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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은 박근혜 "MB,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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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도권은 박근혜 "MB,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자"

MB-박근혜 2시간 넘는 회동, 무슨 얘기 나눴길래?

10개월 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데탕트'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각종 공직자 비리가 불거지고 북한 변수까지 등장해 전방위 악재에 시달리는 이 대통령은 3일 오후 약 55분 간의 독대를 포함해 2시간 20여 분간 박 전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설명 등을 종합해 보면 대화를 시종일관 박 전 대표가 주도해 갔다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박 전 대표는 사실상 한나라당 최대 주주로 올라선데 이어 이 대통령과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발판까지 마련해 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노력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대선 관리'를, 박 전 대표는 '국정운영 협조'를 서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분열보다 통합으로…진정성 있어야 신뢰 회복"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내용을 브리핑했다.

박 전 대표는 "정치 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하고 분열보다 통합으로 가야 한다. 당이 하나가 돼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해야 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렸다"며 "그런 선상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서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첫 마디로 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자신의 발언을 소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꼭 그렇게 힘써달라'는 말을 했고 당도 무엇보다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진정성 있게 민생 해결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노력을 해서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신뢰를 회복하고 길도 열리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물론이다. 노력을 해달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당에서 구체적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큰 틀에서 어떻게든 하나가 돼 우리가 해야할 도리를 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오찬 회동 ⓒ청와대

이 대통령이 최근 "친이 친박 이런 것 다 없애야 한다"고 한것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박 전 대표는 "그런 말은 없었다"면서도 "친이, 친박 그런 말이 나오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보건대, 박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다소 우위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분열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 이런 회동 결과가 나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 박사는 다만 "'박근혜 대세론'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박근혜 전 대표 자신에게는 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박근혜, 이명박 두 사람이 각각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오부터 특사단에 동행했던 권영세, 권경석, 이학재, 이정현 의원과 청와대에선 임태희 대통령 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홍상표 홍보수석이 배석한 가운데 오찬 회동을 했다. 홍상표 수석은 "특사활동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아주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8월 21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특사 활동 보고 부분에 대해선 특별한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박 전 대표는 일단 잡아 줬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이 코드를 맞추는 이런 상황이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유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野 "박근혜, MB와 공동운명체 돼 국민 심판 받을 것"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과 장막 뒤 차기 주자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레임덕 방지를 위해 야당은 철저히 무시하고 여당 일개 계파 수장과 국민을 논의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공동 운명체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MB에게 '훈계' 늘어놓은 박근혜…MB는 "앞으로 잘 하겠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을 40여 분 동안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민생에 대해 말씀을 특히 나눴다. 경제 지표는 괜찮은데 국민들이 체감을 잘 못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드렸다. 가구 소득은 늘지 않고 줄기도 했는데 물가는 많이 상승하고 전세값도 몇 천씩 오르고 또 청년 실업 문제에 있어서 취업자 수가 늘고 있지만 취업자가 아니고 교육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층도 100만이 넘는다고 한다. 지표와 국민 체감도가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물론 이런 경기 상승세는 지속이 돼야 하겠지만 국정의 중심을 민생에 두셔서 성장에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와 닿을 수 있도록 국정을 이끌어 주십사 하고 말했다. 거기에 대해 대통령도 저소득층 등 민생 고통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고 말씀하셨고 국정 중심을 서민과 민생, 저소득충 중심으로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성장의 온기가 국민에게 전달되려면 중요한 게 내수의 활성화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며칠전 이명박 대통령도 내수시장 확대를 강조한 바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 지지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수 활성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잘 챙기겠다. 내수를 살리려면 고용 안정, 물가 안정 가계 부채 억제,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등이 기반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관심을 가지고 민생 중심으로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당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당을 중심으로 해서 부담 완화할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 어려움이 너무 크니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준비를 해 챙기겠다는 의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인식은 황우여 원내대표 등 '신주류'들의 생각과 같다. 청와대나 정부의 미지근한 반응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당에서도 그렇게 활발한 (등록금 문제) 논의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북한 관련 상황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제가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보다는 정부에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최근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북한이 폭로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심이 쏠렸지만, 거듭되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을 할지 정부가 설명을 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이 이야기는 오늘 회동에 비중이 큰 부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0개월만에 청와대 갔다 왔는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성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고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좋았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여기까지 하자"고 말을 막았다.

이재오 장관에겐 따끔한 '일침'

시종일관 차분했던 박 전 대표지만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번 회동에 대해 '특사 관련된 것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현한데 대해서는 박 전 대표의 표정도 바뀌었다.

그는 "이것은 당이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을 해결하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진정성 갖고 노력을 해나가야한다는 이야기인데, 당연히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우리가 국민들께도 면목이 있는 거죠. 그런 선상에서 당과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게 힘써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나가는게 당연한 것아닙니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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