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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다가온 '지방소멸', 기존과 다른 획기적 정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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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다가온 '지방소멸', 기존과 다른 획기적 정책 필요하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균형발전의 새로운 방향

최근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에 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올 2분기 말 기준으로는 50.3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소멸은 부쩍 다가왔다.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고위험지역은 2017년 7곳, 2018년 11곳, 2019년 16곳, 2020년 23곳에서 올해 36곳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방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음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을 핵심적인 국정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현실이다.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기존의 균형발전정책과는 다른 차원의 획기적인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지역을 넘어선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아울러 메가시티 중심 지방살리기와 그 핵심 기제로서 혁신적인 대학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 지역이 앞장서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필자)

지역간 불균형 발전의 원인

균형발전에 관한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위해서는 불균형 발전이 왜 생기는지에 관한 원인분석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표1은 지역간 불균형 발전을 만들어내는 요인들과 이에 맞서 불균형을 축소하는 요인을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으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지역간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확대하는 경제적 요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입지 조건의 차이다. 부존자원이 풍부한지 여부, 바다와 근접했는지 여부, 토지가 비옥한지 여부 등의 지리적 조건이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고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할수록 이러하 지리적 조건보다는 인력과 연관 산업 네트워크의 존재 등이 중요해진다. 이는 소위 ‘집적의 이익(economies of agglomeration)’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도시화는 경제발전의 핵심적 기제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지식이 축적되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분업과 사회적 협력시스템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간 초기 편차가 갈수록 누적적으로 확대되는 경향(cumulative causation)도 존재한다. 이미 발전된 지역일수록 구직, 창업 등 경제활동에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됨으로써 소위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일수록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생활여건이 우수하여 인구가 더욱 몰리는 것도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하는 기제이다.

경제 원리가 무조건 불균형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통합됨으로써 경제발전 수준이 평준화되는 힘 또한 작동한다. 각 지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고, 소위 요소가격균등화 법칙에 의해 소득수준이 평준화되는 경향이 작동한다. 집적의 이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집적의 불이익, 즉 과밀 비용(congestion cost)도 존재한다. 도시기반 시설이 인구집중을 따라가지 못할 때 이 문제는 심각해진다. 과밀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도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더이상의 집중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불균형 발전을 확대하는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부와 소득 수준에 비례하여 정치적 영향력에도 차이가 생기고 이에 따라 공공투자의 배분이 이미 발전된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이다. 서울의 강북지역에 비해 강남지역에 지하철이 촘촘하게 들어선 것이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서울지역에 물리는 현상 등이 그 사례다.

정치적인 요인은 불균형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보편적 사회서비스( 교육, 의료, 복지 등)가 제공되면 지역간 경제력 격차에 비해 생활수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또한 낙후 지역의 정치적 요구가 일정하게 반영됨으로써 인프라 등 공공투자에서 낙후지역에 대한 배려를 하거나 지역 편중을 억제하기 위한 입지 규제를 통해 자원배분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지역간 불균형을 생성하고 확대하는 요인과 억제하고 축소하는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일정한 균형점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점이 이동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불균형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지역균형발전, 과연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국민의 90%가 지역불균형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균형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역불균형이 수도권의 부동산 과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배경으로 역대 정권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국토 균형 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과연 이러한 우려는 타당한가? 오히려 지역균형을 위한 수도권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효율성이고, 인위적인 입지 규제가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적 효율성을 주된 관심으로하는 경제학 이론에서는 사실 지역간 불균형을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다. 효율성 혹은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역간 불균형은 입지조건, 집적의 이익, 누적효과 등에 따른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물론 시장의 실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현실의 불균형을 효율성의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누적적으로 지역간 편차가 확대되면서 지역의 잠재력이 묻혀버리고 소실되는 수도 있고, 지리적 혹은 인위적 장벽에 의해 시장통합이 미흡할 수도 있다.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과잉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해친다. 이미 잘살게 된 지역이 세수가 많고 정치적 영향력이 커서 인프라 투자나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지출에서 낙후지역에 비해 더 큰 몫을 받게 된다면 지역간 편차는 경제적 요인이 빚어낸 격차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불균형 발전에도 이러한 요인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등교육 투자의 불균형은 수도권 집중, 나아가 서울 집중의 핵심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효율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통합과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간 격차가 과도해지면 하나의 정치공동체로서 안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불균형이 심한 국가들의 경우 균형발전에 대한 정치적 요구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간 경제력 격차와 무관하게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가급적 생활수준의 균등한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균형발전 정책의 방향

