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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범위로 좁혔다" vs "그런 적도 있었지"

[재보선 현장-수원 장안] 피말리는 '계가 싸움'…투표율이 관건

"수원 장안에 깃발을 꽂는 쪽이 10월 재보선 승리를 쥐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 민주당 이찬열 후보 측 모두 '박빙'임을 공히 인정하고 있는 10.28 재보선 최대 격전지의 판세는 아직도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양 후보의 뒤에는 각각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늘 함께 있다. 그만큼 수원 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이자 거물급 인사들의 향후 거취까지 걸린 실질적 승부처다.

이곳에 상주하다시피하는 정몽준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는 거리에서 마주치기 일쑤다. 26일 오전 성균관대역 앞에서 또 어색한 조우를 했다. 오후에도 정 대표와 손 전 대표는 비슷한 시간 대에 파장시장에 들러 박찬숙 후보와 이찬열 후보 지지를 각각 호소했다. 정 대표는 시장의 한 반찬가게에서 손수 물건을 팔아주기도 했고 손 전 대표는 시장의 한 분식점에 들러 식사를 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MB정부 독선 견제" VS "지역발전 위해 뛰겠다"

▲ 지난 16일 수원 장안 지역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만나는 모습 ⓒ연합
선거 구호는 선명했다. 이찬열 후보는 유세 차량에 최근 방송에서 하차한 김제동, 손석희 씨의 영상과 함께 4대강 반대 등, '중앙 이슈'로 돌파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이명박 정부 견제론'이다.

이 후보 측은 "중앙 이슈와 관련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전략상 먹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곧바로 '이명박 정권 심판'으로 연결짓기 위한 의도다.

반대로 박찬숙 후보 측은 김병찬 아나운서와 역시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 의원 등을 내세우고 "조용한 정치를 하겠다. 묵묵히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며 "지하철 4호선 연장 등을 꼭 이뤄내겠다"고 호소했다.

박 후보 측은 "수원은 4대강 이슈가 있는 곳도 아니다. 지역 발전론을 선점당하니 내세울 게 없어서 중앙 이슈를 끌어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시민도 "솔직히 4대강 이슈가 와닿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살기 좋아진 게 있느냐. 서민 행보라고 하는 것도 와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박찬숙 후보도 저 쪽(영통)에서 김진표 의원에게 물 먹고 여기(장안)로 들어왔는데 인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 토박이라고 밝힌 한 택시기사는 "이번에는 박찬숙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찬열 후보가 '철새'라는 말이 있더라.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서도 씁쓸한 감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찬숙 후보 공약이 좋아서 찍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지금 나오는 공약들이 지켜질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왼쪽부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박찬숙 후보, 안상수 원내대표 ⓒ박찬숙 후보 선거 캠프

정몽준 VS 손학규

이찬열 후보측 관계자는 "초반에는 손학규 이름만 거론하던 사람들도 이찬열 후보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을 선호하는 시민들의 여전한 관심은 손학규였다. 몇몇 시민은 "이찬열은 잘 모르는데 손학규 전 지사를 정말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전 대표의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손 전 대표 측은 "매일 밤까지 스케줄이 이어지는 강행군이다"고 말했다.

박찬숙 후보 진영은 '스타성'이 돋보인다. 아나운서 출신인 박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는 확실히 우세를 보인다. 정몽준 대표 역시 차기 대권 후보답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일부 시민들은 정 대표를 향해 '정몽준 후보가 왔네'라고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파장동 시장 상인들은 손학규냐, 정몽준이냐를 놓고 소소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거물들의 대리전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반감을 표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정자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이번 선거는 손학규 대 정몽준 아니냐. 선거에는 전혀 관심 없다. 나는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니다. 인물을 보고 다른 사람을 찍기로 이미 정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민주당 김진표 의원, 정세균 대표, 이찬열 후보, 손학규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뉴시스

복잡다단한 수도권 선거 '축소판'

기자가 만난 여러 시민들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선거 하면 뭐하느냐. 바뀌는 것은 없다. 서민들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 그래서 투표하러 갈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만석 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지금까지 재보선 하는데 단 한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 기껏 뽑아놓은 의원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뭐가 자랑이라고 또 뽑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무관심은 '투표율'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찬열 후보 캠프 박득진 공보실장은 "'초접전'이라 결국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본다. 민주당 선호층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선거 마지막까지 '꼭 투표에 참여하시라'는 홍보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찬열 후보도 "초반에 10% 이상이 차이가 났는데,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차범위까지 좁혔다. 이 기세라면 앞으로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숙 후보 캠프 권세경 기획실장은 "변수가 없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도 있었지만 박찬숙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는 것을 생각해보라. 저 쪽에서 잠깐 '단일화' 논의가 나온 것도 위기감을 느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거물들의 총출동, 중앙 이슈와 지역 개발론의 충돌, 정권 안정론과 견제 심리의 대결, 열기와 무관심의 공존 등 무엇 하나 단촐한 구도로 설명이 어려운 수도권 선거의 '축소판'인 수원 선거도 이틀 후면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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