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공식선거운동 시작 9일 만에 부산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첫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김 후보에 대한 명확한 지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1시간 가량 도보 유세에 나섰다.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한 전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는 응원봉과 빨간 풍선 등을 손에 든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동훈"을 연호하며 환호했지만 특이하게도 김문수 후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정연욱 의원이 건넨 빨간색 국민의힘 야구 유니폼에도 김 후보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아 한 전 대표의 유세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 전 대표 측은 "선거운동복 제작이 늦어져 의원들도 후보 이름이 나온 선거운동복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에 도착한 한 전 대표는 선거차량은 외면한채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 대표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면서 "김 후보와 생각이 다른 점이 상당히 많지만 이재명 후보가 가져올 위험한 나라를 막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를 했던 사람으로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결국 제가 말하는 방법대로 탄핵과 계엄의 바다를 건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말한 방법은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 선회,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자유통일당 등 극우 세력과의 선 긋기를 의미한다. 그는 이를 두고 "유세에 참여하는 조건은 아니다"라면서도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 등이 요구하고 있는 선대위 합류에 대해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한 전 대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재명의 노쇼주도성장, 120원 경제, 사법 쿠데타를 막기 위해 뛰고 있다"면서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이렇게 많은 분들과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이것이 진짜 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지지 의사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한채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한 세상을 막는 방법은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김 후보와는 큰 생각의 차이가 있다. 김 후보가 안 가시는 곳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빅텐트가 친윤(친윤석열) 빅텐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된다"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빅텐트, 연합도 중요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원칙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 빅텐트는 친윤, 자유통일당 빅텐트가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부산 광안리에서 지원 유세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부산과 영남권에서 흔들리는 민심과 당심에 호소드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이처럼 독자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한 전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합심해도 이길까 말까한 상황에 실리적인 부분을 의식하는 모습이 짙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유세를 시작으로 21일 대구, 22일에는 충북 청주와 강원 원주를 찾아 지원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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