그렇다면 균형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역별 입지 여건의 차이에 따른 산업 특화 및 집적의 이익에 따른 불균형 발전은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시화 경향, 그 가운데서도 메가시티 중심 발전 경향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힘에 역행하는 정책은 심각한 비효율을 야기할 뿐더러 효과적으로 작동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고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제공으로 생활수준의 균등한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인구밀집지역과 인구분산지역에 동일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역별로 도시 중심으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교육, 의료, 행정, 문화 서비스 등을 시골 지역에 골고루 제공하는 것은 지나친 낭비를 초래한다. 극단적인 사례로 학생 수보다 교사 수가 많은 일부 시골지역 학교를 마냥 유지할 수는 없다. 시골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서는 소득보장 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이들이 도시지역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비교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편이 낫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막을 수도 막을 필요도 없으며, 농업 등 농촌지역의 경제활동은 갈수록 도시주민이 농촌으로 출퇴근하면서 영위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소멸도 상당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지역주의를 넘어서서 지방의 중소도시를 더 압축적으로 발전시키고, 광역 연계와 협력을 활성화하면서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었으나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 발전은 갈수록 심화되었다. 성장우선주의 기조 아래서 소득보장과 보편적 사회서비스 제공을 소홀히 하여 지역 간 생활수준 격차가 과도하게 확대되었다. 뒤늦게 정치적 힘을 획득한 균형발전론은 충실한 복지 확대보다는 각종 낭비성 토건사업을 비롯하여 비효율적 지역 고용창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도로, 철도, 공항 등 인프라 투자가 과도하게 정치화되어 버린 것도 큰 문제다.

낙후지역 잠재력을 제고하기 보다는 선도지역 발목잡기에 치중한 시기도 있었다. 낙후지역의 발전 전략에 있어서도 지역의 잠재력 제고와 특화에 기초한 내생적 발전보다 중앙정부의 인프라 투자나 기업 유치 등 외부에서 자본을 끌어오는 방식에 경도된 경향이 있었다. 내생적 발전잠재력의 핵심요소인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가운데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웠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인재유출에서 인재유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재 육성에 성공해야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재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과거 70년대 초 항공산업 고용 하락을 큰 타격을 받은 시애틀과 80년대 초 자동차산업 고용 하락을 겪은 디트로이트의 비교가 좋은 사례로 거론된다. 인재 양성 기반이 건재했던 시애틀에서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그리고 스타벅스가 등장해서 경제가 살아났는데, 그렇지 못한 디트로이트는 오랜 기간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지역에 수준 높은 고등교육이 이루어지고 인재 육성이 되도록 해야 지역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KAIST, 포항공대, 한국예술종합학교, GIST·DGIST·UNIST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 소재 대학도 제대로 투자하면 좋은 대학이 되고 인재 육성을 할 수 있다.

전환기의 새로운 정책 방향

현 시점에서 균형발전을 추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맥락이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 등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에서 기존의 낙후지역이 앞장서서 나감으로써 지역균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득권을 누리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다. 위기가 깊은 지역일수록 절박한 전환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이건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모든 분야의 경제활동과 일상생활까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인재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 입장에서는 ‘데이터 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람 투자보다는 물적 자본 투자에 치중하고, 소프트 웨어보다는 하드 웨어에 치중하고, 지식기반 서비스보다는 제조업을 키우는 데 힘을 기울여 왔다. IT강국이라고 하지만 제조 기술이 강할 뿐이다. 반도체 설계 기술이나 인공지능 분야 고급인재 등에서 경쟁력은 형편없이 뒤쳐져있다. 이는 추격형 발전 전략의 유산이다. 교육시스템도 추격형 유산에 발목 잡혀 선도형 발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인재양성에 실패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수준에 비해 전반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작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다수 대학의 재정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정답찾기 교육으로 개념설계와 창의적 연구역량이 미흡하고, 기존 시스템의 기득권 때문에 시대적 변화의 수용이 지체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법이 특성화와 거점화, 그리고 획기적인 재정지원으로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주고 생존과 도약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 선발부터 정원과 학점인정, 그리고 인건비 규제까지 혁신을 위한 자율성을 대폭 인정해 주어야 한다. 행여 있을지도 모르는 방만한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관한 의무를 강하게 부과함과 동시에 시장의 경쟁 압력에 의존해야 한다. 교육부의 평가보다는 학생과 기업 등 수요자의 선택이 대학의 생사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도 지역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추격형 산업화 과정에서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가 고착화되었고 석탄화력발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세계 최상위 수준인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정부는 금년 5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겼고, 10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현행 2018년 대비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산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더이상 에너지 전환을 늦출 수는 없다. 앞으로 환경을 무시하는 기업은 세계경제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이 화석연료기반 에너지를 사용한 제품의 구매를 거부하고 글로벌 펀드들이 환경파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거부하는 움직임들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보는 수출지향적 제조업의 비중이 큰 한국경제에 사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지역이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공급이 산업 유치의 조건이 될 것이다. 구글이 풍력 발전의 나라 덴마크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 것이 좋은 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작년 7월 BMW가 체결한 20억 유로(약 2조7500억원) 규모의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들 수 있다. 기존의 공급업체인 중국 CATL과 삼성SDI를 제쳐놓고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가 입찰에 성공하여 업계를 놀라게 하였다. 노스볼트는 비록 신생회사지만 풍력과 수력 등 100% 재생에너지에 의한 생산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지역이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위한 인재육성과 재생에너지 생산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이를 재정지원과 규제혁신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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