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성폭력을 공론화했다가 해임된 교사가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성폭력 사안 해결과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삭발했다.
지혜복 전 교사는 14일 A 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서울시교육청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지 전 교사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과 정근식 교육감은 피해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근본적 대책을 세우자는 요구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피해학생들 곁에 남아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정 교육감은) 권한이 없다며 짓밟힌 내 노동권을 방치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성폭력이 발생한 학교에 두고 온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에게 학내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연대자들, 지금도 학교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이 투쟁을 꼭 이겨야겠다"고 강조했다. 지 전 교사 측은 자른 머리를 정 교육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 70여 명이 모여 지 전 교사의 복직 투쟁에 힘을 보탰다.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소속 윤수민 씨는 "오늘 생활도서관은 스승의 날을 맞아 지혜복 선생님과 연대하는 학생들의 연섬여 행사를 진행했다"며 "교육학과 학생으로서,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지혜복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교육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쟁' 문구를 적은 깃발을 들고 온 시민 B 씨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혜복 선생님을 필요로 할 청소년들을 지키고 싶다. 젠더권력과 구조적 성차별, 여성혐오에 피해받고 성폭력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수많은 학생들을 지키고 싶다"며 "지혜복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실 때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일부 대선 주자도 지 전 교사 복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학생들의 일상, 부당해임 교사의 긍지, 딸을 보내는 학부모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는) 지혜복 선생님의 부당해임·형사고발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정 교육감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 선생님께서 삭발을 하신다고 들어 더욱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가해 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이미 졸업한 상태이며, 이들은 상급학교 진학 시 분리 조치됐다"며 성폭력 사안이 종결된 상태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저와 서울시교육청은 법과 제도의 울타리 내에서 해당 사안을 평화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의 평화적 해결과 성평등한 서울교육공동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 전 교사는 2023년 학교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알게 된 뒤 사태 해결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다 부당 전보됐다며 지난해 1월부터 전보 철회를 요구해왔다. 교육청은 전보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 그를 해임했다.
지 전 교사와 연대자 20여 명은 성폭력 사안 해결과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2월28일 서울시교육청 내부에서 농성을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 2일 이들을 퇴거불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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