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산하 180여 개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들이 지난달 24일 '공공기관 대전환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로부터 독립하고 시민과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공기관 운영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가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정건전성만을 강조하는 기재부 입김 하에서는 공공기관이 사회공공성 강화와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두 편의 기고를 싣는다.
현 시기 코로나19가 거시적 국가경제와 개인의 일상을 위협하면서,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고, 이에 대응하여 국가의 귀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가 재정규모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경제위기와 이에 수반된 사회양극화와 심화한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성'과 '사회화' 전략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정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표방하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긴축에 가까운 보수적 재정정책을 유지해왔으며, 금융시장 보호와 기업 지원에 치중할 뿐 고용과 생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나아가 2007년 4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이후 지난 1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기재부는 정부 예산 100조 원이 지원되고 1년 수입이 750조 원에 달하는 공공기관을 경영지침과 경영평가를 무기로 강력하게 통제해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해왔는지, 공공기관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공공기관 관리체계가 수립되어 왔는지는 의문이다.
장기화하는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저출산 고령화·디지털 전환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며, 공운법 시행 15년 동안 빚어진 무수한 공공기관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한 관료 통제의 정점에 서 있는 기재부 중심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을 비롯한 공공기관 체제전환이 시급하다. 공공성과 노동권을 저해하는 기재부의 독점적 권력을 해체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기재부로부터 독립시키는 한편, 공운위에 노동조합 참여를 보장하는 등 민주성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 기재부로부터 독립시켜야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공운위의 기재부로부터의 독립과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정책결정기구이지만, 경제관료(기재부) 독점 지배구조에 사실상 종속된 거수기였다. 기재부는 경영지침, 예산지침 등에 의한 개입은 물론, 경영평가의 경영관리 범주에 경영효율화와 관련한 각종 사항을 평가지표화하여 사실상 공공기관에 대한 일상적인 경영 간섭을 제도화하였다. 예산과 경영에 대한 통제, 공운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면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에 관해 압도적인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비틀어진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개입 통로를 끊어내야 한다. 정부 재정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보다는 더 넓은 시야에서 조망할 수 있는 부처나 심급이 공운위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
현행과 같이 공운위를 기재부 소속으로 설치한 결과로 야기된 폐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공기관 관리·감독 기능은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며, 소속 공무원의 임면,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 독립성을 가지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준독립적 기구로 공운위를 설치한다. 현재 기재부의 외청으로 있는 국세청, 관세청 등과 유사한 위상으로 하되, 시민, 노동계 등의 참여를 가능하도록 독임제 형태(청 조직)가 아니라 합의제(행정위원회) 형태로 공운위를 설치하는 것이다. 공운위는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는 제반 권한을 행사하는 기구이므로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하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노조 대표 참여 등 민주적 운영 강화도 필요
공운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재부로부터의 독립성 강화와 함께 공운위의 권한, 구성 및 운영이 민주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공운위는 정부투자기관운영위원회와 정부산하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합·일원화하여 공공기관 관리의 효율화·투명화를 추진한 것이나, 노동자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의 참여폭이 축소되었을 뿐더러 기재부에 종속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기재부 산하에 설치되어 있는 공운위는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고 관계 행정기관의 차관급 공무원과 기재부 장관이 추천하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중립을 가장한 정부 입맛에 맞는 위원'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위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으며, 그 결과 독립적·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운위가 공공기관 정책에 관한 실질적인 심의·의결을 할 수 있으려면 민간위원들이 자율성을 갖고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 관련 당사자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임위원을 두어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은 공운위 산하로 이관하여 사무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운위에 공공기관 노조 대표의 직접적 참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공운위에 공공기관 노조 대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공공개혁에 대한 공공기관 노조의 책임 있는 참여를 담보할 뿐 아니라, 민주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데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대표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체계에서 정부산하기관운영위원회(2004~2006년)에 총연합단체 등 노동계의 위원 참여 전례에 비교하더라도 후퇴한 것이다. 정부 대표, 이용자 대표, 노동자 대표의 삼자 중심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공공기관 이사회만큼은 아니더라도 총연합단체 또는 공공기관 산업별노조 중심으로 공운위에 노조 대표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
공운위의 민주적 운영도 중요하다. 공운위 운영은 전반적으로 기재부가 주도하고 있고, 회의도 중요 정책에 걸맞은 충분한 토론·숙의 없이 경영효율화 중심의 기재부 정책 방향을 요식적으로 심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공운위는 대략 매월 1회 정도 개최되고 있고, 보고안건을 제외하고 연간 의결안건 수만 약 120건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공운위 회의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하고, 심지어 서면심의로 대체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실질적인 공운위 회의 및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위해, 각 의제별로 전문위원회·소위원회를 구성·운영하면서,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핵심적 의제인 기능조정·경영지침·경영평가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숙의절차 및 공론화 절차를 밟도록 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이와 같이 공운위의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와 함께 공운위의 민주적 재편이 이루어진다면 현행 공공기관 평가체계 또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평가 본연의 목적보다는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획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핵심 기제로서 작동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공공성 확대·강화 및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행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기재부의 관료적 통제 사슬을 끊고 공운위 등 공공기관 의사결정체계 전반에서 민주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기재부 중심의 관료적인 공공기관 지배구조 타파로부터 공공기관이 공공기관답게 운영되는 첫걸음을 내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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