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후보 양측 대리인단 간 단일화 협상이 결국 열렸지만, 입장 차이로 인해 일단 결렬됐다. 양측은 2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 대리인단은 9일 저녁 8시 30분부터 20분가량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양수 사무총장 주재 하에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어떤 방식이든 좋다"며 아무 조건 없이 단일화 협상에 임하겠다던 한 후보 측이 김 후보 측의 조건을 거부한 게 결렬 원인이었다.
먼저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한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당에 일임한다고 했기 때문에 아예 발언권이 없다. 협상의 당사자로 온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 실장은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협의하지 않겠다고 언성까지 높였다. 심지어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까지 하면서 협상 태도 자체가 전혀 요지부동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 측의 의견이 갈린 것은, 당이 추진하는 단일 후보 선출 관련 여론조사 진행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는지 여부였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를 위해 △10일 하루 동안 △3000명 이상 샘플을 대상으로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되, 한 후보가 무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응답을 취합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 후보 측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 방법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김 실장은 "(한 후보는) 전 국민 상대로 거짓말만 했다"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협상하는데, 정당 지지를 묻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자를 뽑는 과정에 당원을 선거에 동원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당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점에도 답답함을 표출했다. 그는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 후보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김 후보는 자기희생적으로 협상에 나섰는데, 최소한의 요구조건은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나 한 후보 측은 이미 아쉬울 게 없는 분들이라 열의가 없는 거 같다"고 했다.
이에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김 후보 측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 당원이 동의할 수 없는 방법에 어떻게 동의하겠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손 실장은 "그 방법만 아니라면 저희는 어떠한 방법에 대해서도 김 후보 측에 동의하겠다고 말했고, 저희가 제안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 '김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방식'에 대해 말했는데 그걸 받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앞서 한 후보 본인이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어떤 방식이건 좋다",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그 어떤 절차에도 저는 아무런 불만 없이 임하고 결과에 적극 승복하겠다", "저는 단일화의 세부 조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전혀 없다. 단일화 절차, 국민의 힘이 알아서 정하시면 된다. 저는 응하겠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응하겠다"고 한 것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의 지난 7일 단일화 1차 담판 회동에서도 "단일화 방식 등은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후보자가 결정할 일이며 어떤 방식을 택하시건 저는 아무런 이견 없이 응하고 승복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양 후보 측 대리인단은 이날 밤 10시 30분부터 다시 만나 2차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8시부터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지도부 선에서 관련 결과를 보고받은 이후 의원총회에 돌입했다. 후보 교체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당은 필요 시 관련 안건 의결을 위해 심야 중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의원총회는 이날 밤 산회하기 전 비대위에 후보 교체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에서 "의원 대부분이 단일화를 촉구했고 '지도부에서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일임하겠다'는 얘기를 주로 했다"며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지만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그 총의(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서울남부지법이 김 후보가 낸 △후보자 지위를 인정 △제3자에게 대통령 후보 지위 부여 금지 가처분과, 김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위원장 등이 낸 △전국위·전당대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함에 따라 당 지도부로서는 대선후보 교체 과정에 놓인 마지막 걸림돌도 제거된 셈이 됐다.
법원은 가처분 기각 이유에 대해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 후보 등과의 단일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사실상 후보자 확정과 관련된 단일화 절차 진행에 관해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며 "당원 설문조사 결과 '단일화 찬성'과 '후보 등록 이전 시점' 찬성 비율이 80%를 넘긴 것으로 확인되고, 국민의힘이 당헌 제74조의2의 취지를 고려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전당대회 내지 전국위 개최를 추진하는 것이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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