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합적인 이유로 구례 근무를 선택했는데 와서 보니 너무 좋아요. 요즘은 아름다운 구례를 소개하는 홍보대사가 됐어요."
전남 구례군보건의료원에서 소아청소년과장으로 재직 중인 고동훈 과장(60)이 2일 <프레시안>에 밝힌 구례에 대한 생각이다.
장흥군에서 태어난 고 과장은 개업의 과정을 거쳐 최근까지 수도권의 한 지자체에서 보건소장을 맡아 분주한 생활을 이어왔다.
이번에 구례군보건의료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맡은 것은 의사로서 고향 지역에 대한 봉사라는 점과 광주광역시에 어머니가 살고 있어 수도권보다는 자주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도시를 떠나 '시골 의사'를 자처한 고 과장은 요즘 구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매일 10㎞ 정도를 달리며 구례의 속살을 대하고, 멋진 자연과 운치있는 곳을 만나면 곧바로 SNS에 올린다.
그는 "며칠 전 오산 '사성암'을 다녀와 이곳의 모습을 서울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중국이냐'는 반응이 왔다"며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읍내를 흐르는 서시천은 너무나 멋진 곳"이라고 했다.
구례 생활에 대해 "주말 집에 갔다가 출근을 위해 구례로 오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만큼 구례가 마음에 들고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단순히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직업인이 아닌, 지역에 보탬이 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구례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새로운 삶에 만족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안고 찾아오는 부모들의 눈빛이 너무 좋아서다.
또 과거 수도권에서 개업의를 할 때 만나던 보호자들의 눈빛, 어투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스스로 뭔가를 지역에 전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는 의료원을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 3가지를 질문한다. 10대의 예민한 청소년들이 답변을 잘 하지 않고 쭈뼛거리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꿈은 뭐냐, 운동은, 읽은 책은 뭐냐"고 물어본다.
지역 청소년들의 건강 및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고 과장은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말하면 20년 후를 생각해 보라고 하면서 대화를 유도한다"며 "구례의료원 소아청소년과가 기존 모습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나가도록 이끄는 장소가 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의 꿈을 가진 청소년이 있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컨설팅을 해 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고 과장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알려주는 달리기 방법도 알려주고 싶고, 자신의 취미인 악기 연주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고 과장의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눈길은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가 가장 먼저 알고 느낀다.
간호사 장모씨는 "원래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건강하기를 바라는데, 선생님께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시간을 배려해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입을 열지 않던 아이들도 차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 미래까지 관심을 가져주는 의사, 어른의 모델을 만난 느낌"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순호 구례군수도 이번에 부임한 고동훈 과장에 대한 기대와 감사함을 숨기지 않았다.
김 군수는 "우리 지역은 수도권이나 대도권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는 사실상 오지라고 할 수 있어, 유능한 의사 선생님을 모시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이번에 30년 경력의 전문의를 모시게 돼 정말 기쁘다. 구례로 와 주신 고 과장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구례군은 어려운 군 재정 여건에도 보건의료원에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의료 공백 해소와 정주여건 개선 및 인구소멸 등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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