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 등 사이버성폭력이 3년간 4.8배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이버성폭력에 가담한 학생 대다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으며, 교사에게 혼나지 않았다고 답해 가해자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른나무재단은 22일 서울 서울 서초구 재단본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18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1만2002명, 올해 1월22일부터 2월24일까지 보호자(학부모)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1%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학년별로 보면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율이 5.6%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2.9%, 고등학생 0.9% 순으로 많았다. 고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율은 전년(1.2%) 대비 0.3%포인트(p) 줄었으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각각 4.9%에서 0.7%p, 1.7%에서 2.9%p로 증가세를 보였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28%), 사이버폭력(17%) 따돌림(15.8%), 신체폭력(11.9%), 성폭력(9.6%) 순으로 많았다. 이 중 성폭력 피해 비율은 지난 2021년 1.5%에서 9.6%로 6.4배 증가했다. 사이버폭력 중 사이버성폭력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8%에서 13.3%로 4.8배 늘었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경험 중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24.7%에 달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64.3%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증상을 1개 이상 경험했다. 특히 성폭력과 사이버성폭력은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으로 다가왔다. 학교폭력 피해자 중 자살·자해 충동을 경험한 비율은 38%로 나타났는데, 성폭력 피해 학생은 44.8%,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 65.6%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 98%도 자녀 피해로 인해 PTSD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 피해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34.5%에서 지난해 58.5%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가해 학생에게 사과받지 못해서'가 27%로 가장 많았고, '가해 학생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아서'(25.1%), '소문이 나고 더 힘들어져서'(14.6%) 순으로 많았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와중에도 온라인 플랫폼과 교사는 가해자를 방치하고 있었다. 가해 학생의 81.4%는 가해 이후 해당 플랫폼에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이버폭력 가해 학생 중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응답한 비율도 20.9%에 불과했다.
학부모 상당수도 손을 놓고 있다.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수강했다고 응답한 학부모의 비율은 29.2%에 불과했다. 교육을 수강하지 않았다고 답한 보호자 절반은 "예방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에 나온 학교폭력 피해자 A 씨는 "지금도 가해자들로부터 받았던 눈빛과 모욕들의 기억을 지우기 어렵다. 간혹 누군가에게 들려오는 말과 시선은 아직도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가까이서 지켜보는 어른들이 막아줬어야 했다고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의 실체를 제대로 보고 피해자들이 숨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전날 대선 후보들에게 △플랫폼 책임 강화 및 인공지능(AI) 기반 감지체계 구축 △피해학생 보호 및 회복 지원 확대 △예방교육의 실효성 제고 등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5대 영역 10대 과제를 전달했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특히 작년부터 심각하게 제기된 사이버성폭력은 피해 양상이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이 흐름을 끊지 않으면 새로 등장하는 학교폭력 문제 해결도 난감할 것"이라며 "재단이 제시하는 정책이 새 정부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적잖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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