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달 말 해외 출장을 시도하려다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는 안보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26일 군인권센터는 '출국금지 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3월 말 외유성 해외출장 시도하다 취소'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대사가 출국금지 중인데도 주(駐)호주한국대사로 임명된 데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도 출국금지 상태로 출국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제보에 따르면 김계환 사령관은 3월 29일 경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 제3원정군을 들른 뒤 하와이 소재 미 태평양함대사령부, 미 태평양 해병대를 연달아 방문하는 출국 계획을 수립했다가 최근 취소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해병대는 이미 지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미 해병 제3원정군과 KMEP(Korea Marine Exercise Program) 등의 연합훈련을 진행했고 김계환 사령관은 한미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연습 기간 중인 3월 7일 로저 B. 터너 미 해병 제3원정군 사령관과 서북도서 연합작전을 지도하며 만남을 갖기도 했다"며 "이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3월 말에 김계환 사령관의 장기 해외 출장 필요성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전했다.
센터는 "출국 예정 시점이 4월 정기 인사를 앞둔 3월 말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며 "아직 연말까지 임기가 남은 김계환 사령관이 전반기 장성 인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외유를 계획한 건 교체가 기정사실화 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센터는 "저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군사외교는 핑계에 불과해 보인다. 김계환 사령관이 4월 전반기 정기 군 장성 인사를 앞두고 세금으로 '하와이 외유'를 즐기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사령관 교체를 앞두고 출장 명목으로 하와이 여행을 떠나려다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으로 출국금지 이슈가 불거지자 슬그머니 출국 일정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예정된 출국이 반드시 필요한 군사외교 일정이었다면 법무부에 출국금지 해제를 신청하고 다녀오든가 대리자라도 보내야 할 텐데 그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애초부터 이번 출장이 불필요한 외유성이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김계환 사령관은 채 상병 사망부터 수사외압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 속에서 해병대 최고 지휘관으로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수사외압과 관련해 직권남용과 위증으로 고발까지 당한 핵심 피의자"라며 "이 와중에 자중과 반성은 커녕, 국민의 혈세로 불필요한 하와이 출장을 잡고 외유를 다녀오려고 했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센터는 "각군 지휘관의 군사외교는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다. 출국 계획과 취소는 김 사령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경위로 출국이 계획되었는지, 보고 계선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언제, 왜 취소하게 되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범중 해병대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김 사령관의 출장 취소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무 국외 출장이 순연된 것은 서북도서 일대 적 위협 등 현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순연하였으며, 차후 시기는 미 측과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서북도서 일대 안보 상황 때문에 연기하게 된 것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가 언론에 알려진 시점이냐는 질문에 해병대 측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답을 밝히지 않았다.
김 공보팀장은 "해병대 사령관 공무 출장은 연초에 계획을 수립하며 한미 해병대 연합 방위태세 확립 및 동맹 강화의 목적으로 매년 정례적으로 한미 해병대 고위급 인사가 상호 방문하고 있다"고 출장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무 국외 출장은 제3해병기동군 그리고 미 태평양해병대사령부 등의 방문 일정으로 서북도서에서의 북한의 유역과 서북도서 방위를 위한 연합 대비태세 확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올해 6월 계획된 한국 해병대와 미 태평양사령부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다자안보회의 준비 일환으로 추진됐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국방부 압수수색 전에 김계환 사령관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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