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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함바식당(はんば)과 스키다시(つきだ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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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함바식당(はんば)과 스키다시(つきだし)

한때 함바(집)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 뉴스의 제목을 보면 “함바집 뇌물사건 피해자는 운영자인가, 건설노동자인가?”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아도 “함바집 비리 뇌물사건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이 아니라 수백 억 원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과 충격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활용, 여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고 연일 공격을 멈추지 않다. 보통 뇌물사건이나 비리 사건에는 피해자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다.”(네이버 블로그 <파란나라> 재인용)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함바집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로 인식되어 있다. 그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어사전에는 함바(hanba)라고 하여 ‘건설현장에 마련되어 있는 식당’이라고 나타나 있으며, 동의어로 함바집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언제부터 우리말 사전에 등재되었는지 모르지만 엄연히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원래 ‘한바(はんば)’라고 하면 ‘공사장에 있는 노무자 합숙소’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바뀌어 ‘건설현장에 있는 식당’이 되었다. 일제강점기하에서 토목공사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하도록 임시로 지은 건물을 한바(はんば)라고 불렀다. 함바는 본래 일본어 ‘한바(飯場)’에서 온 말인데, 한자어를 그대로 풀어본다면 ‘밥 먹는 장소’인 셈이다. 다음사전에는 ‘함바’로 등재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말로 ‘현장식당’이라고 하든지, ‘가건물’이라고 하는 편이 좋다. 규범표기는 미확정이며 함바집이라고 하면, 이 또한 옥상옥으로 역전앞, 처갓집 등과 같이 같은 말을 두 번 쓴 격이 된다. 사전에는 함바집으로도 나와 있는데,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공사현장에서 임시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식당이니만큼 “현장식당”이라고 하면 적당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식당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단어가 쓰끼다시(つきだし)가 아닌가 한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끼다시’라고 하여 그대로 굳어버린 것으로 본다. 이 단어는 곁반찬등 간단한 요리를 말한다. 사실 횟집에 가면 본요리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곁반찬으로 알고 있다. 나오는 대로 먹다 보면 정말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될 때도 있으니 이 곁반찬을 미리 많이 먹어두는 것은 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니다. 필자처럼 회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고구마 튀김 같은 각종 튀김류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다 먹어치우고 정작 회가 나오면 배불러서 잘 먹지 못한다.

‘つきだし’는 원래 ‘곁들이다’는 뜻을 가진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곁들인 안주’를 가리키는 말인데 얼마든지 ‘기본 안주’라는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이재운 <우리말 1,000가지>)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끼다시, 쓰끼다시, 쯔끼다시’등 다양하게 발음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곁들인 안주라는 의미보다는 회를 먹기 전에 미리 나오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어학사전에는 “일식집에서 주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내어놓는 음식이나 술안주”라고 되어 있으며 규범표기는 ‘쓰끼다시’라고 나타나 있다.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 회의 :2013년 5월 2일)에서는 ‘쓰키다시’를 ‘곁들이 안주’로 순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횟집에서 “곁들인 안주 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러한 용어은 언어의 사회성에서 밀려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이 모두 ‘곁들인 안주’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필자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스끼다시는 없나요?”하고 물어 왔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가능하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오랜 세월 굳어 버린 형태의 언어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는 과제라고 본다.

지난 주에 이어 계속 해서 우리말에 숨어 있는 일본어의 잔재를 살피고 있지만 끝이 없다. 의도적이라도 앞으로는 함바집 대신에 ‘현장식당’으로, 스키다시 대신 ‘곁들인 안주’를 써 보면 어떨까 한다. 언어를 버리고 나라까지 잃은 만주족(청나라)과 언어를 보존해서 2,000년 만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 민족과 비교해 보면 언어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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