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매년 3월에 성대하게 진행되던 중국의 양회가 올해는 5월로 연기되어 진행되었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잠재우기 위한 홍콩 국가안전법이 통과되면서 국내외에 큰 논란을 가져왔다.
양회 마지막 날에는 전인대에서 민법전(民法典) 초안이 통과됐다. 한국의 일부 언론사들은 특히 주택용지 자동 연장 규정을 기사화했다. <연합뉴스>의 "땅 없는 중국 아파트, 70년 후에 또 '땅 사용료'"(2020.6.1.)가 대표적이다. <연합뉴스>는 이 기사를 통해, 주택용지가 자동 연장될 때 토지사용료 납부는 어떻게 되는지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주간조선>은 민법전 통과 이전에 "부동산 부자 천국 중국을 통해 본 토지공개념의 환상"(2607호, 2020.05.11.)이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의 토지공개념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현재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등을 이야기했다.
두 기사가 다룬 주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이 서로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여하튼 시점과 관점이 다른 두 기사를 종합하면, 중국 시민의 인식체계 속에서 주택용지 자동 연장은 주택용지 소유권의 실질적인 사유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자동 연장 시 토지사용료 납부 수준이 낮게 설정된다면 중국의 토지공개념은 정말로 환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지사용료 재 납부 논쟁과 원저우시 사례
2020년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통과된 민법전은 총칙, 물권, 계약, 인격권, 혼인가정, 상속, 권리침해 책임 등 총 7편에 걸쳐 1260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민법전은 제1편인 총칙 이후 제2편에 물권을 배치하고 그 안에 다음과 같이 주택용지 자동 연장 규정을 두었다: "주택건설용지사용권 기한이 도래하면 자동으로 연장된다. 연장 비용의 납부 또는 감면은 법률, 행정법규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제359조)."
사실 이 규정은 기존의 물권법(2007)이 규정하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심지어 한국 언론이 주목한 토지사용료 재 납부 여부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기존 물권법의 한계를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주거권(居住权)을 새롭게 규정했다는 점,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언급하듯이 이러한 흐름이 부동산세 도입으로 이어진다면 민법전에 담긴 물권편은 기존 물권법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중국의 현행법과 새로 제정된 민법전은 동일하게 도시 주택용지 자동 연장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농촌의 집체소유 토지에서 발생하는 토지승포경영권도 30년 기한이 지나면 자동 연장된다. 중국 공산당은 농지와 도시 주택용지처럼 일반 대중의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된 토지에 자동 연장 규정을 둔 것이다. 자동 연장 규정이 없는 용도의 토지는 정부와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 상업용지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토지사용권을 재연장할 때 출양금을 다시 납부해야 한다. 출양금은 전체 토지사용 기간에 대해 납부하는 일시불 토지사용료다.
주택용지 자동연장 시 토지사용료 납부 선례가 있다. 원저우시 사례다. 2016년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가 실험 차원에서 출양방식으로 공급한 20년 기한의 주택용지 사용권이 만기가 도래했다. 지방정부가 처음에 매매가의 45%에 해당하는 30만 위안(한화 5000만 원 수준)의 토지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 사례는 곧바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중앙정부도 관료와 전문가를 파견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후 재산권자는 '출양계약 수속을 하지 않고', '출양금을 납부하지 않고', '정상적인 등기를 통해'(两不一正常) 토지사용권을 연장해주었다. 맥락을 조금 더 살펴보면, 물권법에서 주택용지 자동연장은 규정했지만 토지사용료 납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관련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무상 연장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그래서 부동산등기부 상에 토지사용권 시작 및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
원저우시가 매매가의 4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바로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이자 최초로 토지사용권 양도 실험을 전개한 선전시 사례이다. 1980년 8월에 선전경제특구가 설립되고 20년 기한의 토지사용권을 양도했는데, 이것이 2000년에 만기가 도래했다. 이 사안에 대해 선전은 '선전시 만기도래 부동산 계약연장에 관한 규정'을 제정(2004.4.23.)하고, 만기 토지에 대해 토지출양금 납부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납부 금액은 당시 기준지가의 35%로 정했다(규정 제3조).
주택용지 자동연장의 사회적 리스크
도시민의 주거불안이라는 사회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선택한 주택용지 자동 연장 방안은 사실 더 큰 사회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주택용지 자동연장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는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자동 연장으로 인해 시민은 토지가 포함된 주택 전체가 개인 소유라고 인식하게 된다. 실질적인 토지사유화 경향이 강화된다.
