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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의회바라기 정당' 벗어나 '운동 정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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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의회바라기 정당' 벗어나 '운동 정당'으로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④] 사회운동정당으로서의 혁신이 필요하다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편집자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 정당이 되고 얼마 후, 당 안팎에서는 '의회주의'에 대한 근심과 우려가 불거졌다. 사회운동을 중심에 두고 의정 활동이 보폭을 맞춰나가는 게 아니라, 의회 활동이 중심에 놓인 정당으로의 변모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민주노동당은 엄연히 사회운동정당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지역별로 촘촘하게 형성된 대중조직들과 사회운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민주노총 등 노동자운동을 대표했으며,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WTO 등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조응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방향에 적극 비판하며 제 운동 진영과 함께 대응했다.

한편 이런 사회운동 전반의 대응이 하나둘씩 실패하고, 민중운동 전반에 음울한 패배의 그늘이 깔리기 시작하던 때, 진보정당의 담론장 언저리에서는 '운동'에 대한 냉소의 목소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볼륨은 몇몇 정치학자들의 입을 통해 확장됐다. 그들은 "정치 우선"을 주장하면서, 직업정치인과 정치 집단의 정치적 의지가 경제보다 우월한 힘을 지닌다고 설파했다. 사회운동이 아니라 정당과 선거·의회·행정부가 민주주의의 중심이고, 사회운동이란 "불모의 흥분상태"에 불과하며 현대 정치는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난점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가령 이런 시각은 진보정당의 기술적 미성숙함이나 사회운동의 순진함이 제도정치에서의 패배를 자초한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정치 우선'주의자들의 과제는 언제나 '기술적 성숙함', 상층 정치에서의 훈련이다. 그러다보니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적 현상으로서의 '제도정치'의 위기에 대해 관점이 부재하고, 근본적 성찰을 가로막는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새삼스레 확인한 바가 하나 있다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정치의 위기'가 결코 '직업정치가'의 기술적 미비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경합하는 양상들 중 하나일 뿐이지, '요인'이라 할 순 없다.

오늘날 정당정치는 전세계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치 우선'을 주창하던 이들이 찬사해 마지 않던 국가들마저 심각한 수준의 정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서유럽과 북유럽에선 극우정당들이 발호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기성 정치가 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반영하지 못해 총체적 정치 파탄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말해 오늘날 정치가 국민국가 내에서 대중이 자신의 정치적 열망을 반영할 토대가 붕괴되고 있으며, 동시에 대중의 정치적 배제를 '재생산'한다. 정치에 대한 일반적 통념이 위기에 빠지면 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미래통합당이든 좌우파를 불문하고 정당들의 무능이 드러난다. 이는 다시 대중의 반감과 냉소를 높이고, 사회 모순과 함께 폭발하면서, 국민국가 내 정당정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처방전이 놓일 방향타는 하나다. 대중의 정치(=사회운동)을 회생시켜야 위태롭고 불안정한 진동을 반복하고 있는 현대 정당정치의 재구성 역시 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은 어떤 선후 관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운동의 우위와 정당정치의 혁신이라는 프로젝트가 중첩되어야 둘의 난맥상을 돌파할 수 있다.

사회운동정당이냐, 대중정당이냐

사회운동이 고조하는 시기에는 '사회운동정당'과 '대중정당'이 대립적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사회운동의 성장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당이 충분히 대중적 표상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정당이란, 사회운동 그 자체와 그 사회의 광범한 대중을 포괄한다. 사회운동정당은 선거 과정에서 지지 대중의 뜻을 조직하고, 파업‧시위‧선거 등 정치적으로 표현한다.

반면 2010년대 초반의 한국과 같이 사회운동이 위기를 겪는 시기에 사회운동정당과 대중정당은 대립적 형태로 인식된다. 이런 대립은 특히 '선거'에 대한 관점에서 드러난다. 사회운동정당은 선거 이외의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대중정당에서 선거는 중심에 놓인다.

