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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앵벌이…악의 축 vs 불쌍한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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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앵벌이…악의 축 vs 불쌍한 노숙자

고객 피해주는 아바타?

‘카지노 앵벌이’는 악의 축이라는 비판과 불쌍한 노숙자라는 동정론이 교차한다.

‘카지노 앵벌이’는 강원랜드 개장이후 생겨난 ‘카지노의 그늘’이다.

▲지난 3일 낮 태백지역 기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사랑의 도시락을 받기 위해 정선군 고한읍 하나의원 앞공터에 줄을 서 있는 앵벌이들 모습. ⓒ프레시안

카지노에 전 재산을 탕진한 뒤 오갈 데 없어 강원랜드 인근에서 생활하는 앵벌이는 약 5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2010년까지 앵벌이는 3000여 명 수준까지 급증했다가 출입일수 감소, 좌석매매와 대리베팅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카지노를 찾는 선량한 고객들은 좌석매매와 대리베팅을 일삼는 앵벌이 때문에 가뜩이나 열악한 게임환경이 더 황폐해지고 영업장 분위기까지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앵벌이를 ‘악의 축’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반면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오갈데 없는 앵벌이들에게 최소한의 버팀목도 필요하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앵벌이 실태를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본다.(편집자 주)

1. 앵벌이…카지노 영업환경 교란시키는 주범논란

강원랜드 인근에서 생활하는 카지노 앵벌이는 5가지 부류로 분류된다.

먼저 카지노에 출근해 자리를 팔거나 대리베팅을 ‘업’으로 살아하는 ‘전문 앵벌이’가 150~200명으로 추정된다.

거의 매일처럼 ARS 신청으로 100번이나 최소 500번 이내 당첨을 기대하는 이들은 혼자나 2, 3명이 함께 거주하는 가운데 월 평균 12일 가량 카지노에 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전문앵벌이들은 슬롯머신 잭팟 당첨을 노리는 10여 명의 전주(錢主)와 연결되어 있으며 테이블게임의 대리베팅에도 ‘병정’으로 출정한다.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정선군 고한읍 구공탄시장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 설치한 고한구공탄시장의 '야생화마을 나눔곳간'은 앵벌이들이 사실상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프레시안

두 번째로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는 ARS 앞 번호 당첨자를 연결해 주는 좌석중개인 앵벌이(10여명 수준), 온라인 도박을 연결하는 에이전시 앵벌이(수십명), 사채를 연결시켜주는 속칭 삐끼(수십명)등 브로커 업무로 생활비를 버는 ‘브로커 앵벌이’도 있다.

세 번째로는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사랑의 도시락이나 고한구공탄시장 나눔 곳간에서 제공하는 간식과 반찬을 챙겨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앵벌이’(50~80명)가 가장 밑바닥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 번째로는 카지노에 수시 출근하거나 온라인 도박으로 재기를 노리지만 생계형 앵벌이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 ‘은둔형 앵벌이’도 150명 수준인 것으로 추산한다.

은둔형 가운데 일부는 대리운전, 공사장이나 배추밭에서 막노동을 하는 경우, 식당에서 서빙으로 번 돈으로 게임하는 생활이 반복된다.

마지막으로 주소지를 고한사북에 옮긴 뒤 단도박 모임에 적극 참여하거나 기초생활수급 혜택이나 행복아파트 등 서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해 살아가는 ‘현지인 앵벌이’도 50~8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지인 앵벌이 확대는 고령화도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창기 40대, 50대의 한창 나이에 카지노를 접했던 앵벌이들이 강원랜드 개장 20년이 지나면서 60대와 7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일부는 80대에 접어들기도 했다.

고령화의 그늘은 앵벌이들이 강원랜드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사랑의 도시락’은 이들에게 거지근성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카지노의 앵벌이 저자이자 오방TV 운영자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오방TV캡처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한 뒤 한심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2007년 ‘카지노 앵벌이의 하루’를 펴낸 전직 앵벌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17년 전 앵벌이 생활을 청산한 오방이(유튜브 오방TV 운영자)는 “2005년부터 1년가량 앵벌이 생활을 한 사람으로 아직까지 앵벌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점에 안타깝다”며 “앵벌이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는 구조적 문제 탓에 생존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라서 어쩔 수 없이 앵벌이 생활을 했지만 하루 빨리 카지노를 떠나는 것이 정답”이라며 “자리팔기와 대리베팅으로 챙기는 알량한 돈이야 말로 사람을 파멸시키는 마약처럼 결국은 앵벌이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된다”고 지적했다.

‘앵벌이 1.5세대’의 주인공 오방이가 말하는 ‘토양’은 좌석매매와 대리베팅이 핵심이다.

강원랜드는 좌석매매와 대리베팅을 CCTV 등 단속을 통해 출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가 살아 있는 카지노에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강원랜드는 슬롯머신 1360대, 테이블 200대(실제 167대 운영)를 허가받았지만 하루평균 입장객 7000여명이 자리에 앉아 게임할 수 있는 좌석 수는 2200~2400석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룬 강원랜드는 (좌석이 필요한)고객에게 좌석매매를 부추겨 자릿값(10~30만원)과 대리베팅 등 앵벌이가 기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다.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에서 출입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 모습. 매일 오전 10시부터 ARS 당첨번호 순서에 따라 20명 단위로 입장하고 있다. ⓒ프레시안

초창기 선착순 줄서기로 입장권을 구매하다가 ARS입장번호 추첨으로 입장순번 제도가 진화했으나 여기에도 ‘시장 경제’가 개입해 번호를 연결시켜 주는 중간 브로커가 좌석매매를 주도한다.

앵벌이 A씨는 “ARS 앞 번호를 연결시켜 주는 브로커는 양쪽에서 5만원씩 건당 10만원을 챙긴다”며 “어떤 브로커는 하루에 최대 17명을 연결해 준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브로커당 5, 6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대 베팅액이 30만원에 불과한 베팅한도 등도 대리베팅이라는 부작용을 만들고 있으며 슬롯머신에서도 잭팟이 임박한 경우 대리베팅 알바가 횡행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앵벌이 B씨는 “좌석매매의 경우 당사자끼리 카지노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돈이나 칩으로 주고받지만 은행계좌로 송금 받기도 한다”며 “게임좌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앵벌이들의 활동영역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앵벌이가 필요할 때마다 알바로 고용하는 슬롯머신 브로커는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수십억의 게임머니로 잭팟 슬롯머신을 평정하고 있다.

이들 슬롯머신 브로커는 특정 슬롯머신에 잭팟 당첨이 임박해지면 1인당 5~10여 명의 앵벌이를 알바로 일당을 주며 해당 슬롯머신에서 대리베팅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2일 강원랜드 잭팟(일명 다이아몬드 345)의 당첨금이 2억 8000만원을 넘자 자릿값이 100~200만원을 호가했고 이튿날 2억 9000만원 되자 좌석 매매가격이 자그마치 400~500만원에 달했다.

▲강원랜드 인기 슬롯머신인 '강원랜드 잭팟'. ⓒ독자

강원랜드 설립이후 좌석매매 가격으로는 이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10월 3일 강원랜드 잭팟 당첨자는 고한거주 앵벌이였고 실제 앵벌이를 고용한 전주(錢主)는 60대의 할머니로 전해졌다.

이 60대 할머니는 이튿날 새벽, 자동차프로모션(K9)에서도 자신이 고용한 앵벌이 알바가 잭팟에 당첨되면서 입장권 한 장으로 2억 9400만원, 8500만원 잭팟에 연달아 당첨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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