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여파로 내부 분열이 본격화한 국민의힘이 5일 지도부 거취 등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틀만인 이날 오전 10시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부 거취를 포함한 당 운영 방안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의원총회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뒤 오후 5시가 넘어 종료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공개 발언을 통해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저부터 깊이 성찰하면서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보수의 재건을 위해 백지에서 새롭게 논의해야한다.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들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 원내대표와 비대위원들 모두 사직서가 공식적으로 수리된 상태는 아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추가적인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오는 9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 종료 이후 브리핑을 통해 "비대위원장도 거취에 대해 본인도 생각을 해보고, 월요일(9일)쯤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 쇄신과 지도부 교체에 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대선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과 "비대위원장의 거취는 혁신 과제 등을 처리한 뒤 사퇴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비대위원장 거취에 관해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많았고, 비대위원장이 혁신적인 조치를 취하고 난 다음 사퇴하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지만, 차기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가 사퇴했을 땐 '대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친윤계 핵심인 권 원내대표의 직책 유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친한동훈계 등으로부터 나온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경태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남고, 김 위원장만 물러날 시나리오'에 관해 "그렇게 간다는 건 결국 내년 지방선거도 거의 포기 수준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지아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를 통해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고, 우리가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을 하느냐에 당의 존폐가 걸려있다"고 짚었다.
정성국 의원 역시 SBS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너무 컸다"며 "권 원내대표의 책임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후보 강제 교체 사태에서 대선 패배까지 결국 왔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그렇게 패배한 사람이 (지도부에) 남아 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패장인 김문수 전 대선후보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도 당내 관심사다. 다만 김 전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대선 캠프 해단식에서 "당 대표에 욕심 없다"며 "지금은 자리 다툼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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