그렇다고 사회운동정당이 선거와 무관한 정당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회운동정당은 오히려 선거 시기를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활용하기도 한다. 선거는 대중투쟁의 성과를 폭발시키기도 하고, 일정하게 수렴하기도 하기 때문에, 사회운동정당에게 중요한 이벤트다.

따라서 사회운동정당-대중정당의 분별은 부당대립이다. 이는 좌파로하여금 그 원인에 대해 질문할 필요성을 상기할 뿐이다. 즉, 사회운동이 왜 퇴조하였는가? 그것이 불러온 구체적 양태는 무엇이며, 진보정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을 할 것인가?

사회운동이 퇴조하는 시기에 '사회운동정당'을 표방해온 정당이 전략적 관점을 고수하고 선거에 대응하려면 역설적으로 사회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원내에서의 실천 전략과 활동 모두 사회운동의 강화를 위한 것인 셈이다.

'사회운동 정당으로의 지향'이 의회정치를 무시하거나 방기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 대중정당'은 제도와 그것의 점진적 개혁이라는 조건을 지렛대 삼아 대중운동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사회변혁의 토대로 삼는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대중운동 성장이라는 조건 없이 의회 정치에 치중하려 했던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정의당 의원총회. ⓒ연합뉴스

정의당과 사회운동의 관계

정의당이 '사회운동적'이지 않을 때의 한계는 명백하다. 노동조합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의 목소리와 능동적으로 조응하지 못함으로써, 정의당이 주요한 지지층으로 삼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며, 제도정당의 틀을 통해 사회변혁에 복무한다는 운동의 기조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의회바라기 정당'에 갇힐 때, 정의당의 의정 활동은 시민사회운동과 노동조합운동의 요구를 수렴하는 민원창구로 역할이 축소된다. 이런 한계에서는 '을지로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포석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왼쪽 블록을 집어삼키려 하는 민주당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형성한다.

6명의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당의 자원이 배치되면 자연스럽게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을 포함한 당 전체는 의정활동 지원이 핵심사업이 되고, 이것은 당의 팬덤 정당화(political fanaticism)를 가속한다.

그 반대가 되거나 최소한 원내외 활동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 균형점을 잡는 데에는 정세적 판단이 중요한데, 거대여당 하의 6석은 원내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조건이므로 원내활동 중심이 아니라 당 전체를 동원할 수 있는 정치 구상이 필요하다.

더구나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원내 정치는 의석수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구도상 20대 때보다 더욱 협소한 역할 밖에 자임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당을 더욱 사회운동적으로 혁신하고, 사회운동 강화를 공히 당의 성장 전략과 함께 사고해야 할 필요성을 가져온다.

총선 이후 '사회운동 정당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터져나오자 이에 대한 찬성만이 아니라, 우려와 반발도 보인다. 한 보좌관은 정의당과 사회운동이 서로 "멀어서 문제인 게 아니라", "당과 동맹 혹은 제휴할 사회운동이 없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령 주요 산별노조가 정의당 대신 민주당과 일한 지 오래인 것만 보더라도, 문제는 정의당이 스스로 노동자운동으로부터 멀어지려 했던 게 아니라, 거꾸로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 흐름이 실용적 성과를 위해 정의당으로부터 멀어지려 했던 것이라는 거다.

일면 타당한 지적이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노동자운동과 정의당의 거리가 멀어진 것은 민주노동당의 붕괴의 결과이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방향 선회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는 '정치세력화'라는 오래된 테제의 실패에 대한 정당하고 다각적인 평가와 반성이 부재한 현상 자체다.

문제에 대한 접근을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려면, 한편으로는 정의당이 노동자운동으로부터 멀어진 측면을 성찰해야 하고, 동시에 노동조합운동의 일부가 진보정당으로부터 멀어진 것에 대해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물론 역사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에서만 가능하다. 바로 그런 이해와 성찰을 통해서만 '사회운동 정당으로의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런 문제들에 있어 조직된 대중과 함께 '싸우는 정당', 나아가 대중들을 '조직하는 정당'으로서의 변모를 꾀해야 한다. 가령 현재 정의당 내 지역위원회 수는 약 145개다. 이 중 원내 지역위원회는 단 하나(고양갑)이고, 나머지 140여 개의 지역위원회는 '원외' 지역위원회다. 따라서 현재 정의당은 원외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강화하고, 원내정당 일변도의 체질을 탈피해야 한다.