둘째, 아직 규정되지 않은 토지사용료 납부 규정이 만약 원칙대로 토지출양금 재 납부로 정리된다면 그 규모를 떠나서 일반가구에 끼치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주택용지 사용기한이 70년인 베이징의 주택가격이 주택용지 사용기한이 영구적인 서울보다 더 비싼 상황만 보아도 예측 가능하다.
셋째, 가구 부담을 고려하여 낮은 수준의 토지출양금을 부과하게 되면 부동산 불로소득 사유화를 허용하게 되어 부동산 투기가 강화된다.
넷째, 부동산 투기경제는 결국 빈부격차를 확대하여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홍콩의 토지공급 체계 및 부동산 개발모델을 차용한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섯째,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가 확대 재생산되면 중국 역시 부동산 거품붕괴로 인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미 그 조짐을 빈부격차 확대, 은행의 파산 확대, 지방정부 부채 증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칙에 충실한 해결방안 모색
원저우시 논쟁에 대해 중국 학계는 그 해결책으로 부동산 완전 소유화, 토지사용권 무상 연장, 1년마다 계약 갱신 등을 제시했다. 그밖에 재연장을 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세금을 매년 납부하는 식으로 해결하자는 주장도 있다.
토지공급 체계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토지출양제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토지를 국가가 소유 및 관리하는 중국 역시 올바른 토지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방향 선회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토지는 중국의 헌법 규정이 아니더라도, 공동의 자원(commons)이다. 토지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정책설계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공급이 한정된 토지자원을 어떻게 하면 특권을 배제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을 통해 토지문제의 사회적 매커니즘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헨리 조지는 원론적으로 토지를 공유로 돌리고, 사용자에게 안정적인 토지사용권을 부여하되 적정 지대를 사회 전체에 납부하여 공동재원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도를 '공공토지임대제'라고 부른다(조성찬, 2019). 그리고 토지가 이미 사유화된 곳에서는 토지보유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도를 '지대조세제' 또는 '토지가치세제'라고 부른다(김윤상, 2011).
중국이 미약한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는 토지연조제와 도시토지사용세(또는 실험중인 부동산세)는 헨리 조지의 이론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모두 토지 보유에 대해 매년 지대를 납부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만 토지연조제는 토지출양제와 같은 차원의 토지공급 방식이고, 도시토지사용세는 출양 방식으로 공급된 토지 보유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국이 실행하고 있는 제도에 기초하여 주택용지 자동연장이 가져올 사회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주택용지 재연장시 토지사용료를 일시에 지불하는 출양제 방식을 종료하고 매년 납부하는 연조제 방식으로 재계약한다. 이렇게 하면 자동연장의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으며, 일시에 큰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출양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매년 상승하는 토지가치를 적정하게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도 막고 지방정부 재원도 확충할 수 있다. 자동연장이 실질적인 토지사유화라는 인식 확산도 차단할 수 있다.
기존 출양제 방식으로 공급되어 사용 중인 토지는 기한이 만료되기 전까지 도시토지사용세를 강화하여 적용한다. 중국 정부가 2003년부터 도입하려던 부동산세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존의 도시토지사용세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준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홍콩이 개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것처럼, 중국도 토지 재원과 기본소득을 결합하여 건강한 이해관계자를 형성하는 것이 앞에서 제시한 토지연조제로의 전환과 도시토지사용세 강화를 뒷받침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토지특권의 일상화를 막아야
현재 중국의 정치와 경제 모두 특권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특권의 기초에는, 앨리스 푼(Alice Poon)이 자신의 저서 <홍콩의 토지 특권(Land and Ruling Class in Hong Kong)>에서 언급했듯이, 토지 특권이 자리한다. 이러한 현실은 중국이 사회주의 혁명과 토지개혁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민법전이 규정한 주택용지 자동 연장은 다른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한, 토지특권의 일상화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정치구조는 물론 경제구조에서 특권의 일상화와 영속화를 막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중국은 헨리 조지에게서 영감을 받은 쑨원의 평균지권(平均地權) 사상을 복기하고 이를 바람직한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 본 기고는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에서 발간한 [동북아 리포트, 제5호] "중국 민법전에 담긴 '주택용지 자동연장' 조항의 비판적 검토"(2020.6.8.)를 재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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