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익산시의 '미륵산성'은 해발 430m의 미륵산 정상을 중심으로 사면과 계곡을 감싼 포곡식 산성이다.
약 1822m의 둘레를 자랑하는 이 산성은 1990년부터 이뤄진 3차례 조사에서 통일신라 이후로 판단되는 문지(동문지, 남문지)와 치성을 비롯해 건물지와 집수시설 등이 조사됐으나 백제 유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치성(雉城)'은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의 접근을 조기에 관찰하고 성벽에 접근한 적을 정면이나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말한다.

익산시는 (재)전북문화유산연구원(이사장 최완규)과 함께 지난해부터 익산 미륵산성 정상부(장군봉) 아래 평탄지 발굴 조사에 나서왔다.
그 결과 목간과 가공목, 건축부재 등 다량의 목재 유물이 발견됐으며 백제 사비기로 추정할 수 있는 간지(干支)명이 적힌 '병신년정월기…(丙申年正月其…)' 묵서명 목간이 출토돼 미륵산성 축조와 운영 시기를 밝힐 수 있는 단서로 주목된다.
'목간(木簡)'이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표면을 가공하고 문자나 그림을 남긴 나무 조각을 뜻한다.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이나 대나무 조각을 말한다.
익산시와 전북문화유산연구원의 조사에서 석축저수조는 4차례 수·개축됐는데 최초 석축저수조는 원형으로 규모는 직경 6.7m에 잔존높이 1.0m, 9단 정도가 남아있다.
원형 석축저수조는 위치상 미륵산 정상부에 가까워 수원(水原)의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이중으로 석축과 나뭇잎, 삿자리, 고운 점토 등으로 최대한 물을 가둘 수 있도록 축조한 것이 특징이다.


원형 석축저수조는 무른 암반을 파고 바닥에 80㎝ 정도 점토를 채운 뒤 나뭇잎과 삿자리, 편평한 바닥돌을 순차적으로 깔았다.
석축저수조의 내부에서는 삼족토기·개배·병형토기·단경호 등 백제토기를 비롯해 가야계 심발형토기, 고구려계 장동호(長胴壺)·암문토기·옹형토기 등의 토기류가 출토됐다.
'암문토기'는 토기의 표면을 단단한 도구로 문질러 새겨진 문양이 있는 토기를 말한다.
익산시와 연구원은 발굴 조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오는 11일 오전 11시 현장에서 공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익산 미륵산성의 정비와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도 익산 백제왕도의 역사 정체성 확보와 체계적인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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