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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는 건지 화해하자는 건지…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상대하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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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자는 건지 화해하자는 건지…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상대하는 방법은

[정욱식 칼럼] '골든돔'으로 '철옹성' 구축하면서도 '피스메이커' 되고 싶은 트럼프

1월 20일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주일 만에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Iron Dome for America)을 추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명칭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은 단거리 발사체를 요격하기 위한 것인 반면에, 트럼프가 내놓은 MD 구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발사체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겠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트럼프는 명칭을 '미국을 위한 골든돔'(Golden Dome for America)으로 바꿨다.

행정명령에선 "경쟁자"와 "불량국가"의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 및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는 차세대 MD 구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경쟁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불량국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과 이란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차세대 MD의 주요 구성요소로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우주 센서 배치, 이륙 단계에 있는 적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우주 기반 요격체 개발·배치, 발사 이전 단계에 있는 적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 개발·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의료보험 예산을 대폭 축소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 미국용 골든돔 미사일 방어망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는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우리가 '골든돔'을 비롯한 트럼프의 MD 구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까닭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우선 북핵 문제와의 관계이다.

1990년대 초반 이래 미국은 MD 추진의 명분을 '북한위협론'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90년대 초반 조선의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30년 간의 시간을 'MD와 북핵의 적대적 동반성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또 조선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선언 이후 "전략적 균형"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 주도의 MD가 강해질수록 조선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할 것임을 예고해준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대응도 중요하다. 1990년대까지 냉랭했던 중러관계가 그 이후 결속되어온 데에는 미국 MD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해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도 미국의 골든돔과 미국 주도의 MD 네트워크 구축 시도에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면서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이는 3대 전략 무기 강대국들이 핵미사일을 주축으로 하는 공격용 전략무기와 MD를 위시한 방어용 전략무기 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말해준다. 지정학적 단층선에 위치한 한국의 딜레마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제주해군기지가 이지스함에 기반을 둔 한미일 3자 해상 MD의 주요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또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레이더도 미국 주도의 MD 시스템에 통합될 우려가 크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제주 남방해역에서 한미일 MD 훈련은 '뉴노멀'이 되어왔고 급기야 한국군도 고고도 해상 요격미사일인 SM-3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주 사드 레이더를 다른 MD 시스템에 통합·운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MD를 더 강하게 들고나온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차기 정부가 SM-3 도입 및 사드 레이더 운용에 대해 어떤 협의를 하게 될지 주목해야 할 이유다. 미일동맹이 '하나의 전장'(One Theater)' 개념으로 한미일뿐만 아니라 호주와 필리핀까지 연결하는 군사 네트워크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그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미관계 차원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야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는 '골든돔'을 통해 미국을 철옹성으로 만들겠다면서도 중국·러시아와 함께 대규모의 핵군축과 군사비 감축을 이뤄내 '피스메이커'도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차기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단층선과 군비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이 강대국들 사이의 전략 문제에 대해서도 할말을 해야 할 때라는 뜻이다.

북미관계 차원에서도 '골든돔'을 비롯한 MD 강화는 트럼프가 희망하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 주도의 MD가 강해질수록 조선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 무기 개발·생산·배치에 더 매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핵화는 고사하고 북핵 동결조차 어려워진다. 트럼프가 여러 차례 말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MD 강화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신간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를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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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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