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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서 집 사라' 시즌 n번째,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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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빚 내서 집 사라' 시즌 n번째, 언제까지 봐야 하나?

[경제뉴스N시선] 정책대출에서 지분형 모기지까지

"2%대 청년용 주택드림대출 출시했지만…서울아파트는 '그림의 떡'" [부동산360](25.04.22 헤럴드경제)

"1억으로 10억집 산대"...'지분형 모기지' 대박, 아니면 쪽박?(25.04.21 머니투데이)

토허제 나비효과…2030 청년 '영끌' 내 집 마련 올 들어 반등(25.04.25 뉴시스)

4월 가계대출 폭증 조짐?…일주일만에 '1조' 늘었다(25.04.04 연합인포맥스)

"대출 줄인다더니"...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하자 매달 1조씩 늘었다(25.03.03 매일경제)

특례대출 받은 30대, 아파트 '큰손' 됐다…포모(FOMO)도 영향(25.02.16 동아일보)

'빚 내서 집 사라' 정책.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과 언론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붙인 별명이었다. 집값과 전셋값 동시 상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박근혜 정부는 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완화하고, 2015년부터는 기준금리를 서서히 인하했다.

다음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저금리 정책을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했지만 임기 초부터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대출을 집값의 80%까지 허용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신용대출 등 갖가지 수단으로 주담대 규제를 우회했다. 무엇보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매년 급증했다.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로 풀린 돈은 전셋값을 상승시키면서 임대인의 갭투자를 뒷받침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금리가 더 낮아지고 자산 가격은 치솟을 대로 치솟았다. 양태는 달랐지만 '빚 내서 집 사라'의 지속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집값이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있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화두였고 기준금리는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모로 보나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펼치기에 부적합한 시기였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을 받았다. 2023년 한 해 동안의 주택 매매거래 41만1812호 중 4분의 1 정도인 10만2617건이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아서 이뤄졌다. 정책대출을 통한 아파트값 올리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 축소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2024년 1월부터는 신생아특례대출이라는 상품이 출시되었다. 이번에는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아니라 저출산 해소 대책이라는 포장지를 입혔다. 신생아특례대출은 기존의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상품으로, 2년 내 출산 또는 입양한 무주택 가구에 주택구입 또는 전세자금을 저리로 빌려준다. 1주택 가구의 경우 대환대출도 가능하다. 대상 주택은 9억 원 이하여야 하고,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소득 6000만 원대인 부부가 기존의 신혼부부전용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와 새로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을 4억원씩 받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우대금리 조건 중 청약저축 가입(연 0.3%p)과 부동산 전자계약(0.1%p)을 만족한다고 가정하면 이 부부가 신혼부부전용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는 2.85%가 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금리는 2.25%까지 내려간다. 원리금 균등상환을 가정하면 매월 상환 금액이 약 11만 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실제로는 체증식 상환도 가능하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32만 원이 절감된다. (일반 주담대와 비교하면 연간 400만 원 정도가 절감된다.) 반면 기존에 신혼부부전용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연 소득 8500만 원 이상인 부부의 경우는 일반 주담대와 비교해야 한다. 주담대 금리를 4.0%로 가정하면 신생아 특례대출로 절감하는 액수는 연간 320만 원 정도가 된다. 즉 신생아 특례대출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기존에 다른 정책대출 이용이 불가능했던 연 소득 8500만 원 이상인 부부였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초기에는 대환대출 신청이 많았고, 뒤로 갈수록 신규 주택구입자금 신청이 늘어났다(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 2024년 1월~7월 실행금액 기준으로 95%는 아파트 관련 대출이었고, 실행 건수 기준으로는 약 53%가 서울, 경기, 인천에 몰려 있었다. 그리고 2024년 하반기에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는 정책금융을 풀다가 아파트값 상승이 문제가 되면 갑자기 금융권을 압박해서 대출을 조이거나, 금리를 일부 올리거나 하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집값은 비싸졌는데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해서 소매 판매마저 줄어들던 시기였기에 정책금융은 시장 분위기를 바꿀 정도의 큰 힘을 발휘했다. 2024년 전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가 30대(26.6%)였다는 사실 역시 저금리 정책대출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돈 풀기를 했다. 2024년 12월부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요건을 부부 합산 2억 원으로 완화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21번째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라고 했다. 2024년 4월 4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민생을 챙기는 정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자. "일부 정부 사업의 소득기준이 신혼부부에게 결혼 페널티로 작용해 혼인신고를 늦춘다는 지적에 따라 부부소득 합산 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안진이

