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이 실험묘 6마리를 안락사 처리할 때 마취제도 없이 죽였다는 현장 당사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병원 측은 실험묘 안락사 때 작성해야 하는 '마약류 관리 기록서'를 갖고 있지 않아 관리가 엉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A교수가 2015년 8월부터 3년간 고양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한 대뇌청각피질 자극 모델’. 실험은 고양이 왼쪽 귀에 약물을 주입해 난청을 만든 후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이식해 청각 대뇌피질의 변화를 측정하는 내용이다.
2018년 8월, 서울대병원 A연구팀은 해당 실험을 종료하는 결정에 따라 실험묘 6마리에 대한 안락사를 진행했다. 실험묘 6마리를 죽이는 현장에는 서울대학병원 전임상실험부 소속 수의사 B와 함께 A교수 소속 연구원 이도희(가명) 씨가 함께 참여했다.
공익제보자 이도희 씨는 안락사 상황에서 "수의사 B가 실험묘 6마리 모두에게 사전 마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심정지 약품을 투약했다"고 증언했다. 안락사가 아닌, 고통사를 시행했다는 고백이다.
원칙상 안락사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사전 마취 후에 심정지 약품을 투약하는 게 절차다.
A교수 연구팀은 실험계획서상 실험묘들을 안락사 할 경우 사전 마취제로 '졸레틸'을 사용하겠다고 보고했다. 졸레틸은 동물 안락사 때 주로 쓰이는 마취제로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된다.
마약류 관리 담당이었던 이 씨는 "내가 실험실 금고에서 졸레틸 1개를 꺼내 고양이 사육실로 갔지만, 수의사가 '마취를 해야하나' 혼잣말하며 안락사 전 마취를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실험묘 6마리를 1년간 돌보았던 이 씨는 수의사가 안락사 조치를 할 때 실험묘들의 팔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안락사 조치는 사육실 내부에 위치한 별도의 방에서 이뤄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 씨는 "마취를 한 후에 심정지 약을 투약하면 주사가 두 번 들어가야 하는데, 실험묘 6마리 모두 주사가 한 번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과거 동물병원에서 '수의 테크니션'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수의 테크니션은 동물병원, 실험 기관 등에서 진료를 보조하거나, 임상병리 검사 등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이 씨의 목격은 사실일까?
이 씨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는 신경민 의원실(서울 영등포구을,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을 통해 서울대학병원에 A교수 연구팀의 '마약류 사용 기록서'를 요청했다.
A교수 연구팀이 안락사 당시 마취제를 썼다면, 마약류 사용 기록서에 그 흔적이 남았을 터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학술연구자는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을 학술연구에 사용할 경우 마약류통합시스템(NIMS)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지난 10일, 신경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도희 씨의 증언과 일치했다. 서울대학병원 A교수 연구팀의 실험묘 6마리 안락사에 대한 '마약류 사용 기록서'가 없었다.
서울대학병원은 "실험묘 6마리 안락사 당시 내역은 마약류통합시스템(NIMS)에 등록되지 않았다"며 "(2018년 8월은) 마약류통합시스템(NIMS) 사용 초기이고, 당시 마약 관리 담당자가 실험 후 바로 기록하지 않고 나중에 기억에 의존해 기록하다가 다른 내역으로 잘못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대학병원은 고양이 대신에 엉뚱하게 기니피그 7마리에 대한 '마약류 사용 기록서'를 제시했다. 서울대학병원은 "기니피그 7마리를 실험하고 남은 졸레틸 양(2.9ml)으로 실험묘 6마리 안락사에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고 대답했다.
서울대학병원은 실험묘 6마리가 해당 기관에서 비윤리적으로 죽었는데도, "추정된다" 식의 추측성 대답밖에 못하는 처지다.
더구나 A교수 연구팀은 실험묘 안락사 추진 후 '실험종료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원칙상 연구책임자는 동물실험이 종료된 후 7일 이내에 실험종료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 또는 간사에 제출해야 한다.
졸레틸 사용 일자도 불명확했다. 서울대학병원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상 취급일자가 2018년 9월 13일로 기록됐지만, 2018년 8월 28일을 잘못 입력한 걸 수도 있을 듯 하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개체기록지상엔 실험묘 6마리 모두 2018년 8월 28일에 졸레틸을 사용해 안락사됐다고 기록되어 있다. 졸레틸 사용 일자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과 개체기록지상에서 불일치한 상황이다.
공익제보자는 개체기록지상 안락사 기록도 허위라고 밝혔다. 이 씨는 "개체기록지상 '연구자 기록'란에 실험묘 6마리를 졸레틸을 사용해 정상적으로 안락사를 했다고 기록한 건 자신"이라며 "수의사 B씨의 지시로 작성한 기록일 뿐 실제 실험묘들을 죽인 날짜는 2018년 8월 28일 이전"이라고 고백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공익제보자 이 씨의 말대로, 서울대학병원은 실험묘 6마리를 정상적으로 안락사했다는 걸 증명할 '마약류 사용 기록서'가 없다.
마약류관리법 제35조 3항에 따르면,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학술연구에 사용했을 때에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연구에 관한 장부(마약류 사용 기록서 지칭)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보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 주무관 C씨는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가 법 35조를 어기고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시행규칙 별표에 따라 1차로 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셜록>은 지난 3월 31일 서울대학병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원회)에 실험묘 6마리를 정상적으로 안락사했는지 질의했다. 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 시설 내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사용하는 모든 사항을 감독하고 평가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윤리위원회는 "실험묘 6마리 모두 미국 수의사회 동물안락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물용 마취제인 졸레틸과 럼푼(진정 마취제)으로 깊은 마취를 유도해 KCl(염화칼륨)을 투여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답변했다.
기자가 "안락사 시점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기록이 일치하느냐"고 물었지만, 윤리위원회는 "NIMS 입력과 마약류 관리는 연구자 소관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대답했다.
<셜록>은 총 책임연구자인 A교수의 반론을 듣고자, 3월 31일, 4월 13일 두 차례에 거쳐 서면 질의를 했다.
총 연구책임자 A교수는 고통사 의혹에 대해 "졸레틸을 사용해 동물을 재운 후 KCl(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안락사를 시행한 건 같이 수행했던 수의사 증언 및 개체기록지 내 서울대학병원 측 담당연구원의 사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23일 오전 서면으로 답변했다.
'마약류 사용 기록서'에 고양이가 아닌 기니피그가 적혀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마약 기록은 연구원이었던 이도희 씨가 2019년 7월경 퇴사했기 때문에 현재 연락되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작성자였던 이 씨가 실험종료 후 시간이 지나, 마약 사용량을 기록하면서 동물 이름에 착오가 있었던 걸로 추측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씨는 "서울대학병원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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