로 타고 다닌다. 청와대에만 대통령 시중을 드는 비서와 참모, 경호원들이 무려 1000명이나 된다.
그래서 '수첩 공주'였다가 '여왕'이 된 전 대통령 박근혜는 대통령 봉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또박또박 저축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 조금씩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다달이 몇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까지 상납 받아서는 무슨 올림머리 미용이니, 기 치료니, 이상한 얼굴 성형 시술에 썼다고 한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뒤 청와대에 농성하면서 아무런 봉사 일도 하지 않고 있을 때도 봉급은 꼭 가져갔다. 무노동 무임금이란 이런 데 적용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공무원들에게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실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우선 봉사자 대표인 대통령부터 봉급을 최저임금에 맞추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다. 그게 진정한 촛불의 명령이다. 이것이 국민주권 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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