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 그런 것도 있지만, 직장 내에서 군필자와 미필자의 대우가 다르다고 들었다. 뭔가 태도가 불량한 사람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을 경우, '쟤는 군대에 안 갔다 와서 저런다'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프레시안 : 그러면 군대에 다녀온 이들은 좀 더 인정해주는 관행이 있나?
김병수 : 그래서 무조건 군대를 가려는 사람도 있다.
이환석(가명) : 나는 특전사를 가려고 했다. 경호원을 하고 싶었다. 특전사를 하면 가산점이 있다고 해서 가려 했는데, 다리를 두 번 수술하면서 포기했다. 지금은 그냥 용접사의 꿈을 꾸고 있다.
프레시안 : 왜 경호원을 하고 싶었나.
이환석 :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복싱을 3년 했다. 그래서 경호원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유도를 배워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말끔히 그 꿈(경호원)을 지웠다.
프레시안 : 특성화고에 들어온 배경이 궁금하다.
이환석 : 중학교 때는 죽어라 놀았다. 그러다 졸업 할 때가 됐는데,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용접을 한다. 나도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그래서 용접 기술을 배우는 학교를 여러 곳 알아봤다. 아버지 공장이 김제에 있는데, 거기 공업고등학교를 지원하려 했다. 그런데, 그 학교가 하필 내가 입학할 즈음 인문계로 변했다. 어쩔 수 없이 전주 소재 공업고등학교, 아니면 외곽의 공업고등학교로 가야 했다. 사실 전주 소재 공고는 성적이 간당간당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전하게 이곳 공업고등학교로 왔다.
한정민(가명) : 네 성적이 전주 소재 공고에 들어가기 간당간당 하다고?
이환석 : 내 성적이 거기에 못 들어간다는 이야기냐? 여기서 나보다 성적 좋은 애 누구있어?
다른 아이들 : 한정민(가명)
이환석 : 그래, 정민이는 (공부를 잘 하니) 할 말이 있지.
다른 아이들 : 그래, 그러니깐 정민이가 간당간당하냐고 물었잖아.(웃음)
이환석 : (침묵) ... 성적은 사회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 웃음)
프레시안 :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최영민(가명) : 그냥 성적이 안 돼서 여기에 왔다. 그리고 여기 오면서 선배들이 기계과가 좋다고 해서 전공을 기계과로 택했다. 사실 나는 생산직을 안 좋아한다. 여기 오면서도 사무직을 꿈꿨다. 졸업 후, 병역특례 기간을 가친 뒤,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든가, 아니면 다른 사무직 회사에 취업하고 싶다.
프레시안 : 아버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최영민 : 잘 모른다. 아버지와 친하지 않아서.(웃음) 다만, 사무직이라고만 들었다.
한정민 : 나는 부모님이 '너는 공부를 못하니, 여기라도 가라'고 해서 왔다. 사실 아버지 후배다. 40년 전, 아버지도 여기를 나왔다. 그래서 아버지를 '선배님'이라 부른다.(웃음) 어차피 올 수밖에 없었다.
ⓒ프레시안(허환주)
"'깜깜이' 회사 지원, 그러니 선택이 쉽지 않다"
프레시안 : 현재 기업에 가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최영민 : 우리 회사는 특장차, 즉 사다리차나 고수작업 차 등을 만드는 회사다. 내 전공이 용접인데, 작업할 때는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주도해서 용접 한 적은 없다. 선임 용접사의 보조를 하든가, 아니면 따로 혼자 용접을 연습하는 식이다.
프레시안 : 보조로 일할 때는 어떤 일을 하나.
최영민 : 쉽게 하는 일이다, 테이핑을 하는 등 선임이 지시하는 간단한 사항을 이행한다. 그래도 우리 회사에는 교육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분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이곳은 그나마 규모가 크다.
다른 애들 : 영민이는 일전에 할 일 없다면서 회사 소파에 누워 노는 것을 셀카로 찍어서 우리에게 보내기도 했다.(웃음)
최영민 : 그때는 잠시 '짬'이 나서 그렇게 장난 친 거다.
한정민 : 영민이와 같은 회사에 다닌다. 이 회사에는 방위산업체 형들이 있다. 그들이 일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는 식이다. 그게 아니면 청소 등 잡일을 한다.
프레시안 : 지금 실습하는 회사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한정민 : 학교와 산학협약을 맺은 기업들이 있다. 그중 업체 8곳의 면접을 봤다.
프레시안 : 회사를 택할 때 어떤 점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나.
한정민 : 아무래도 회사 규모를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가서 배울만한 게 있는지 그런 거를 살펴본다. 지금 일하는 곳은 직원이 약 60명 정도 있다. 큰 편이다.
김병수 : 나는 정민, 영민과는 다른 업체에 다닌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회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책자 한 권을 준다. 거기에는 규모가 어떻게 되고,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만 적혀 있다. 심지어 채용되면 월급을 얼마 주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하려 하니 쉽지 않다.
프레시안 : 학생이 가고 싶은 업체를 선정하면 곧바로 갈 수 있는 건가.
최영민 : 아니다. 면접을 본 뒤, 지원서를 나눠주면 제1지망, 2지망, 3지망을 써서 낸다. 그러면 회사에서 원하는 학생을 채용하는 식이다.
