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10명 중 6명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여성노동자 98.1%는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 96.8%는 '성평등 노동 실현이 내 일상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해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성평등한 노동 환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여성노동자 786명이 응답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일터에서 가장 많이 겪는 문제는 저임금(65.7%)과 불안정한 고용형태(35.9%)가 가장 많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가 가장 무엇인지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같은 직종의 임금 성차별', '남녀 임금차별', '여성혐오' 등 차별과 혐오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응답자들은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꼽았다. 최순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성노동자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이고,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 절반 이상이 여성노동자"라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 임금과 견줘 39.%에 불과한 임금을 받고 살아간다. 1년으로 추산하면 5월25일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인데 이는 명백한 구조적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58.7%(461명)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98.1%는 '성차별적 노동환경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답했으며, 96.8%는 '성평등 노동 실현이 자신의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단체들은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에 비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적은 이유로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편견과 오해"를 꼽았다. 페미니스트로 보이는 여성들을 향해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공격이 쏟아지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기업과 정부는 도리어 여성노동자들을 방치하면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편견을 키운 결과로 보인다.
김효진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은 "일부 남성 게임 이용자들은 창작자들을 갖가지 이유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며 괴롭혔고, 피해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창작자를 보호하는 회사는 없다시피 했고,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으나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진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대했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괴롭힘은 대체 누가 막아주느냐"고 성토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차기 정부에 요구하는 1순위 과제는 '평등사회 실현'이었다. 향후 5년 이내 필요한 사회변화를 묻는 질문에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사회대개혁'이 50%로 가장 많았으며, 헌정질서 회복(26.4%), 검찰개혁(19.3%)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묻는 주관식 질문도 '평등'이 126회로 가장 많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필두로 불평등,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목표로 사회 대개혁을 실천해야 한다"며 "지금 대선 과정에서도 이 정의로운 가치에 대한 논의와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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