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상 중인 LH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3월 11일 “해체수준으로 개혁하겠다”는 당시 정세균 총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만큼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지만 실제로 LH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해체’와 ‘개혁’사이의 간극도 간극이지만 해체와 개혁이 어떤 연관을 갖는지 명확히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해체와 개혁’이 하나로 엮여 버렸다.
정 총리의 이 발언이 ‘족쇄’가 된 탓인지 정부가 실제로 내놓은 최초안도 ‘해체 수준의 분리’였다. 상위에 지주회사를 만들어 주거복지기능과 자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기능을 부여하고 그 밑에 2~3개의 자회사를 두는 조직분리안이었다.
이같은 조직해체 방안이 LH 본사가 있는 진주를 비롯한 경남도민의 반발과 여당의 비판에 직면한 뒤 최근 당정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해진 LH개혁안은 사업규모 50% 축소, 인력 30% 감축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에서 시작된 ‘LH사태’가 여전히 LH의 ‘조직해체’ 내지 ‘조직축소’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남도민들은 연일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정부여당의 ‘LH 구조조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현충일인 6일에는 부산․경남지역 17개 대학총장들이 성명서를 통해 “청년들의 공기업 취업 기회를 축소시키고 국가균형발전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논의하고 있는 ‘LH혁신안’이 가장 비판받고 있는 지점은 ‘소뿔이 문제였는데 소를 왜 잡느냐’(矯角殺牛)는 항변에 집약돼 있다. 임직원들의 부동산투기를 단속하랬더니 왜 조직을 건드리느냐는 비판이다.
LH개혁안이 이 같은 방향으로 나간 데는 애초 ‘해체수준의 개혁’을 선포한 정부가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결과란 지적이 많다.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충격요법으로 ‘해체’를 입에 담는 바람에 정부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환부’만을 도려내는 데 그쳐야지 조직 전반의 구조조정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과욕이자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안을 담은 정부의 LH혁신안이 큰 논란을 촉발하고 있는 배경에는 다음과 네가지의 복잡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탓이 크다. 우선적으로 LH는 전국 10개의 혁신도시 조성과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으로 진주로 이전한 경남혁신도시의 대표공기업이란 점이다. 지역민들이 조직을 해체하고 인력이 축소되는 급작스런 조직개편을 지역균형발전의 대의를 흔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둘째는 올해 400여명의 LH 신규채용 응시를 준비해 왔던 청년들이 정부의 LH 혁신안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조직 축소/해체로 이어져 신규채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맥락’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정부 출범 초기에나 거론되는 ‘조직개편’을 이 시점에 LH만을 상대로 단시간에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명분도 없을뿐더러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직개편을 굳이 해야 한다면 전체 공기업을 대상으로 넓은 안목에서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지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의 부동산투기 근절이라는 ‘환부’를 수술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번 LH 사태는 수도권 어느 곳이든 땅 사놓고 시간만 지나면 신도시 예정지 아닌 곳이 없게 되는 ‘수도권 중심주의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만이 수도권 부동산 폭등을 잡을 수 있다. 애초부터 LH 개혁과는 거리가 있는 ‘조직해체’를 입에 담은 것부터 단초가 잘못 끼워졌다. 조직 해체는 개혁방안과는 거리가 먼 부적절한 처방이다. 공직자든 민간인이든 부동산투기로 이득을 보겠다는 발생 자체를 뿌리 뽑겠다고 선포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는 것으로 족하다. 만약 정부의 LH개혁안이 조직 축소/해체로 결론난다면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이전된 공기업 LH가 수도권 중심주의가 초래한 부동산가 폭등의 유탄을 맞아서 지역균형발전의 리더십을 잃어버리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LH를 포함한 공기업 조직 개편은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 넘겼으면 한다. 아울러 신규인력 채용은 LH 개혁안 마련과 별도로 즉각 추진해 줄 것을 촉구한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 아니던가.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