김병수 : 나도 면접을 여덟 군데 봤는데, 결국 내가 들어간 곳은 거기서 가장 규모가 작은 업체였다. 1지망도 아닌 2지망에 썼는데 덜컥 됐다. 내가 1지망으로 써낸 곳은 규모가 꽤 컸다. 바로 영민이와 정민이가 다니는 회사다.(웃음)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그 업체를 1지망으로 지원했다. 그래서 내가 떨어졌다.
프레시안 : 왜 2지망으로 여덟 군데 업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업체를 적었나.
김병수 : 2지망은 말 그대로 '안전빵'으로 해야 했다. 자칫 다 떨어지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2지망은 가장 인기가 없을 거 같은, 즉 규모가 가장 작은 업체를 지원했다. 결국, 총 세 명이 지원했고, 모두 채용됐다.(웃음) 내 옆에 있는 환석이도 나랑 같이 2지망에 그 업체를 썼고, 지금 함께 다니고 있다.
프레시안 : 일하는 환경이 열악하다거나 불편한 점은 없나.
이환석 : 불만은 어디에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여기에서 경력을 쌓고 다른 곳으로 가려 한다. 아버지 회사에 가려고 한다.
프레시안 : 왜 바로 가지 않고, 경력을 쌓아서 가나.
이환석 : 아무것도 모르고 바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면 오히려 아버지에게 폐만 끼치지 않겠나. 다른 곳에서 돈도 벌고, 경험도 쌓은 뒤,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면 아버지에게 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노동법 강의? 쓸데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프레시안 : 현장실습에 들어가기 전 노동법 관련해서 교육 받은 적이 있나.
이환석 :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김병수 : 아마 작년에 컴퓨터실에서 했던 것을 말하는 듯하다. 온라인 교육이었는데, 틀어놓고는 컴퓨터로 다른 거를 했다. 지루한 이야기를 하니 대부분 아이들이 듣지 않는다. 온라인 강의 틀어놓고 영화 한 편 보는 식이다.
이환석 : 그때는 중요한 교육인지 몰랐다. 생각조차 못했다.
한정민 : 그때는 쓸데없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프레시안 : 사실 노동법을 알아야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자신를 방어할 수 있다. 그런 기본적인 교육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김병수 :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달 가까이 환석이랑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방 일도 하고, 석쇠도 씻고 홀도 보는... 그때 계약서를 썼는데, 첫 월급의 30%를 제하고 준다고 명시돼 있었다. 게다가 그 계약서는 우리가 사인한 다음, 고깃집 주인이 가져가 버렸다. 그때는 몰랐다. 계약서는 각각 한 장씩 가져가야 하고, 첫 월급의 30%를 제한다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프레시안 : 노동법에 그런 부분이 다 들어있다.
이환석 : 그런 것을 2학년 때, 담임선생에게 들었다.
프레시안 : 학교 수업이 업체에서 생활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환석 : 교과서가 쓸데없는 것을 풀어놓는 식이다. 현실적인 사례를 가져다 놓고 이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해결 등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뜬금없는 게, 예를 들어 <성공적인 직업생활>이라는 교과서에서는 그저 단순히 우리의 꿈을 찾으라고 서술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데, 단순히 자신의 꿈을 찾으라니...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프레시안 : 회사에서 현장실습 할 때는 어떤가. 학교에서 배운 게 도움이 되는가.
이환석 : 우리는 회사에서 제품을 만드는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조심스러워진다. 더구나 회사에서는 우리에게 함부로 일을 시키지도 않는다.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봐서이다. 결국, 우리는 아예 일을 안 하거나 허드렛일만 하는 식이다. 솔직히 이런 식이면 굳이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 한다 해도 나의 실력에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미리 알았더라도 했을 수밖에 없다. 빨리 취업을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정민 : 학교와 회사가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괴리감이 크다 보니 우리도 헷갈린다.
ⓒ연합뉴스
"앞으로의 꿈? 20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프레시안 :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병수 : 일단은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력을 키우고 싶다. 그 다음으로 이 회사 말고 더 큰 회사를 가기 위해 숙련된 용접 기술을 배우고 싶다. 물론, 이게 나의 꿈은 아니다. 중학교 때는 공부가 뒷전이었다. 대신 컴퓨터에 빠져 있었다. 대회에도 여러 번 나갔다. 아직 꿈이랄 것은 모르겠지만, 컴퓨터 쪽으로 일해보고 싶다. 하지만 20대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왜 그렇게 생각하나.
김병수 : 모르겠다. 그렇게 느껴진다. 학교 졸업하고, 경력 쌓아서 좀 더 좋은 직장 옮기고 거기서 자리잡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정민 : 하고 싶은 건 많다. 사업 같은 것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 능력도 안 되고,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생각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살부터 노후 걱정을 해야 하지 않나.(웃음) 부모님이 수능이라도 한 번 보라고 해서 이를 준비 중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힘들게 준비하지는 않는다. 매일 하루 2시간 씩 학원에 다니고 있다. 수능을 보고, 성적이 되면 경영학과에 가고 싶다. 사업을 하려면 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들었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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