중앙당은 필수 기능 외에 핵심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예산을 실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편성하고, 핵심 과제는 감당할 수 없도록 나열되어서는 안 되며, 노동과 사회복지(주거권 등), 교육, 기후위기 등의 사회적 과업에 집중해야 한다. 현안과 정세에 대해 기민하고도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실천을 기획‧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운동 전반에 비전과 과제를 제시할 수 있는 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

5~6개의 핵심 사업은 대표단(부대표)이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이런 차기 리더들이 비록 원외에 있더라도 국회의원에 준하는 대중정치가로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각 사업본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광역시도당 내 지역별 담당 체계 역시 구축되어야 한다.

평당원 중 관련 사업과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이들을 조직하여 각 사회운동 사업에 멤버십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열성 당원층을 실천적 차원에서 형성하고, 이들이 지역위원회와 광역시도당을 통해 일상 활동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의 기초 조직인 지역위원회는 해당 지역의 사회운동 센터로서의 기능을 병행하며, 이를 위해 일상적인 연대 활동과 정치캠페인, 지역의제에 집중하는 활동상의 정립이 필요하다.

연대 사업 과정에서 사회운동 전반의 통합적 대응과 연대 강화를 지향해야 한다. 민감하고 갈등적인 사안에서 뒤로 빠지는 정당이 아니라, 때로는 입장들을 조직하고 벼림으로써 사회운동에 기여하며, 이러한 경향을 대표할 수 있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가령 '갑질피해신고센터'나 '노동 비상구' 사업을 전국 광역단위로 확대한다고 했을 때, 이 사업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전담 활동가가 지역으로 파견되어야 하며, 사업 과정에서 중앙과 유기적으로 소통하여 함께 '운동'을 기획하고 펼칠 수 있도록 보조해야 한다. 즉, 중앙 지역팀의 업무는 '관리'가 아니라, '인큐베이팅'에 맞춰져야 한다.

'관리'에서 '인큐베이팅'으로

이런 개혁을 이행하기 위해 지도부 체계를 능동적으로 사회운동적 기획을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각 사업에 활동가 당원들을 배치할 수 있게 해 사업 틀을 전국 규모로 강화해야 한다. 가령 노동본부나 생태에너지본부를 확대 재편한다고 했을 때, 중앙당의 다른 편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고민해 체계를 강화하고, 정세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대표단 각 1명은 정의당의 핵심 프로젝트를 나누어 이끌고, 의원단 역시 각각 운동에 공식 참여하여, 운동 사업과 원내 정책 입안을 통한 이슈파이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위원회는 사회운동단체·노동조합 등과 함께 일상적인 공동 캠페인 전개하고, 이를 통해 정의당의 광장 정치를 가시화해야 한다.

예컨대 민주노총과 함께 코로나 해고금지 및 전국민 고용보험 등 운동을 펼치는 등 노동자운동·사회운동과의 공동 사업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을 아래로부터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정리해보자. 사회운동적 성격의 강화는 선언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한 번에 이뤄지지도 않는다. 당의 비전과 교육, 조직 체계, 리더쉽, 의회 전술 등이 통일성을 갖춘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중앙당과 지역 조직을 '운동본부'에 준하는 체제로 개편해 사회운동정당의 기능을 강화하자. 운동본부에 당의 대표정치인-최고위원 등이 책임을 맡아 대중 정치인으로 활동하도록 돕고, 원내-원외간 유기적 사업을 도모하자. 광역시도당 혹은 지역위원회에 사회운동과 연계한 사업을 유기적으로 지역화할 체계를 만들고, '관리'에서 '인큐베이팅'을 위한 중앙으로 재구성하자.

이 과정에서 제 사회운동 진영과 일상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조직'이라는 틀조차 주어져 있지 않은 대다수의 '몫 없는 사람들'과의 마주침을 기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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