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인력부족과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됐으나 간호사들이 일하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내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간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안을 권고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행동하는간호사회가 공동으로 병원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 방향을 담은 글은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2018년 2월 서울아산병원 고(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병원사업장의 연이은 간호사들의 자살, 간호사들의 장기자랑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가 더욱 주목받았다. 그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입법이 추진됐고 2019년 7월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1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공동주최로 8개 공공병원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상급자와 동료에 의한 괴롭힘
설문결과는 열악한 병원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대부분 노동자(83%)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람에 관한 응답은 관리자가 아닌 상급자(44%), 비슷한 직급 동료(16%)가 관리자·경영자(15%)보다 높게 드러났다. 병원의 경우 관리자보다 같은 업무를 하는 상급자 혹은 동료에 의해 괴롭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고연차가 저년차를 가르치며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괴롭힘 유형의 경우, △폭언(욕설이나 폭언 등 위협 또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행위) △무시(업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해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행위) △소문(개인 생활에 대한 뒷말이나 소문, 허위사실 등을 퍼뜨리는 행위) △태움(업무를 가르치면서 학습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괴롭히는 행위)을 경험했거나 목격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겪은 내용은 더 심각했다.
간호사들이 직접 답한 내용에 나와 있듯이 신규간호사들은 선임들이 공개적인 질책 등 인격적인 괴롭힘과 실질적 불이익을 감수를 강요당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괴롭힘이라는 악순환 끊기
병원에 노동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충분한 인력 충원'이라 답이 많았다.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 부족이다. "열악한 근무환경 → 이직 발생 → 신입 간호사 배치 → 간호업무 과중 →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는 현장의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간호사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 된다. 괴롭힘은 간호사의 이직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진다. 간호사들은 병원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신규간호사에게는 임상 적응시간이 부족한 병원의 시스템과 모든 간호사의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부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 안전사고와 위험에 노출 등이 간호사의 이직을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간호사가 행복해야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가 행복하다. 병원은 다른 어떤 현장보다도 사람의 역할이 중요한 현장이다.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일이 간호사들이 최전방에 있지 않은가. 간호사를 열악한 노동환경에 그대로 방치한다면 간호사들은 행복할 수 없다. 아니 일할 수 없다. 간호사들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끝으로 내몰려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자 노동권의 문제다.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는 병원의 노동환경이 지속된다면, 또 간호사는 떠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다.
인력충원 및 간호사들의 노동조건이 지속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이 개선되어야 신규간호사의 이직을 막을 수 있다. 경력간호사들의 교육을 포함한 엄부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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