2024년 11월 28일에는 국토부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을 연소득 2억 원까지 상향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래서 <매일경제> 기사 제목처럼 "연봉 각각 1억씩인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소득요건을 2억 원으로 완화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특례대출 신청액이 급격히 증가해 월 1조 원을 넘어섰다. 소득이 1억 3000만 원 이상 2억 원 이하인 고소득 신혼부부의 대출 신청이 몰린 영향으로 짐작할 수 있다.

애초에 신생아 특례대출은 27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첫 1년 동안(2024년 1월 29일~2025년 1월 30일) 실제 실행된 금액은 총 10조3438억원이었다(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토교통부 자료). 그중 7조6711억 원은 주택구입자금으로 사용되었다. 아마도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 규모가 애초 계획에 미달하자 소득요건 완화를 결정했을 것이다. 결혼도 출산도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개별 가구의 입장에서 보자. 2023년도나 2024년도에 출산한 가구 또는 출산하려고 했던 가구라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서 이자 부담을 줄이면 된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연소득 6000만 원대 신혼부부라면 어떨까? 연간 100~400만 원 정도의 이자 비용이 절감된다고 해서 아이를 낳게 될까? 육아 비용과 사교육비, 휴직이나 경력 단절의 비용도 생각해야 하므로 그렇게 단순하게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생아 특례대출은 정말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혹시 건설업체와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가 빚을 지게 만드는 정책은 아니었을까?

젊은 세대가 미래의 아파트값에 베팅하도록 국가가 유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이득을 보려면 앞으로 아파트값이 오르거나 최소한 현재 가격이 유지되어야 한다. 반면 아직 대출을 받지 않은 청년들의 경우 신생아 특례대출 여파로 아파트값이 오를 경우 나중에 더 높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를 낳기는 더 힘들어진다.

주거 문제를 해결해서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정공법이 있다. 인위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부양하지 않고, 예산을 투입해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공공주택을 얼마나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정치인들 중 누군가는 청년층에게 LTV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DTI 철폐를 말했다. 당선이 유력한 다른 정치인은 "국민의 욕망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주거에 대한 공적 책임을 말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가 걱정된다. 올해 정책대출도 24년(60조4000억 원)과 비슷하게 60조 원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니, '빚 내서 집 사라'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은 이름과 숫자만 바꿔서 계속 나온다.

지난 18일에는 청년층 무주택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 상품인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출시됐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만 39세 이하 무주택자가 청년주택드림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될 경우 연 2%대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금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지분형 모기지’라는 정책은 더 놀랍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분형 모기지란 '집을 살 돈이 부족하면 집값의 10%만 내세요'라는 정책이다. 나머지 90%는? 40%는 대출을 받고 50%는 정부(정확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투자' 형식으로 지분을 매입한다. 수분양자는 정부 지분에 대해 매달 일정한 사용료를 내고, 나중에 집을 매각할 때 시세차익은 지분 비율대로 나눈다. 혹시 나중에 집값이 떨어질 경우 손실은 정부가 먼저 감당한다. 정부 지분에 대한 사용료가 연 2% 수준이니, 주담대 금리와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수분양자에게 유리하긴 하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은 민간의 영역이라면서 집값 하락의 위험을 왜 정부가 떠안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통계상의 가계부채는 늘리지 않으면서 부채 주도 성장을 도모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상승 동력이 부족한 부동산시장을 정부가 떠받치려면 점점 위험하고 복잡하고 자극적인 정책이 나오게 된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빚 내서 집 사라' 다음 시즌을 찍지 않기를 바란다.

▲4월 23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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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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