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 지지하는 가자지구 남부 제한적 구호 현장 인근에서 식량을 구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총격을 당해 수십 명씩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당국과 목격자들은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유엔(UN)은 관련해 독립적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미 콜로라도에서 가자 인질 석방 촉구 행사를 공격한 용의자가 불법 체류자로 드러나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반이민 정책 정당화를 시도했다.
<AP> 통신을 보면 3일(이하 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위치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히샴 만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은 라파 야전병원에 부상자 184명이 실려 와 그 중 19명이 도착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고 이후 부상 악화로 8명이 더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27명은 남부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통신에 따르면 목격자인 라파 피난민 야세르 아부 루브다는 이날 새벽 4시께 배급소에서 약 1km 떨어진 지점에서 총격이 시작됐고 여러 명이 죽고 다쳤다고 설명했다. 칸유니스 출신의 또 다른 목격자 네이마 알아라즈도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다수의 순교자(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배급소에 도착했지만 "구호품이 없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어느 쪽이든 우린 죽을 것"이라며 배급소에 "다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사상자 관련 보도를 알고 있고 관련 세부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아침 구호품 배급소에서 0.5k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지정된 경로를 이탈한 여러 용의자들을 발견"해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용의자들이 물러나지 않고 군을 향해 다가와 개별 용의자 인근에 추가 사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군이 가자 민간인들이 인도적 구호 배급소에 도착하는 것을 막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AP>를 보면 가자인도주의재단은 시설 내부 및 주변에서 어떠한 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단은 다만 "우리의 보안 배급 지점을 훨씬 벗어난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부상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사건은 1일 가자지구 보건부가 라파에 위치한 가자인도주의재단 배급소 근처에서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팔레스타인인 31명이 죽고 169명이 다쳤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1일 라파 야전병원에 대부분 총상을 입은 사상자 179명이 몰렸고 21명이 즉사했다고 밝혔다. 적십자위원회는 모든 환자들이 배급소로 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2일에도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3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현지 보건 당국 및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성명을 통해 최근 가자지구의 제한적 구호 현장 인근에서 다수의 팔레스타인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한 "즉각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생명에 위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스라엘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인도적 지원을 허용 및 촉진해야 하는 명확한 의무가 있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의 방해 받지 않는 유입"을 촉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지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 구호는 당초 유엔이 주도하던 가자지구 식량 배급이 하마스에 전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쪽 주장에 따라 시작됐다. 유엔이 가자지구 곳곳에 수백 곳 배급소를 운영한 데 비해 재단이 준비한 배급소는 4곳에 불과해 원활한 배포가 어려운 데다 배급소가 남부에 치우쳐 있어 이스라엘이 의도한 가자 주민 강제 이동을 도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 가자 인질 석방 촉구 행사 공격자 불법체류자 드러나…트럼프, 반이민 공세 강화
한편 지난 1일 미 콜로라도 볼더에서 열린 가자지구 인질 석방 촉구 행사에 화염병을 던진 용의자는 이집트 출신 불법 체류자로, 수사 당국에 시오니스트(유대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민족주의자)를 겨냥했다고 증언했다.
2일 <AP> , <뉴욕타임스>(NYT) 등을 보면 1일 붙잡힌 용의자 모하메드 사브리 솔리만(45)은 당국에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고 "모든 시오니스트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이러한 공격을 가했음을 자백했다. 용의자는 전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화염병 2개를 던졌다. 이 사건으로 12명이 다쳤다. 현장 인근에서 용의자가 추가로 준비한 화염병이 14개 이상 더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후회하고 있지 않으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용의자가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엔 증오 범죄 및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21일 워싱턴DC에서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살해된 뒤 열흘 만에 일어났다. 해당 사건 용의자도 범행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다.
콜로라도 검찰은 이번 사건이 "표적 집단을 고려하면 증오 범죄로 보인다"며 "사람들은 세계 정세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분쟁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지만 폭력은 결코 이견을 해소할 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용의자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에 주목하며 반이민 정책 정당화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 사건이 "왜 우리가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고 불법적인, 반미 급진주의자들을 추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게시글에서 용의자가 "바이든(미 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국경 개방 정책을 통해 들어왔다"며 "'트럼프' 정책 아래 그는 (미국에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용의자의 입국 자체는 합법이었다.
트리샤 맥라플린 미 국토부 차관보는 용의자가 2022년 8월 관광 비자(B2)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 비자는 6개월 뒤인 2023년 2월 만료됐지만 용의자는 2022년 9월 망명을 신청했다고 한다. 맥라플린은 망명 승인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고 용의자가 미국에 "불법적" 체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용의자가 2023년 3월에 취업 승인을 받았지만 이 또한 만료됐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범죄를 이용해 이민 제한 정책에 대한 지지를 구축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토부는 2일 보도자료를 내 "폭력적인 범죄적 불법 이민자를 나라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관련한 24시간 신고 전화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자를 소지한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 테러 동조자는 트럼프 정부 아래 우리가 당신들을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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