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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와 전북] "겹겹이 쌓인 홀대의 벽…전북은 '제3의 국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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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명 시대와 전북] "겹겹이 쌓인 홀대의 벽…전북은 '제3의 국민'이 아니다"

② '전북 3중 소외론'의 실상

"슬프다 이 성이여, 전에는 사람들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하게 앉았는가?"

'예루살렘의 슬픔'을 읊은 시(詩)에서 '예루살렘'을 '전북'으로 치환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전북의 슬픔은 겹겹이 쌓인 고립과 소외에서 비롯해 사람이 수도권을 향해 줄줄이 떠나면서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더해간다.

이재명 21대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에 이를 '전북의 3중 소외'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닷새 만에 전북 익산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전북의 소외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지방이라 소외되고 호남이라 소외되고 호남 중에서도 전북이라 소외된다"고 '3중 소외론'을 직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전북자치도 익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북의 3중 소외론'을 언급했다. ⓒ프레시안

이재명 대통령은 "똑같은 국민인데 특정 지역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균형발전의 큰 방향을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중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전북대 후문으로 옮겨 가진 유세에서 다시 '전북 3중 소외론'을 언급 하며 "균형발전 전략은 지방에 대한 배려나 선심이 아닌 필수"라고 거듭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전북을 수없이 방문했지만 이재명 대통령만큼 '전북의 소외'를 가장 정확하게 직설한 이는 없을 것이다.

▲이원택 전북도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도당 상임선대위원장들이 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대선 투표율 제고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70년대 개발연대기 이후 60여년 동안 전북은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호남 내 광주·전남의 이분법에서 철저히 홀대받고 냉대받고 심지어 천대받았다는 게 지역민들의 정서이다.

첫번째 소외는 경부축 거점개발에 따른 강제적 소외였다.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했던 70~80년대에 정부는 서울과 부산 중심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전북은 저성장의 뒤안길을 걸어야 했다.

한 집안을 살리기 위해 장남을 대학에 보내 출세를 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거점개발론'의 폐해는 고스란히 전북이 감당해야 했다.

1960년대 한때 260만명을 자랑하던 전북 인구가 계속 감소하며 2024년 말엔 행안부의 주민등록인구 조사 결과 173만8600명으로 쪼그라든 것이 경부축 개발의 가장 큰 상처이다.

두번째 소외는 영·호남의 권역별 개발에서 비롯했다. 90년대 정보화 시대 이후 역대 정부는 전국을 9대 광역권이나 5대 광역권으로 나눠 권역별 육성 전략을 구사했다.

국토의 골격을 광역 도(道)별로 나눠 지방의 세계화를 유도하자는 취지인데 인구가 많은 영남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고 호남의 전북 소외는 깊어졌다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각종 신성장 동력 산업이 호남의 전북을 비껴 간 것이 경쟁을 갉아먹는 근원이 됐고 낙후지역은 다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소도 비빌 언덕이 필요하지만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이 즈음에 전북을 내려오면 "내발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로 전북의 아픔을 더해주기도 했다.

마지막 세번째 소외는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이 여러 성장동력을 독식해왔다는 '호남내 소외'이다.

전북은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마이너의 설움'을 가장 많이 경험한 곳이다.

2023년 8월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파행 이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군불을 뗀 '전북책임론'을 핑계 삼아 새만금의 주요 SOC 예산을 무려 78%나 대거 삭감했다.

각 부처가 엄격히 평가해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에 올린 예산 6626억원 중에서 기재부가 칼질한 돈의 규모만 5147억원에 달했다. 그야 말로 정치적으로 힘이 없는 전북을 향해 '피의 보복'을 한 것 아니냐는 전북도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전북도민들의 항거는 급기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궐기대회로 이어졌고 한 원로 정치인은 "새만금이 광주·전남 앞바다에 있었다면 이렇게 도륙했을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호남 내 전북 소외의 전형적인 단면이다.

'전북 3중 소외'가 수십년 째 이어지며 각종 경제지표는 '만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전북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을 기준으로 할 때 3628만원 수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14위에 랭크했다.

전북 뒤에는 광주와 부산, 대구 등 기라성 같은 3개의 광역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누가 광주와 부산이 전북보다 못 사는 지역이라 생각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는 '통계의 함정'이다.

통상 인구가 집중돼 있는 광역시의 경우 시민들이 주변지역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밤에 돌아와 잡을 자는 '베드타운' 성격이 짙다. 인구는 많은 데 생산활동은 다른 곳에서 하다 보니 평균 GRDP는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각종 산업화 기반이 확고하고 직접 생산활동을 하는 울산광역시는 차원이 다르다. 1인당 GRDP가 전국 1위인 8124만원에 육박하는 등 무려 전북의 2.2배에 달한다.

오죽하면 전북 출신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주을)이 전북 홀대 현실과 관련해 "전북도민은 제3의 국민이 아니다"고 목청을 돋우며 강변을 토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전북의 3중 소외론'을 언급하며 "똑같은 국민인데 특정 지역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사람만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전북에 산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꿈과 희망을 접고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면 국가책임이다.

▲전북 익산에서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프레시안

전북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불균형 성장은 필연적으로 '지역간 격차'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국가정책상 한쪽을 희생한 만큼 국가가 책임을 지고 균형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며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낙후도에 따라 정부재정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방법은 낮은 쪽에 있는 골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최소한의 공정 게임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60대의 중소기업인 K씨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 AI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전북은 철저히 소외됐다"며 "과거엔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기반이 취약한데 어떻게 지원하겠느냐'는 해괴한 논리를 든다"고 정부정책의 잘못된 시각을 성토했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정책의 비중을 '경제성'과 '효율성'에 둔 게 합법적으로 전북을 소외시킨 꼴이 됐다"며 "이제는 '균형성'에 방점을 찍고 그간의 차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재정을 전북 등 낙후지역에 대폭 투자해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이뤄 달라는 게 새 정부에 거는 도민들의 가장 큰 기대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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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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