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간 데 이어 보수진영 결집을 노리는 모양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김 후보에게 대선 승리를 위한 '단일대오'를 조언했지만, 정작 김 후보는 이날 대선 구도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이날, 김 후보는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호텔에서 이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김 후보 격려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고 배석자인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쪽에서는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김 후보 측에서는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과 신 대변인이 동석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온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를 만나 반갑게 포옹했다. 여러 차례 응원의 말을 건넸고, "깨끗한 김 후보를 당선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신 대변인은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에게 "여러 가지로 쉽지 않겠지만 김 후보의 장점이 계속 국민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고 실제로 노동자도 기업도 잘 알고 행정 경험도 한 좋은 후보라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며 "끝까지 열심히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되고,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 후보는 노동자의 어려움과 기업 경영을 잘 알고 있고, 기업을 유치해본 경험이 있는 행정가로서도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좋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 조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은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서 국정을 이끌었던 대통령이었기 떄문에 특히 기업 문제에 대해서 여러 조언을 많이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김 후보 1호 정책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데 ('기업'이라고) 뭉뚱그려서 하는 것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잘 세분화한 구체적 정책 공약을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는가 하면 "첫째, 기업 만들기 좋도록 행정 규제를 철폐해야 하고, 둘째, 한국 노동 문제가 너무 기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어서 노동 약자의 현실을 잘 알고 있고 노동부 장관으로 노동 행정도 해본 김 후보야 말로 노동자 문제와 거기서 파생되는 기업 생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런 만큼 김 후보가 당선돼서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한국에 남아 많은 노동자들 복귀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면 최대한 빨리, 가장 이른 시간에 미국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라"고 이 전 대통령은 조언하면서 "본인 경험으로는 지금 이재명 후보가 아무리 '중도 후보다', '미국 좋아한다', '친미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라 미국에서도 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고, 가도 겉으로는 어떻게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미국 측과) 대화가 잘 안 될 것"이라고 우려를 하기도 했다고 신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4일에는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예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다가가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하나가 돼서 선거를 잘 치르면 좋겠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외부 행보로 김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경북 구미 생가와 육영수 여사 충북 옥천 생가를 이날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친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라 사정이 여러모로 어렵다. 그래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며칠 전 김 후보가 아버지 생가와 어머니 생가를 방문한 모습에 저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 예방 일정은 범보수진영의 결집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후보 측은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 "더 이상 김 후보를 선택할 어떤 명분도 남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이날 김 후보와의 오찬 회동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단일화 관련 조언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이회창 당시 무소속 후보의 자택을 여러 차례 찾아간 일화를 소개하며 "끝까지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호소하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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