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보건의료 분야를 넘어서 국민경제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로 인해 부진을 겪고 있는 요식업을 비롯한 자영업 그리고 제조업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이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3월 24일 사상 처음으로 1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스타항공은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마저도 중단한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용객이 3000명 아래로 떨어질 경우 대부분 매장 문을 닫고 전기·가스·수도 등 최소 기능만 유지하면서 터미널을 사실상 폐쇄하는 계획을 세웠다. 항공업계 전체가 정지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그랬던 것처럼 산업이 멈추면 해당 산업의 노동자 역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하에서는 실제 항공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용위기에 대해서 살펴보고 정부가 제시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정책이 왜 효과적이지 않은지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사실상 폐업 상태의 인천공항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지역경제가 구축되어있고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은 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가장 최근에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한국GM 군산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를 합쳐도 1만2000명 안팎이라고 하니 대공장 제조업보다 4배나 많은 인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소에서 공항노동자들을 만나보면 우리가 탑승객으로 공항을 이용할 때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업무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업무가 지상조업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단어조차 생소한 이 업무는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해 착륙하는 순간부터 공항을 떠나기 위해 이륙하기까지의 모든 업무를 말한다. 여객기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맡긴 수화물을 항공기의 화물칸에 적재하는 업무 역시 지상조업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항공기 스케줄이 축소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1000편이 넘게 오가던 여객기는 3월 말 현재 100편 밑으로 떨어져 90% 이상 감소했다.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가 적어지니 지상조업 업체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급휴직 권장, 공항 노동자들은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선택의 기로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무급휴직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공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이 없고 방역당국의 폐쇄명령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지금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무급휴직은 근로기준법 제46조 위반이다. 사업주는 노동위원회의 감액 승인을 얻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에게 휴업한 기간에 대해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상담소에 들어온 상담사례 중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은 단 1곳이었으며 그곳마저도 4월부터는 무급휴직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상담이었다. 무급휴직은 휴업수당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사업주 편의적인 대응방식이다.
지상조업뿐만 아니라 기내식을 준비하는 케이터링 업체, 기내청소 업체, 면세점 물류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등 정말 많은 사업장에서 이미 무급휴직이 시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시행 예정일 것으로 본다. 더 큰 문제점은 이와 같은 어려움이 단기간 내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월 중순 이후 국내 확진자 수는 100명 내외를 기록하면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탈리아와 미국 등 해외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언제쯤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그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이 멈추지 않는다면 항공기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운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업주들은 편의주의적인 사고에 입각해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급휴직에 응하지 않는 경우 권고사직을 종용하기까지 한다. 이후 구직급여 수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의사에 반하는 퇴사라는 점에서 실상은 해고에 더 가깝다.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시켰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으로 사업주들이 선택하게 될 방법은 무엇일까. 아시아나항공 수화물과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주)케이오는 3월 말까지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는 인원에 대해서는 '무기한' 무급휴직 처리를 하겠다고 공지하였다. 이름만 무급휴직일 뿐 정리해고와 다름없는 조치이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빌미로 사업주의 입맛에 맞지 않는 노동자들을 정리하려는 의도이다. 또 다른 지상조업 업체의 경우 5년 넘게 정규직 전환 과정을 운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2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인원들에 대해서는 계약만료 통보를 하였다. '2년 근무 후 정비사로 정식 채용'이라고 공고가 올라왔으며 근무기간 동안 수차례 언급되었던 전환 과정이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업주가 신청하지 않으면 그만인 고용유지지원금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이다.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 인위적인 인력 감원을 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주에게 지원을 해주는 정책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제일 큰 문제점은 신청이 사업주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아서라도 휴업수당을 받고 싶어 하는 반면 사업주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주가 신청하지 않으면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은 노동자에게까지 돌아가지 않는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의 선택사항으로 남겨둠으로써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여부에 관계없이 휴업을 한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휴업수당과 무급휴직 사이에서 선택 가능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다음달 6일부터 무급휴직 익명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휴업수당 지급 의무와 고용유지지원금의 관계에 대해서 선제적인 계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스타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신청하지 못하는 특별고용지원 업종 고용유지지원금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조치에 대한 지원 수준을 상향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국내선까지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은 25일 지급 예정이던 3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소식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지원이 실효적이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저비용항공사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시아나항공 역시 고용유지지원금은 신청하지 않고 무급휴직부터 돌입했다.
더욱이 특별고용지원 업종의 범위가 매우 협소해 지상조업 업체의 경우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넓게 보면 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코드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항공 여객 운송업(51100)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것이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이어야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기간과 지원범위에 비춰볼 때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해당되지 않음을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못한다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안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정규직 전제로 만들어진 고용유지지원금, 비정규직을 불법해고로 내모는 현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정규직을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국가 통계상으로도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인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유지조치 기간 중 신규채용을 하는 경우에도 지급이 제한되는데 많은 수의 용역업체들이 이 요건 때문에 신청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제도를 통해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0이상 사업장 기준 88만 명이 용역업체 혹은 파견업체 소속이다. 여기에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간접고용 규모까지 더해진다면 족히 100만은 넘는 노동자들이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고용유지지원금 수혜대상에서 벗어나있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제한 요건은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 대상인 법인을 기준으로 적용이 되기 때문에 전국 단위로 여러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용역업체는 어느 한 부분에서 휴직을 실시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신규채용이 발생하게 되면 부정수급이 되어버린다. 용역업체가 신청을 못하니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사각지대에 놓인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결국 사용자가 선택한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놓이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고용유지지원금 신청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 필요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의 선택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청업체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원청업체를 기준으로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신청을 받은 고용센터는 하청업체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해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당장 모든 산업에 적용이 어렵다면 특별고용지원 업종과 연계된 산업 노동자들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한편 용역업체의 경우 '신규채용 제한' 요건을 완화하는 등으로 고용유지를 우선으로 하여 여러 가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고용위기지역에서 더 나아가 공공운수노조가 제안한 '한시적 해고금지' 요구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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